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텅 빈, 그러나 가득 찬, '의식의 흐름' [음악]

이상의날개 1집 [의식의 흐름]
글 입력 2021.08.23 13: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이상의날개, 특이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음악 앨범 [의식의 흐름]. 광활한 우주를 사운드로 표현하는 밴드 '이상의날개'가 선보이는 음악이다. 진한 디스토션이 걸린 일렉 기타, 반복되는 리듬과 흐름 속에서 사정없이 움직이는 트레몰로가 청자를 사로잡는다. 파편화된 단어로 이뤄진 가사의 여백을 사운드로 채워 놓으면서 비로소 완성되며 음악은 거대한 우주를 형성한다.

 

무언의 사운드가 형성하는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지금의 음악 이전엔 서정적인 멜로디, 멜로디를 받치는 날카로운 사운드를 혼합해 음악을 만들었다. 이후 서정적인 멜로디의 색을 완전히 빼고, 흑백만이 존재하는 음악으로 만들었다. 완성된 음악은 1집 [의식의 흐름]에서 출발하며, 현재 이상의날개의 음악 세계를 형성한다.

 


a2162516911_10.jpg

 

 

Track List

 

 Disc1

1. [TITLE]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

2. [TITLE] 붉은 하늘 (Crimson Sky) 

3. 코스모스(Cosmos)

4. 신세계(New Era)

5. 눈(Snowy Eye)

6. 날개(Wings)


Disc2

7. 망각(Forgotten)

8. 오월(May)

9. 상실의 시대(Lost)

10. [TITLE] 검은바다(Dark Sea)

11. 공(Void Circle)

 

 

**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의 모순을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우울로 표현한 1집 [의식의 흐름]이다. 11곡, 80여 분의 길이나 되는 음악은 비록 CD 두 장에 담겨 있지만, 음악이 만드는 공간은 광활한 우주를 형성할 만큼 거대하다. 무언(無言)의 여백이 만드는 공간, 광활한 공간의 풍부한 사운드가 우주를 연상시킨다.


[의식의 흐름]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결국 이어졌음”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인연의 시작과 끝, 만남과 헤어짐처럼,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시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인연의 끝은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기에 대척점에 있는 것들은 결국에는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의식의 흐름’에서 생명력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세계의 창조 순간을 그린 ‘코스모스’를 지나 별들의 죽음을 그린 ‘검은 바다’와 마지막 트랙 ‘공’을 통해 앨범에 마침표를 찍는다. 인연에 대한 허무함과 동시에 생명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

 

 

‘의식의 흐름’에서 시작되고, 전개된 이야기는 소멸하여 ‘공’에서 아무것도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 모순적인 문장처럼 텅 비어 있지만, 결국에는 기억들로 이루어진 공간을 의식은 떠돌고 있을 뿐이다. 기억들은 파편처럼 빛과 어둠으로 흩어져 우주라는 공간을 이루고 있다. 즉, ‘의식의 흐름’ 마지막 문장 ‘텅 빈, 그러나 가득 찬’은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두 번째 트랙 ‘붉은 하늘’에는 붉게 타오르는 노을을 바라보며 드는 여러 상념을 표현했다. 응축과 폭발이 반복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마지막에서야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보컬은 붉은 노을이 머금고 있는 에너지가 타올라 저무는 것을 나타낸다. 생명력 있고, 끊임없는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진다.

 

 

코스모스 (Cosmos)

 

 

의식의 시작점은 점점 더 나아가 우주를 만들어낸다. 작은 점에서 시작한 우주는 폭발을 통해 우주를 만들어낸다. ‘코스모스’에서 보여준 우주를 통해 청자를 광활한 우주에 홀로 부유하는 존재로 만든다. 이 곡을 듣고 있자면 어둡고 광활한 공간에서 혼자 남는 자의 외로움이 물씬 느껴진다.


‘코스모스’, 세계 창조 이후는 조금은 경쾌하고 힘을 뺀 곡이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세계의 창조의 순간을 그린 ‘신세계(New Era)’, 몽환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눈(Snow Eye)’은 광활한 우주 속에 홀로 유영하며 외로움을 견디는 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떠다니는 별들이 눈처럼 하늘을 메우고, 사람의 눈을 형상화한다. 느신세계에 대한 기대와 설렘, 반대로 홀로 존재한다는 외로움 말이다. 거대한 우주에서 둥둥 떠다니며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을 그린다.

 

 

망각 (Forgotten)

 

 

인간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곡이 있다면, 사회적인 외침을 모아 놓은 곡도 있다. ‘날개’는 이상의날개라는 밴드의 포부, 즉 이상의날개라는 화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으며, ‘망각’에서는 부당한 노동 환경에 저항한 한 열사가 생각나듯 직접적인 가사와 휘몰아치는 음악을 들려준다. ‘오월’은 역시 제목에서 드러나듯 5.18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기록한다. 같은 의미에서 ‘상실의 시대’는 앞만 보고 걸어야 하는, 개인의 생존은 개인의 몫이 되어버린 사회의 우울을 그려낸다.


죽음을 검은 우주 속으로 스러지는 별로 표현한 ‘검은 바다’, 속이 ‘텅 빈(公)’ 것으로 돌아감을 의미하는 ‘공’으로 앨범은 끝이 난다. 이는 ‘검은 바다’와 ‘공’은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의 흐름’, ‘붉은 하늘’과 대척점을 이룬다. 의식의 시작, 태양의 떠오름을 통해 인간의 생명력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과는 반대로 ‘검은 바다’는 빛의 소멸로, ‘공’에서는 에너지의 폭발을 통해 생명의 소멸을 들려준다.

 

 

공 (Void Circle)

 

 

‘공’이라는 제목의 곡이 말하는 것처럼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 트랙 ‘의식의 흐름’의 마지막 가사이자 앨범을 관통하던 그 문장을 다시 생각해보자. ‘텅 빈, 그러나 가득 찬’. 인연은 끝이 나고, ‘공’의 상태에 도달했다. 끝 인줄 알았지만, 다시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며 ‘공’은 다시 채워진다. ‘의식의 흐름’, 마지막 트랙 ‘공’은 대척점에 위치하며 각각 시작과 끝을 의미하지만, 이 곡들은 서로 이어져있다.

 

인연, 관계라는 것들은 붙잡고 싶다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되면 흩어져버릴 것들은 흩어지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일 뿐이다. 사람 간의 인연, 의식과 무의식을 포착해 음악으로 표현한 [의식의 흐름]은 흩날리는 관념을 무한한 공간인 우주에 펼쳐 놓고 소멸할 때까지 지켜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


포스트 록이라는 장르가 그러하듯, 난해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음악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버겁고,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임은 분명하다. 고집스럽게 침묵하는 음악, 디스토션이 걸린 날카로운 음악. 중의적인 표현과 비유적인 표현이 가득한 짧은 가사도 난해한 음악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들의 괴짜스럽고 이상한 음악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상의날개의 음악은 생각보다 그렇게 난해하지 않다. 느림과 빠름, 에너지가 터지는 구간이 명확하게 나뉘고, 이 리듬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이렇게 음악을 통해 만들어낸 의미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짧은 가사에 의미를 함축해서 표현한다.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청자가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우나,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느낌으로는 와닿는다.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제 해석의 몫은 청자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저 음악에 집중하며 감정을 느끼면 된다.

 

 

 

오지영_컬처리스트.jpg

 

 

[오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