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해도 된다는 믿음 - 아트인사이트 V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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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일정 금액을 내면 매달 보내주는 화장품 랜덤박스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매달 받으며 내가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이라던가, 중학생이던 시절 너무 어른스러운 향수는 엄마를 주곤 했다. 학생의 용돈에서 너무 비싸지는 않은, 그렇다고 부담이 안 되지도 않는, 그런 적당한 가격으로 쏠쏠한 재미를 느꼈다.
아트인사이트에는 문화 초대를 통해 문화를 향유할 기회가 주어진다. 보통 전시와 도서,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데, 특히 도서는 마치 화장품 랜덤박스처럼, 그때그때 다른 주제의 책을 읽어볼 기회가 찾아온다. 평소에는 전공 관련 도서만 겨우 구매할 정도인 나에게, 어떤 주제로 찾아올지 모르는 도서들이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이번 문화 향유를 통해 받은 책은, 아트인사이트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이다.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번 책을 신청하게 된 동기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걸 해도 되는 걸지, 아니면 그만둬야 하는가가 요즘 나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한다는 것은 계속 나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요즘 주류와는 멀어져 있는 기분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자신 있고 눈을 반짝이게 하는 건 미술과 전시와 음악과 글쓰기이다. 이런 걸 좋아하는 나를 원망하기도 하고, 현실에 눈떠야 한다고 속에서 수없이 외쳐도 봤다. 항상 머릿속은 복잡해서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나를 우유부단함으로 이끌었고, 정말 쉬운 결정도 못 하는 사람이 됐다. 이런 내가 참 싫었다.
하지만 흘러가는 대로 우유부단하게 시도하며, 글쓰기도 우연한 기회로 시작해서 아트인사이트 플랫폼으로 날 이끌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내가 경험한 것을 작성한다. 내가 쓴 글이 벌써 12개나 된다. 이번 글로 13개가 될 것 같다. 어떤 날에는 정말 작성을 못 하는 날도 있고, 어느 날에는 새벽 3시 같은 감성으로 작성할 때가 있다. 글을 쓰는 시점의 관심 분야에 따라서 글을 다양하게 작성하며 정말 잘 쓰는 날도 있고, 이런 내가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혹은 며칠 뒤에 보면 정말 삭제되길 바라는 글이 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그때의 나는 그걸 작성하고 싶었나 본다고 생각하며 쿨하게 넘어가려 한다. 더 나아질 나를 상상하며 그 전에 내 한계를 인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우유부단함이 글쓰기로 이끈 걸 보면 이런 성격이 꽤 나쁜 것은 아니라고 느끼는 중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플랫폼인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은 가족 같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문화를 기반으로 똘똘 뭉쳐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자신의 마음속을 기꺼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동기를 풀어놓으며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는데, 이번 책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이 써내는 오피니언도 마찬가지이다. 어딘가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복닥복닥 살아가는 점이 나의 모습과 동질감이 느껴지기에,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는 모든 이들을 같은 가족의 입장에서 응원한다.
이제 더 친밀하게 부르기 위해 아트인사이트의 구성원들을 가족이라고 칭하려 한다. 우리 가족들은 각자의 좋아하는 바를 책에 담았다. 38명의 이야기는 다양하게 풀어냈는데, 어떤 이는 자연을 좋아하는 자신의 동기에 대해서 말하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전공선택이나 진로 결정에 대해서 말하기도 한다. 나와 같이 좋아하는 걸 의심하는 과정을 거친 이들도 있다. 그것이 나를 규정하게 될까 봐,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게 된 가족들도 있었다. 공통으로, 여기서 자신의 기호를 편하게 풀어놓기 위해 용기를 갖는 이들의 이야기다.
“나는 이거 좋아해”
‘이거 해도 되는걸까' 라는 고민을 항상 달고 살았다. 누군가의 좋아하는 마음을 살펴보며, 38명의 가족이 자신들이 그렇다는 것을, 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나도 이랬다고, 당신들도 좋아하는 걸 좋아해 보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과정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현대인인 우리에게 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은 혼란한 사회 속에서 나를 성립해주는 일이다. 나를 나로서 만들어줌으로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내 방식으로 좋아하면 적어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은 아니다. 유의미하게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좋아하는 일이 있었는데, 바로 글쓰기다. 가족들이 모인 동기이기도 하다. 주절주절 쓰기 시작하며 다른 이들과 비교할 때, 글쓰기를 그다지 잘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글쓰기에 자신감이 없었고, 내 미래와 상관없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다. 글쓰기의 취미를 넘어 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어디선가 자라났다. 스물셋이라는 나이의 내가, 스펙을 쌓지는 못할망정,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 나는 글쓰기를 잘하지도 못하는데. 나보다 잘 쓰는 사람이 넘쳐날 텐데.
