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해밀턴', 힙합으로 시사하는 미국의 저항 정신과 다양성 [공연]

글 입력 2021.08.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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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그게 뭔데?


 

2009년 5월의 어느 저녁, 미국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근대사에 대한 ‘랩’이 울려 퍼졌다. 매년 열리는 ‘시와 음악과 말의 저녁’ 행사였다. 한 청년의 랩이 끝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일어나 박수와 함께 함성을 보냈다. 청년의 이름은 ‘린 마누엘 미란다’였다. 그는 그날 저녁, 미국의 개국공신 중 한 명을 힙합을 통해 표현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그날 저녁 대통령 내외도 감동하게 한 랩은 <해밀턴>이라는 뮤지컬이 되어 2014년을 시작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 엔드 등 전 세계 무대를 휩쓸었다.

 

<해밀턴>이라는 이 뮤지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든 공연을 매진시키며 21세기 들어서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큰 인기와 이슈를 몰고 있는 뮤지컬이지만, 한국에서는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제목조차 못 들어 봤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다.

 

<해밀턴>이라는 뮤지컬을 알게 된 것은 2017년의 겨울이었다. 가족끼리 런던 여행을 계획 중이었고, 웨스트 엔드 뮤지컬들을 밤마다 보기로 계획했다. 고전이 된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을 예매하고, 무엇을 볼지 고민하던 와중에 오빠를 통해 <해밀턴>이 외국에서 인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표를 예방하기 위해 비싸기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그 가격을 내고서도 자리가 없어서 못 본다는 뮤지컬이라고 했다. 어떤 뮤지컬이길래 세계가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다른 공연들보다 예매하는 것에 돈이 두 배 넘게 들었지만, 한번 그 뜨거운 감자를 직접 보고 오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인터넷으로 해밀턴을 예습한 후 공연장으로 향했다. 막이 시작되길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장감에서 공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넘버 하나가 끝날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들렸고, 막이 끝나고는 너나할 것 없이 세차게 기립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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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공연되고 있던 뮤지컬 <해밀턴>/2017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존재조차 모르던 뮤지컬이, 공연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나의 인생 뮤지컬이 되었다. 이 뮤지컬의 어떤 점들이 나에게, 전세계 팬들에게 ‘인생 뮤지컬’이 되도록 했을까. 지금부터 분석해보고자 한다.

 

 

 

해밀턴의 내용


 

<해밀턴>은 미국 건국 아버지 중의 하나이자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실존 인물인 알렉산더 해밀턴을 다룬 전기 뮤지컬이다. 서인도 제도의 섬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알렉산더 해밀턴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어머니를 잃고 가난 속에 자랐다. 그러다가 뉴욕으로 건너가 혁명에 동참하기 시작했으며, 조지 워싱턴의 참모가 되고 끝내 미국 최초 재무장관의 자리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스캔들에도 휩쓸리고, 아들도 잃고 많은 일을 겪다가 49세에 에런 버와의 결투로 목숨을 잃고 만다. 뉴욕 포스트의 전신이 될 정도로 많은 글을 적었고, 미국의 경제 체계를 만들었지만, 10달러 지폐에 나오는 얼굴의 주인이라는 것 외에는 미국에서의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그렇게 미국 역사에 묻힐 뻔했던 해밀턴의 이야기를 미란다가 휴가를 위해 방문했던 공항에서 우연히 책을 통해 접하게 된다. 그는 곧바로 ‘해밀턴 믹스테이프’라는 컨셉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다. 원작 평전을 쓴 론 처노에게 도움을 받으며 작업을 진행했고, ‘시와 음악과 말의 저녁’ 행사를 통해 유명세를 타며 본격적으로 뮤지컬 작업을 진행한다.

