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의 모든 어른들에게 바치는 동화책, 도망가자

선우정아와 곽수진의 따스한 위로
글 입력 2021.08.2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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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자

어디든 가야 할 것만 같아

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괜찮아


우리 가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

실컷웃고 다시 돌아오자

거기서는 우리 아무 생각말자

 

- 도망가자

 

 

담담하게 감정의 일렁임을 만드는 선우정아의 목소리, 따뜻한 위로가 담긴 가사. 노래를 듣고 나면 무조건 기분이 나아졌기에 힘들 때마다 <도망가자>를 들었었다.

 

어른이 되고 느꼈던 삶의 무서움, 불확실함과 책임감이라는 감정을 위로하는 <도망가자>가 동화책으로 나온다니,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궁금해졌다.

 

 

도망가자 입체이미지.jpg


 

<도망가자>의 가사와 함께 아늑하고 따스한 그림이 이어졌다. 이 책의 그림은 곽수진 작가가 그렸다. 그는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사일런트북 콘테스트에서 1등을 수상한 작가이다. 동화 같은 그의 그림체는 순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망가자』는 어른의 감성과 아이의 감성이 만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다. 작가의 그림과 선우정아의 위로의 노랫말이 더해지니 색다른 감성의 따뜻한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이 책은 <도망가자>의 노랫말에 그림을 얹은 책이다. 그러니 이 노래를 틀어놓고 노래의 속도감에 맞춰 책을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사에 입혀진 그림은 매 장면을 따스히 채운다.

 

이 책에는 개와 주인 단둘만 등장한다. 둘의 정서적 교감을 하는 모습은 심적 편안함을 가져다주었고, 따뜻하고 아늑한 배경은 회색이었던 <도망가자>의 컬러감을 알록달록 다채롭게 바꿔주었다.

 

 

도망가자 본문6.jpg

 

 

주인과 하얀 멍멍이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랐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둘은 이젠 서로에게 무척 소중한 존재가 된 듯 보인다.

 

'도망가자'라는 첫 문장과 함께 그 둘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나서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시멘트 숲에서 벗어나 꽃과 자연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어디를 가든지 둘은 함께 한다. 그리고 들리는 선우정아의 목소리는 둘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대학생이자 유사 사회인이 된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어른에 대한 잘못된 로망을 품고 있었다. 어른이라면 인생의 과제들을 완벽한 모습으로 수월하게 수행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우정아의 노래를 만나기 전에는 '도망가자'같은 두려운 감정은 느껴서도, 드러내서도 안되는 감정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기에도 바쁜데 그런 감정은 사치라고나 할까. 당시의 나에게 도망치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어른답지 못한 모습으로 보였었다.

 

그런 감정이 느껴질 때면 혼자만의 생각으로 삭히거나 깊이 느끼지 않으려 회피하곤 했다. 법적으로 나뉜 어른과 청소년은 몇 년 빨리 태어났느냐의 그 차이뿐인데 비상식적인 잣대를 들이밀면 당연히 튕겨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피하면 피할수록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한 감정이 커져갔다.

 

 

도망가자 본문3.jpg

 


어느 날 <도망가자>를 들었을 때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게 되었다. '도망가자' 첫 소절을 듣자마자 눈물이 떨어졌다. 그제서야 비로소 나의 감정을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도망가고 싶은 나의 마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건강한 모습이구나.

 

동화책에 등장하는 도망친 등장인물들은 건강해 보였다. 어디론가 떠났던 주인공과 개 친구 모두 평온하고 즐거워 보였다. 오히려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흘러가게 내버려 뒀을 때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 되기도 했다. 책 『도망가자』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괜찮은 거라며 언제든지 함께 가자고 손 내밀어 주었다.


역설적이게도 다시 돌아오기 위해 도망가는 것이었다. 도망가는 것은 다시 일어날 힘을 주었고 삶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주었다.

 

도망가자는 건강한 무너짐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췄다 가는 휴식이자 더 오래 걸을 수 있게 상처가 아물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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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과 함께 길을 떠났던 하얀 개 친구는 존재만으로도 그에게 힘이 되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큰 존재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서로에게 주는 힘은 엄청나다는 걸 느꼈다.


동화책으로 만난 『도망가자』로 인해 위로를 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함께 도망가자고 하는 주변의 존재가 있던가, 또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었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내 자신이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있는가.


함께 도망갔던 주인과 개 일행은 산, 꽃밭, 캠핑, 바다로 떠났다. 이런 장소들이 등장하자 여행이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어쩌면 도망가자의 가장 가까운 의미가 여행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일상에 지쳤을 때 우리는 훌쩍 여행을 떠나곤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현실은 잠시 잊고 여행 그 자체를 만끽한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 때문에 여행이라는 일상의 도피처는 빼앗겨버렸다.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도 선우정아의 노래와 곽수진 작가의 그림으로 잠시나마 심적으로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버티기 힘든 현실의 중압감과 고통에서 잠시 벗어나 이들의 이야기로 위로를 얻어 갔으면 좋겠다.


 

도망가자 본문7.jpg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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