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해, 좋으니까, 좋다면, 좋아한다는 건 : 아트인사이트 Vol.1

그러니까, 마음껏 좋아해도 돼!
글 입력 2021.08.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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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플랫폼 아트인사이트의 공동저자 프로젝트 도서,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읽었다. 책에서는 현재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하며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38인이 각자만의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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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일상을 빛내고 세계를 확장시키는 그 마음에 대하여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망설이게 되는 이야기들이 좋아한다는 단어 앞에서는 좀 더 쉽게 나오곤 한다.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특정 음식이나 색깔처럼 단답형으로 답할 수도 있지만 '덕질' 중인 연예인이나 드라마에 대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을 수도 있고, 곁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곱씹거나 지금 하는 일과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엇이든 좋아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삭막한 직장에서 배어 나오는 웃음을 참아본 기억, 설레서 잠 못 이루던 밤, 또는 좋아하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알람 없이도 눈이 번쩍 뜨이던 아침···.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빛내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때로 좋아하는 것은 우리를 멀리 데려가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괴롭게 할 때, 더 이상 예전처럼 어떤 것을 좋아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에 잠긴다. '좋아함'에 대해서 우리는 각자의 정의와 이론을 가지고 있다. 한 사람이 무엇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알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비롯해 깊은 생각까지 알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단어만으로 간단히 설명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마음들, 그리고 그 마음이 깃든 이야기들을 기웃거려보자.

 

©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2021

 

 

책의 첫인상은 그 속을 채우는 내용보다도 단연 책의 표지와 제목이 결정할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은 깔끔한 백색의 책 표지 위에 책의 제목과 함께 파스텔톤의 푸른 달이 수줍게도 떠있다. 책날개 부분에 이러한 책 표지 디자인에 대한 김혜빈 디자이너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달은 해가 떠 있는 낮에는 은은히 눈에 띄거나 아예 모습을 감추지만, 밤에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비슷한 면모를 갖고 있다는 말한다. 바쁜 나날들 속에서 잠깐 눈에 띄지 않거나 흐릿하게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이 사라졌음을 의미하지 않으며, 여전히 우리 일상의 일부를 공유하고 어둠이 찾아오면 모습을 드러내 내일 하루를 꿈꾸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책을 탐독한 지금, 책의 내용과도 매우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파스텔 톤의 푸른 달.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은 38인의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들이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하여 섬세하고도 진솔한 방식으로 오롯이 담아냈다. 각자 마음속에 수줍게도 품어왔던 달을 꺼내 찬찬히 풀어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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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었다. 첫째 장은 '내가 좋아하는 것'. 각자마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이었다. 그것을 왜, 언제 좋아하게 되었고, 결정적으로는 그것을 어떻게 좋아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이었다. 문화예술 플랫폼인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저자여서 그런지,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에는 사진이나 그림, 글쓰기, 전시, 뮤지컬 등과 같은 문화예술 분야가 많았다. 둘째 장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 장에서는 좋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담아낸 장이었다. 이 장을 읽으며 '좋아한다'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에 대해서 다시 곱씹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장은 '좋아하는 것이 우리를 바꿀 거야'.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얻어진 변화와 그 안에서의 깨달음이 녹아든 장이었다.

 
 
 

좋아해, 좋으니까, 좋다면, 좋아한다는 건···


 

"OO 씨는 뭐 좋아하세요?"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은 흔하디흔한 질문. 무엇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서 시작된 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화가 되기도 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함을 달래기 위함이든, 아니면 그 사람을 더 알아가며 서로 가까워지기 위함이든. 어찌 됐건 우린 이런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은 물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러면서 그 사람이 가진 수많은 파편들 중에서 한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파편 조각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고, 인정과 공감을 통해 그 사람의 세계가 뜻밖에도 내 세계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책에서는 좋아하는 방식에 대한 38인의 세계가 저마다 다른 모양과 빛깔로 출렁이고 있었다. 섬세하고 솔직하게 쓰인 글을 읽으며 나는 마치 얼굴도 알 수 없는 그들과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내적 친밀감이라고 해야 하나. 글들마다 나에게 다가오는 방식은 사뭇 달랐지만, 공통된 것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개중에서는 분위기 좋은 고즈넉한 카페에서 자릴 잡고 마주 앉아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하는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글도 있었고, 타인에게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받아 가만히 앉아 비밀스러운 고백을 듣는 듯한 글도 있었다. 마치 친구처럼 맞아, 맞아, 나도 그거 좋아해.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글을 읽기도 했고, 어떤 글은 차마 형용할 수 없는 그들의 깊은 내면에서 부유하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렇듯 저마다 다른 38인의 세계 속에 초대받은 듯한 설렘이 공존하며 한 편 한 편 글을 읽어나갔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은 그 자체로 빛나는 듯했다. 가지각색의 38인의 이야기는 저마다 다른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좋아함의 방식에 대해 듣고 있노라면 그 자체로 공감과 이해를 넘어선 가슴 깊이 울리는 뜨거운 존중감 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더욱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된 이 망망대해 같은 삶을 바삐 살아가는 와중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너무나도 소중했다. 좋아하는 것과 함께, 혹은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준엄하게 주어지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진귀한 경험이었다.