 

1부에서는 해밀턴이 아내를 만나는 이야기, 조지 워싱턴을 만나 미국 독립 전쟁에서 활약하며 승리로 이끄는 내용이 나온다. 2부에서는 토머스 제퍼슨이 나오며 정치적 갈등이 시작되고, 미국에서 최초로 성 스캔들을 겪으며 가족과 오랜 친구 등과 다양한 갈등과 좌절 등 그가 겪게 되는 개인적 일들이 나온다.

 

 

 

해밀턴의 음악적 구성: 힙합으로 표현된 저항 정신


 

이렇게 미국 역사에 무지한 우리가 줄거리만 들었을 때는 작품이 매우 지루할 것 같다. 그러나 뮤지컬 <해밀턴>의 매력은 미란다가 이 역사극을 어떻게 음악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는가에 있다. 바로 뮤지컬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던 랩, R&B 풍의 음악들을 이용한 것이다.

 

미란다는 앞서 말한 백악관 행사에 초대받아 해밀턴 컨셉 곡을 처음 발표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지금 힙합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는 한 인물에 대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초기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요.”

 

청중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여러분은 웃으세요, 하지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거지에 고아로 자랐지만 조지 워싱턴의 오른팔이 되고, 재무장관이 되며 건국 아버지가 됩니다. 저는 그가 지금의 다양성의 세상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에 대한 첫 곡을 부를 거예요.”

 

 

뮤지컬 <해밀턴>의 전신이 되는 역사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다.

 

 

위의 말처럼, 그는 미국 건국 이야기를 단순히 고리타분한 역사로만 보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다양성, 저항, 욕망, 자유의식, 평등의식 등을 저항의 음악인 힙합이라는 장르로 표현한 것이다. 해밀턴의 가장 큰 매력은 가장 현대적인 음악과 대사들을 통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것에 있다. 우리나라에 대입해 생각해 보자면, 이순신 장군 정도의 과거 영웅과 주변 인물들이 랩을 하는 뮤지컬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해밀턴>은 힙합, 알앤비 등 현대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전신이었던 ‘쇼툰’의 요소들과 틴팬앨리의 성격이 곡들에서 묻어나온다. Rap song-through musical로 극 내내 대사 하나 없이 랩과 노래로만 진행되는데, 등장인물 간의 정치적 논쟁을 디스랩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가히 명장면이다. <해밀턴>에서 ‘I want song’으로 사용되는 ‘My Shot’이라는 곡에서 랩을 통해 주인공 해밀턴의 심리와 욕망을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힙합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니다. 팝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해밀턴의 아내가 부르는 노래는 비틀즈 시대의 영국 팝 느낌이 난다. 이 관계가 단순하지 않고 극의 흐름과도 관계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2부에서 ‘애런 버’가 질투심에 대해 노래하는 ‘The room where it happens’라는 넘버에서는 뉴올리언스 재즈 스타일이 섞여 있는데, 이것은 버가 토머스 제퍼슨이 지닌 20년대의 재즈 스타일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Duel commandments’ 넘버에서는 미국 래퍼의 ‘The ten crack commandments’라는 마약 거래 시 주의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다룬 랩을 패러디한 곡이었다. 불법에 대한 랩을 활용함으로써, 그 상황의 불법성에 대해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밀턴>에서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현대 미국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음악 장르들을 통해 지금의 미국을 있게 한 이들에 대한 증언이 노래 되는 것이다.

 

 

 

해밀턴의 무대 장치와 연출: 단순함과 정교함


 

극의 진행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무대가 너무 자주 바뀌진 않을지, 장치가 화려할 것으로 생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해밀턴>은 이중 회전무대를 적절히 활용하며, 배를 형상화한 무대에서 최소한의 소품들로 이루어진다. 대신 배우들의 대사와 안무, 효과음 등을 통해 충분히 관객들이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쟁 장면에서는 화려한 장치들 없이 배우들의 안무만을 통해서 스펙타클한 전쟁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해밀턴과 일라이자가 결혼하는 장면에서 안젤리카가 ‘Satisfied’를 부르다가, 해밀턴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회상하는데, 그때 Rewind를 외치며 모든 배우가 영상을 돌려 감기 하듯 안무를 선보인다. 해밀턴이 애런 버와 격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총알을 배우의 안무를 통해 표현하는 장면 또한 명장면이다. 이중회전 무대가 천천히 회전하며, 슬로우모션처럼 죽음 직전 ‘주마등을 스치는’ 느낌을 음악과 배우의 움직임을 통해 표현한다.

