[Review] Scent Pantomime, 오브뮤트 슬리핑 듀(Sleeping Dew)

글 입력 2021.09.0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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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보기만 해도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한 문장이었다. 향기는 분명 수많은 뉘앙스를 말하지만, 향기만으로 온전히 극을 보여준다니 이게 도대체 무엇일까. 아트인사이트는 아주 흥미로운 문구로 나를 자극했다. 저 흥미로운 문구에 이끌려 아트인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이 문장이 오브뮤트의 향수 슬리핑 듀(Sleeping Dew)의 카피 문구임을 알 수 있었다. 아주 매혹적인 문구여서 너무 인상적이라 나도 모르게 어느새 오브뮤트의 슬리핑 듀를 향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향기라는 건 참 놀랍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코로 맡을 수 있는 무형의 실체는 아주 분명하다. 그런데 이 무형의 실체가 갖는 존재감이 때로는 시각과 촉각을 뛰어넘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고등학생 시절, 체육시간이 되어 체육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상황에 내 체육복이 같은 반 친구 두명의 것과 섞여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던 적이 있다. 나를 포함한 세 명 모두 사이즈가 동일했던 데다가 체육복에 별도로 이름을 쓴다거나,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을 해둔 게  없어 구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때 나와 초등학교 때부터 쭉 같은 학교였던 친구가 앞으로 나서더니 세 개의 체육복 냄새를 각각 맡기 시작했다. 세 벌을 골고루 다 맡아보더니 그 친구는 체육복 상, 하의 한 벌을 집어올려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게 내 체육복이라는 것이다.


다소 향에 무딘 편이었던 나로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친구에게 어떻게 이게 내 체육복인 줄 알았는지 물었더니, 내 냄새가 났다고 했다. 내 냄새가 뭔데? 눈이 휘둥그레진 나에게, 친구는 그냥 사람마다 고유의 향이 있고, 본인은 내 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체육복을 식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향기라는 게 얼마나 강렬한 존재감을 갖는지, 그야말로 평생에 잊을 수 없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 오브뮤트 소개 >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 Scent Pantomime”


오브뮤트(OVMUTE)는 Of+mute, 즉 ‘무음의’라는 뜻으로 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향 전문 브랜드입니다. 말 없이 몸짓으로만 스스로를 표현하는 무언극처럼, 향을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는 ‘향기 무언극(Scent Pantomime)’을 전개합니다. 개성을 내세우기 위해 너무 많은 말들이 쏟아지는 현대에서 향은 가장 조용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나를 각인 시킵니다.

 

오브뮤트는 다양한 예술 그리고 영감을 모아 향으로 전달하며 영감에서 얻은 개성을 일상에서 소지하고자 합니다. 국내 조향사에 의해 섬세히 조향 된 향들은 의미 없는 말 보다 가치 있는 침묵을 전달합니다.

 


 

 

이번에 아트인사이트에서 소개한 브랜드 오브뮤트는 '향기로 진행되는 무언극'이라는 아름다운 문구처럼, 수백 마디의 말 대신 단 하나의 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인지 향이 흔하지 않다. 단순히 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향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동시에 개성있고, 존재감이 강렬하다.


슬리핑 듀는 은방울꽃 향을 주축으로 조향한 향수다. '반드시 행복해진다, 기쁜 소식, 희망' 같이 아름다운 꽃말을 가지고 있는 은방울꽃이 주된 향이지만 탑 노트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은방울꽃 향보다 시원하고 싱그러운 민트향이다. 오브뮤트는 슬리핑 듀의 탑 노트로 민트, 소나무 그리고 각종 허브들을 사용하여 마치 숲속에 있는 듯한 산뜻함 속으로 사용자를 인도한다. 분명히 시원한 향이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오이향과 같은 느낌은 결코 아니다. 이 시원함을, 오브뮤트는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산뜻하게 구현해냈는데,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면서도 개성 있다고 느껴져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미들 노트에서는 슬리핑 듀의 메인 향인 은방울꽃 향기를 만끽할 수 있다. 아침 이슬처럼 청초하고 맑은 미들 노트는 부드럽고 촉촉했다. 마냥 가벼워서 금방 휘발되어 버릴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게 내려앉아 스며드는 듯한, 적당한 무게감의 향이었다. 일반적으로 향수에서 맡을 수 있는 꽃향기 특유의 진하게 달달한 향이 아니어서 슬리핑 듀의 향기는 매우 특별하게 와 닿았다. 향수 꽃향기가 아니라 생화 꽃향기처럼 와닿았다. 이렇게 조향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향이다. 은방울꽃 향기를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향이 얼마나 생화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지 못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오브뮤트의 슬리핑 듀로 은방울꽃 향을 인식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흔하지 않은 이 향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사된 향수제품을 찾기는 꽤 어렵기 때문이다.


