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망가자, 우리 [도서]

그리고 다시 돌아오자
글 입력 2021.08.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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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의 정규 3집 타이틀곡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곽수진의 그림을 얹은 책이다.


사랑과 사람과 삶을 노래하는 선우정아는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따듯한 위로를 전한다. <도망가자>는 실제로 그녀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힘겨워할 때 그를 위한 마음으로 곡과 가사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음의 무게를 함께 감당하는 그를 위해 만든 곡에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침잠하는 그에게 내민 손이 우리에게까지 닿아 위로를 건네주어 그녀의 노래가 흐르면 울렁이던 마음도 어느새 진정되곤 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곽수진은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소박하지만 아늑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가사를 몇 번이고 되뇌며, 스토리보드를 구상하고 ‘함께 도망가고 함께 돌아올’ 대상을 개인적인 감정도 담아서 그렸다고 한다.

 

각자에게 특별한 위로를 주는 노래라는 생각으로 그렸기 때문인지 노랫말이 스며든 그림은 따스했다.



도망가자 본문4.jpg


 

도망가자

어디든 가야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스스로 만들어 낸 삶이 종종 버거울 때 도망치고 싶어진다. 괜찮다고 생각해왔는데 속으로는 망가지고 있어서 모두 내려놓고 어디든 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혼자 쌓아두기도 힘들 때, 함께 가자고 먼저 다가와 건네주는 말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되었다.


나의 안위를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도망가자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언젠가 아이유가 방송에 나와 말했던 <러브포엠>을 작사하면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힘내’ ‘잘 될거야’라는 말조차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당신을 위한 응원을 묵음으로 전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지나가는 안부 인사처럼 매번 내뱉는 말이지만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힘내라는 말이 어떠한 짐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사실 “괜찮다”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상대를 얼마나 생각했으면 그런 가사가 나왔을까. 당신을 위한다는 나만의 착각 속에서 빠져나와 건네는 당신만을 위한 배려에 먹먹해졌다. 이에 한 명은 뒤에서 묵묵하게 또 고요하게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한 명은 다가와 함께 도망가자고 이끌어준다.

 

당신에 대한 진심을 눌러 담은 맑고 순수한 애정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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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돌아오자 씩씩하게

지쳐도 돼 내가 안아줄게

괜찮아 좀 느려도 천천히 걸어도

 

 

<도망가자> 노랫말 중 여러 번 곱씹어보는 부분이다.

 

온전히 당신을, 노래를 듣고 있는 나를 위해 건네는 “도망가자”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힘겨워하는 당신에게 힘내라는 말이 무겁지 않도록 함께 도망간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짐을 챙겨 떠나 서로를 꼭 붙잡고 어디든지 같이 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돌아오기 위해 도망간다. 오직 당신을 위해서 마치 여행처럼.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에 녹아들지 않게 그리고 당신이 짊어진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잠시 떠난다. 적당히 환기할 수 있을 만큼 틈을 만들어서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한다. 함께하는 이 덕분에 나아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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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라는 곡의 노랫말을 그림과 함께 한 장 한 장 음미하고 감상하면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 들린다. 멜로디와 함께 자연스럽게 흘려들었던 가사가 서서히 다가온다. 당신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와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다. 마침내 곡이 끝나고 나면 걱정은 털어내고 혼자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들이 부디 계속 따뜻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도망가자>의 노랫말처럼, 그림처럼, 누군가에게 손 내밀고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따스한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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