 

배우가 위에서 내려오는 장치를 쓰는 등 화려한 여타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생각해보면 매우 단순한 무대 장치들이지만, 극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장치가 쓰이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고 장엄한 연출력을 자랑한다. 시대극에서는 화려한 의상,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시각적 재현과 무대 미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완벽히 뒤바꾸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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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무대 장치로 구성된 <해밀턴>

 

 


해밀턴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그에 따른 특징: 다양성 존중


 

<해밀턴>의 주인공은 미국의 개국 공신임과 동시에 이민자이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곡가 미란다는 이러한 극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주연 캐스팅을 유색 인종으로 진행했다. 대부분의 배우가 아시아계, 흑인, 라티노 미국인 혹은 히스패닉이다. 오리지널 캐스팅의 배우들이 하차할 시에도 비백인 배우만 오디션을 볼 것이 명시되어 있다.

 

또한 브로드웨이에서뿐만 아니라 런던과 시카고, 북미에서 <해밀턴>을 올릴 때도 유색 인종들을 캐스팅해서 진행했다. 다양한 인종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캐스팅한 경우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원작에서 백인으로 나오는 인물들을 비백인이 연기한 경우는 없었다. 백인 배우가 백인을 연기하는 역은 영국의 조지 왕이 유일하다. 미란다는 “다양성이야말로 오늘날 미국의 모습”이라고 캐스팅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1막의 미국 독립전쟁 장면에서 ‘Yorktown’ 넘버에서 라파예트 후작과 해밀턴이 “Immigrants, we get the job done.”이라고 하는 대사가 나온다. 이민자들은 무엇이든 해낸다고 하며, 미국이라는 나라는 결국 이민자들이 만들어간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대사가 나오면 관객은 노래의 중간임에도 불구하고 환호성을 보낸다. 뮤지컬 <해밀턴>이 보여주고자 하는 미국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자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2016년에 트럼프 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공연을 보러 오자, 이 대사 이후 관객들의 야유 소리가 너무 오래 지속되어 공연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해밀턴>을 사랑하는 미국 대중이, 작품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미국의 이념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좋은 대중예술은 그 메시지에 따른 대중의 의식을 고취한다는 순기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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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캐스팅

 

 

 

해밀턴에 대한 극에서의 묘사: 인간성에 대한 묘사


 

그렇다면 <해밀턴>은 실존 인물 해밀턴의 긍정적인 면모만을 부각하며 단순히 애국심을 고취하는 작품인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해밀턴>의 2막에서는 일에 몰두하며 가족과의 휴가를 거부하고 홀로 뉴욕에 머무는 해밀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 결국 그는 이웃 유부녀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후에 이를 알게 된 정적 토머스 제퍼슨이 스캔들을 터트리고, 해밀턴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그가 쌓은 실적들과 명예가 실추되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이에 아내는 ‘Burn’ 넘버를 부르며 분노를 표한다. 후에 부부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며 화해를 하게 된다.

 

이처럼 뮤지컬 <해밀턴>에서는 실존 인물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해밀턴의 성공 지향적인 성격, 지나치게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말하고, 다혈질의 그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과정이 그대로 작품에 묘사된다. 스캔들이 터졌음에도 업적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을 하고, 소중한 이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가 예기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젊을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글만 쓰며 지내기도 하다가, 끝에 애런 버와의 갈등에서 그는 애런 버를 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해밀턴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그도 결국 결핍을 지닌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아내가 그를 용서하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애쓴 결과임을 ‘Who lives, who dies, who tells your story’ 넘버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 접하는 위인들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이며, 그를 기리고자 노력하는 또 다른 인간의 노력이 더해져서 그것이 역사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해밀턴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도 간접적으로 기리며 뮤지컬 <해밀턴>은 막을 내린다. 인간성에 대한 솔직한 묘사를 통해 오히려 인간성을 긍정하고, 그를 기억하는 목소리를 통해 그 당시 남편의 역사에 가려 있던 아내의 한 인간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기여 또한 기리는 작품이다.