오브뮤트는 슬리핑 듀의 라스트 노트로 시더우드와 머스크를 활용했다. 라시트 노트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나에게 스며든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슬리핑 듀의 잔향은 싱그러움이 남아 있으면서도 자연스럽다. 어쩌면 탑 노트가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라스트 노트는 이견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포근한 향으로 누구에게나 와 닿을 것이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에서의 산뜻함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이 잔향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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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뮤트는 슬리핑 듀를 단일향료 조합으로 조향했다. 이것은 어울리는 향을 위해 합성향료 또는 천연향료의 비율 하나하나를 처음부터 조정하고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미 시중에 만들어져 있는 베이스를 섞어서 만드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리핑 듀에서 나는 민트향, 소나무향 그리고 은방울꽃 향기는 기존의 향수에서 맡았던 향기와는 다르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영감에서 출발하여 이를 토대로 하나하나 조향해나갔다는 것이 놀라웠다.


오브뮤트는 슬리핑 듀를 그리스 신화에 착안하여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리스 신화 속 태양의 신인 아폴론은 자신의 아홉 님프들이 부드럽고 향긋한 땅을 밟게 하기 위해 은방울꽃을 그들의 발 밑에 융단처럼 깔아주었다. 오브뮤트는 마치 님프들을 생각하며 은방울꽃을 깔았던 아폴론처럼, 자연을 잃고 회색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일상 속에서 자연에 가까운 안락함을 선사하고자 슬리핑 듀라는 아름다운 첫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Ludwig von Hofmann의 The Water Nymph에 영감을 받아 슬리핑 듀가 제작되었다고 하니, 이 향을 더욱 생생하게 덧그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작품을 보고 슬리핑 듀를 다시 한 번 만끽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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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ter nymph, Ludwig von Hofmann


 

오브뮤트는 사용자들이 슬리핑 듀를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오브뮤트는 일반적인 향수가 아니라 멀티 퍼퓸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향수 그 자체로서 직접적으로 신체에 뿌리는 것이 아니라, 향이 머무르기를 원하는 공간, 섬유, 침구, 물건 등에 다양하게 뿌릴 수 있도록 제품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누구나 이 부드러운 향을, 자신의 옷깃에서 그리고 자신의 공간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끽할 수 있다.


옷에 뿌려보니, 기존에 향수를 신체에 뿌려 향을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옷깃에 스며있어 문득 느껴지는 슬리핑 듀의 향이 예기치 않은 순간에 매번 내 기분을 고무시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옷에 뿌려 향기를 즐기는 것보다 공간에 뿌려 향을 만끽하는 방식이 더 좋았다. 같은 공간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가도, 슬리핑 듀를 뿌리는 순간 새롭게 기분이 전환되면서 환기가 되는 것이 아주 상쾌했다. 향수를 신체에 뿌리거나 혹은 옷에 뿌리는 방식은 나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한 것인데, 나만의 공간에 뿌린 향은 그야말로 나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더 좋았던 듯하다.


아직까지 해보지는 않았지만, 슬리핑 듀의 부드럽고 포근하면서도 산뜻한 이 향이라면 필로우 미스트처럼 베갯잇에 미리 뿌려놓았다가 향긋하게 만든 후 자도 기분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좀 더 이완된 상태로 잠에 들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아주 탁월한 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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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향 같은 것에는 무딘 편이지만, 나는 그래도 향이 나는 제품들을 좋아해서 향수도 쓰고 향초, 디퓨저 뿐만이 아니라 향(인센스)까지 써왔다. 그런 향들은 분명 한 순간에 내 공간과 내 기분을 환기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사람의 체향이라는 게 뭔지를 모른다. 비단 내 체향을 모르는 차원이 아니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다는 '우리집 냄새'도, '아빠 냄새'나 '엄마 냄새'도 모른다. 오랜만에 부모님댁을 찾으면, 부모님 방에서 그리고 침구에서 부모님의 향이 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시도해 보았는데도 여전히 나는 아버지의 체향, 어머니의 체향 그 무엇도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내 코에는 그런 체향이 맡아지지 않는 걸 어쩌겠나.


어쩌면 그렇게 체향을 맡을 줄 모르기 때문에 향기가 나는 제품에 더 손길이 갔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 체향이 어떤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으니까.

아니, 더 명확히 말하자면 나는 사람의 체향이 어떤 건지를 전혀 모르니까. 체향을 모르긴 하지만, 내 향기가 좋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니까 좋은 향기가 나는 제품들을 꾸준히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슬리핑 듀의 향기로 이 아름다운 무언극을 향유하고 나니, 이제는 생각이 든다.

내 향기가 슬리핑 듀의 향기 같았으면.

부드럽고 싱그럽고 산뜻하면서도 말미에 포근하게 잦아드는 이 향기가, 나의 향기가 되었으면.


오브뮤트의 슬리핑 듀가 지친 내 일상에 은방울꽃이 깔린 생동감이 넘치는 숲을 부드럽게 전해준 것만 같았다. 놀라운 영감으로 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낸 오브뮤트에서, 이 후에는 또 어떤 아름다운 조향의 세계를 보여줄 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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