며칠째 고민으로 우울감과 불안감과 두통에 시달렸다. 그냥 신경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금도 약간의 어지러움은 있지만 조금은 이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을 작성하자던 나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글을 작성하고 있다. 내 감정에 다가가며 고민의 보따리를 풀어놓는 과정에서 머리가 한결 상쾌해지는 중이다. 마음에 안 들지라도 수정하면서 글을 쓰는 솜씨가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본다. 그리고 조금씩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도 약간 기대해본다.
책을 읽고 오늘의 글을 작성하며 확고해졌다. 그래 좋아하는 걸 좋아하자. 나를 나로서 확립해주는, 내 마음을 확고하게 도와주는, 심지어 이것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감사한 일
신기하게도, 글쓰기를 할 때 필요한 모든 일이 다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글쓰기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을 알아야 하므로 여러 종류의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글쓰기 방법과 관련된 책을 읽었고, 적확한(적확하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표현이다. 적확하다는 말은 정확하다는 것보다 더욱 정확하며 아름답다.) 표현을 배우기 위해 평론 글을 읽고, 글에서 인용된 문장을 따라 다른 책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미술과 관련된 글쓰기로 시작한 것이, 끝없는 책 여행으로까지 진출한 것이다.
책 여행의 과정에 들어오며 깨달은 바에 대해 간략히 말해보자면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다른 것과 비교하지 않고 조금은 나를 풀어주기로 다짐해본다. 유연하게 다른 일에 관심을 두더라도 꾸준히 글을 작성하며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꾸준히 오늘의 내가 쌓이면 내일의 내가 될 것이다. 혹은 내가 계속 관심을 가지다가 언젠가 놓아줄 수 있고, 언젠가는 업으로 진출할 수 있고. 어디로 유영할지 모르는 끝이 안 보이는 우주에서 내가 확실한 답을 찾으려고 애쓴 것일지 모르겠다.
현재의 글쓰기를 사랑하기
글쓰기는 현재의 나에게 최고의 취미이다. 우선 예전에 산 아이패드가 있고, 그 아이패드로 어디든지 가서 글을 쓸 수 있어서 간편하다. 카페에 가면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책을 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나의 모습은 퍽 멋지다. 멋진 나의 모습을 발견하니 좋고, 우유부단한 내 관점이 점점 확고해진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리고 글쓰기는 내 해우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늘여놓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사이 나는 더 단단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글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가끔 밖에 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카페 자리를 쓰기 위해 약간의 돈만 지불하면 되니 경제적인 취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글이 너무 싸지지 않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보상으로 준다. 떡볶이를 보상으로 주면 배달오는 시간까지 글을 신나게 쓴다. 떡볶이를 먹고 나서 배가 따듯해지고 행복해진 후에 다시 글을 보고 수정하면 되니까. 떡볶이는 책에 이어서 하나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글쓰기가 좋다. 좋은 마음을 넘어 사랑한다. 그리고 언젠가 권태기가 오면 떠나보내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권태기가 올 때 내 다짐을 확인하고, 아트인사이트의 마음에 들던 구절을 읽어보며 지금 작성한 글도 함께 읽어볼 예정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도 된다고 응원을 주는,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는 38명의 가족분의 이야기가 따듯해서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나처럼 좋아하는 것을 의심하는 길로에 놓여있는 분들을 위해, 내가 나로 성립하는 데 작은 보탬과 위로가 되길 바라며 책의 따듯한 구절들을 필사하며 글을 마쳐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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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야. 가끔은 너한테 말하고 싶어. 나, 이거 좋아해. 좋아하는 마음이 주체가 안 되고, 나만 알기 아까운 감정. 누구나 가지고 있잖아?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싶은 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말이야. 그럴 때 나는 상상을 해. 그리고 글을 써. 이 글이 언젠가 너에게 읽히면,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좋아하고 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를 좋아하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 나시은, 52p)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대개 아름답다. 그래서 좋아한다. 아름답지만 사소하고 시시한 것들, 작고 하찮아서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것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들 또는 사람들이다.”
(어느 한 애주가의, 산책자의, 인문학자의 고백, 신송희, 94p)
“나에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위, 그러니까 문학을 읽고, 전시를 보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쉽게 단정 짓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확실히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드는 이야기들, 박정민, 251p)
“어려울 필요 없다. 그냥 좋아하면 된다. 이유 없음에, 설명할 수 없음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날 이에 대해 말하고 싶어진다면 지금처럼 글을 쓰면 되는 거다.”
(제 글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오송림, 283p)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아픈 밤이 많았다.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을 다시 풀어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과 변화하는 것도 오로지 나의 의지라는 것을 느꼈다. 음악을 통해, 부르는 노래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다.”
(음악이 가져다주는 힘, 정윤지, 3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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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우리 가족들에게 존경하는 마음과 작은 응원을 보태보며, 더는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아픈 밤”이 없길, 내가 나로서 괜찮은 적당한 밤이 오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더불어 나를 좋아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다시 깨우치게 도와준 가족들에게 다시 감사의 말씀을 표한다.
[임민경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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