 

 

 

해밀턴의 성공


 

2015년 2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그 시작을 알린 <해밀턴>은 금방 평론가들의 호평과 입소문으로 유명해졌고, 공연 기간이 연장되며 티켓들도 매진되었다. 단기간 만에 엄청난 인기와 함께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투자 비용의 25%를 공연 시작 후 5주 만에 거두어들이며 엄청난 흥행의 시작을 알렸다. 엄청난 팬덤과 함께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이 되었다.

 

2016년 토니 상에서 <해밀턴>은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11개 상을 받으며 휩쓸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래미 상과 2015년 빌보드 선정 최고의 앨범 2위도 수상하고, 거기에 퓰리처상까지 받으며 음악성과 문학성 모두를 인정받았다. 2015년에 10달러의 해밀턴을 다른 위인으로 바꾸려던 미 재무부의 계획을 번복하게 했으니, 그 인기를 가늠해볼 만하다. 브로드웨이를 넘어서 시카고와 웨스트엔드에도 진출을 하며 엄청난 흥행 기록을 보여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들과 관람할 정도로 팬으로 알려졌으며, 정치계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많은 유명인사들이 작품을 관람했다고 알려진다. 대중에게도, 평론가에게도, 유명 인사들에게도 사랑받으며 미국을 건국 이념에 대한 작품으로 하나의 팬심으로 묶었다.

 

 


해밀턴의 의의: 웰메이드 예술 작품의 영향력


 

<해밀턴>을 통해 작곡가 미란다는 ‘백인 캐릭터를 유색인종이 연기하면 어색할 것이다’라는 편견을 깨고, 원래는 백인이어야 하는 주연 캐릭터들에도 비백인을 캐스팅함으로써 브로드웨이 뮤지컬 문화에 다양성을 더하고자 노력했다. ‘그레이트 화이트웨이’라고 불리며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알려져 있던 브로드웨이의 문화에 정면 도전했다. 오바마 정권 이후 이어진 트럼프 정권 시기에도 계속해서 건국 이념, 다양성에 대해서 노래하며 그들이 믿는 미국의 뿌리에 대해 대중에게 알렸다. 또한 뮤지컬에서는 쓰이지 않던 힙합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국 뮤지컬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해밀턴>이 대중예술사적으로도 많은 의의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뮤지컬보다 풍성하고 긴장감 넘치던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완성도 높은 곡들과 배우들의 열연이 합쳐져 남의 나라 역사이지만 정말 몰입하며 볼 수 있었고, 극이 끝났을 때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립박수를 칠 수 있었다. 내가 이 뮤지컬을 관람했던 곳은 뉴욕이 아니라 런던의 웨스트엔드였고, 극에서 영국은 미국의 독립을 막으려 하는 일종의 ‘악’으로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열기와 인기가 대단했다. 뮤지컬 <해밀턴>이 시사하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 또 한 인간이 만들어간 역사와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만나 만들어지는 또 다른 역사, 그들을 기억하고자 하는 현대 젊은이의 목소리가 만나 만들어내는 힘이 크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려 깊이 만들어지는 예술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우리가 놓쳤던 또다른 역사를 들여다볼 계기가 되기도 하고,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생각해보게 만든다. <해밀턴>은 힙합이라는 장르를 통해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미국의 역사를 살아 숨 쉬는 이념으로, 문화를 미국 대중에게 들려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밀턴>처럼 근현대사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인물들과 사건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문화예술 작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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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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