 

모든 글을 다 언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개중에서도 필자가 최근에 했던 생각과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갔던 글이 있다. 바로 서상덕 작가님의 '그리움에 대하여' 글이다.


 

이렇듯 그리움은 기다리는 이의 뒷모습이다. 과거와 미래, 지나가 버린 것과 오지 않아 본 적 없는 것에 대한…. 그리움의 일반 용례는 아마도 전자를 가리키고 있겠다마는, 나는 후자에도 꼭 같은 단어인 그리움을 부여하고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것과 본 적 없는 것들에 대한 이 감정이 안길 단어를, 아직 그리움 바깥에서는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움의 정의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이라면 이것도 썩 틀린 사용은 아닐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그리움에 대하여' 中에서 (p. 168)

 

 

최근에 필자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문득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을 느낀 적이 있다. 그 헛헛함은 무엇인가가 사무치게 그리운 마음이었다. 내 안에서 부유하고 있는 그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의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가기엔 나는 너무 바쁜 일상을 살아야 했고,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느라 지새운 새벽의 끝에서 나는 또다시 찾아올 내일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아야 했다. 나의 그러한 그리움의 감정을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성가시거나 일상에 방해되는 감정은 아니었기에. 다만 '그리움'이라는 단어 그 이상으로 정의할 수 있는 문장이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 마음에 대해서 고민하기를 유예하고 또 유예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책에서 '그리움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쓰인 짧은 글 한 편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미래에까지 늘어선 온통 그리운 것들. 그리고 그를 애타게 응시하며 바라보는 것, 비록 그렇게 바람을 타고 지나 시간축으로부터 영영 미끄러져 가버린 아름다운 것도 있었다지만, 그것은 언제가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어리석은가?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

'그리움에 대하여' 中에서 (p. 172)

 

 

글에서는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리움에 대해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서술하며 필자의 마음을 울렸다. 독특한 문체에 비유가 뒤섞인 글은 마치 하나의 회고록을 보는 듯했다. 아직 나에게로 오지 않은 것들. 작가님이 표현하는 그 '사랑스러운 환영'들에 대한 절절함이 담긴 있는 글은 삶에 대한 치열한 호흡이 녹아져 있었다. 나는 나의 형용할 수 없는 그리움을 가진 시간이 너무나도 길어져서, 문득 내가 텅 빈 방의 문을 마구 두들기고 있는 건 아닌가, 즉, 실체 없는 것들에 대해 괜한 소모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어쩌면 단순히 실체 없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의 작가님처럼 '사랑스러운 환영'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구나 마음속에 문장 하나쯤을 품으며 일상을 살아가듯, 이 짧은 글 한편이 필자에게 있어 오래도록 품을 수 있는 글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마음껏 좋아해도 돼!


 

'좋아한다'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이는 없을 거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신조차도 모르게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을 구분하며 살아왔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들을 좋아해왔다. 좋아한다는 건 너무나도 익숙하고 일상적인 단어이며 마음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것은 얘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질문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어떤 방식으로 다뤄왔었는지 지난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결국엔 좋아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하게끔 한다.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고 있는지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십 페이지도 나열할 수 있겠으나, 정작 나는 그것을 왜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좋아하는지, 그리고 좋아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누군가가 묻노라면 나는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취향이 남에 의해서 재단 당하는 게 두려워서, 혹은 구태여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필요를 못 느끼며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에 무심해서, 또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그렇게 나는 결국 이제껏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해 본 경험이 많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름 나는 스스로 취향도 확고하고 주관도 뚜렷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잠깐이라도 그것들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느냐, 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면 나는 그러지 못했다고 대답할 것이다.

 

책에서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담담히 위로를 건네고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다양한 방식들. 일상과 가까이 하는 방식으로 그것들을 좋아하거나,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빠르게 인정하고 당당해지거나, 혹은 방식으로 표현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리거나 하는 방식들이 녹아져 있었다.

 

책장을 덮은 뒤 마침내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그 방식도 엄청나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빛나는 것이므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자주 말하기를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엔 당신 또한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당신만의 방식으로 좋아해도 된다고, 즉, 내키는 대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좋아할 것을 시사한다.

 

'마음껏' 좋아해도 된다는 긍지와 믿음을 담담하면서도 정성스럽게 담아낸 책, <아트인사이트 Vol.1 :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을 탐독한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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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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