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널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도서]

연을 쫓는 하산과 아미르의 이야기
글 입력 2021.08.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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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모의 추천으로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를 접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 아프가니스탄의 문화는 낯설었고 탈레반의 탄압이 얼마나 끔찍한가는 가깝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되고 탈레반이 장악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은 누구보다 빠르게 외국으로 도망갔고 버려진 국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잔혹한 탈레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을 뉴스로 접하게 되면서 10년 만에 다시 '연을 쫓는 아이'를 펼치게 되었다.

 

다시 만난 아미르와 하산 그리고 소랍의 이야기는 너무나 슬프고 또 잔인했지만 동시에 꺼져가는 작은 빛을 되살리려는 무한한 노력을 보여주었다. 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해버린 탈레반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은 어떤 두려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이란 나라에서 안전한 환경 속에 살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안락함 속에 살아가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미르와 하산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현재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두려움을 조금 더 널리 알리고자 한다. 또, 이야기 속에 담긴 어린 아미르의 어리석음을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부탁하고자 한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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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부잣집 소년 '아미르'와 그의 하인 '하산'이 초반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미르의 아버지(바바)는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했으며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용맹스럽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며 사업가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물이었다. 사업으로 큰 부자가 되었지만 거지들에게 나눠줄 돈을 항상 챙겨갖고 다닐 정도로 베풀 줄 아는 인물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뻗는 손을 결코 못 본척하지 않았기에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지 바바를 존경했다.

 

바바는 어릴 적 자신의 하인 알리와 함께 성장했다. 알리의 아들이 바로 하산이다. 바바와 알리가 40년을 넘게 함께 지내온 것처럼 아미르와 하산 역시 함께 성장한다. 아미르는 바바의 인정을 받고 싶어 자신이 쓴 소설을 자랑스레 건네지만 바바는 용맹스러움이 부족한 아미르에게 아쉬움을 느끼는 듯하다. 아미르는 자신의 아버지가 하산을 자신만큼 혹은 그 이상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질투를 느낀다. 하산에게 퉁명스럽게 굴면서도 자신의 불평을 모두 받아주는 하산에게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하산은 '하자라인'이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언청이다. 카불에서 독일인 어머니와 아프가니스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세프는 하산을 "바발루"(아기를 잡아먹는 귀신)이라고 놀리며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하산은 아세프의 놀림에도 꾿꾿하게 버텨내지만 아세프가 아미르에게 폭행을 가하려고 할 때 하산의 주특기인 새총으로 아세프를 위협한다. 하산에게 아미르는 소중한 친구이자 지켜내야 할 주인이었다.

 

하지만 어린 아미르는 하산이 친구이기보다는 하인이었다. 아세프가 왜 같이 어울리냐라고 질문한다면 "하인이니까."라고 마음 속으로 대답을 했다. 하산이 몸을 던져 아미르를 지킨 반면에 아미르는 그러지 못한다. 그 사건은 하산이 연을 쫓는 날에 발생한다.

 

카불에서는 연날리기 대회가 크게 열린다. 서로의 연을 끊으며 가장 마지막에 남는 연이 '1등'이라는 명예를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떨어진 연은 승리의 징표로 갖게 된다. 아미르와 하산은 함께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한다.  하늘을 가득 채운 수많은 연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결국 1등을 차지한다. 아미르는 바바의 인정을 받기위해 마지막으로 처리한 파란 연을 하산에게 쫓아서 가져다 달라고 이야기한다. 이때 하산은 한 마디를 외치며 연을 쫓는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러나 하산은 이날 아세프 일당에게 잡혀 잊지 못할 상처를 받고 만다. 자신이 쫓은 연을 넘겨주면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하산은 그럴 수 없다고 한다. 아미르를 위한 연을 지키기 위해 그들에게 반항을 했고 그 결과 동성인 아세프에게 강간을 당한다. 이때 아미르는 그 역시 연을 쫓다가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하산을 위해서라면 달려나갔어야 했지만 두려움에 그러지 못한다. 아세프 일당이 돌아간 후 하산은 다리 밑으로 피를 흘리며 아미르에게 연을 건넨다. 아미르는 하산의 피를 못 본척할 수 있는 어둠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아미르는 하산을 멀리하게 된다. 그를 볼 때마다 용기를 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서이지 않았을까. 급기야 아버지에게 하인을 바꾸자는 말을 했다가 크게 혼나고 만다. 그러나 아미르의 어리석음을 멈추지 않는다. 하산을 내쫓기 위해 아버지가 생일선물로 준 값비싼 시계와 돈을 하산의 집에다 몰래 숨기고 그가 훔쳤다고 거짓말한다.

 

바바는 다음날 하산에게 정말 그가 훔쳤는지를 묻고 하산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가 훔쳤다고 수긍한다. 하산이 한 마디라도 진실을 말했다면 바바는 그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음에 아미르는 기뻐한다. 도둑질을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라고 말해왔던 바바는 너무나 쉽게 하산을 용서한다. 하산이 자신이 훔쳤다고 말하자 그 어떠한 추궁도 없이 "너를 용서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는 하산의 아버지 알리가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다."라고 말하며 떠나겠다고 말한다. 바바는 그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붙잡고 결국 눈물을 보인다. 아미르는 바바의 눈물을 처음으로 보게된다. 그리고 아미르와 하산을 이렇게 헤어지게 된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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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을 쫓는 아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정복하고 아미르와 바바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살게된다. 처음으로 '가난'이 무엇인지 몸소 경험하며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어느덧 세월이 지나 아미르는 결혼을 하고 바바를 떠나보내게 된다. 아미르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하산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고 동시에 비겁했던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남아있다. 2001년, 38세가 된 아미르에게 바바의 친구이자 사업파트너였던 라힘 칸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라힘 칸을 만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간 아미르는 아버지가 평생 숨겨왔던 비밀을 알게 된다. 사실 하산은 자신의 이복동생이었다. 명예로운 아버지는 자신의 하인의 아내와 관계를 맺었고 그녀는 하산을 낳았다. 아미르는 왜 아버지가 하산을 그렇게 아꼈는지, 왜 그에게 자신과 동등한 연을 사주었는지, 그가 떠날 때 울었는지 깨닫게 된다. 동시에 분노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하산의 신분을 빼앗았고, 자신에게 알권리를 박탈했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사실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라힘 칸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산을 만나러 갔고 아미르와 바바가 떠난 빈 집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아내와 딸, 아들을 둔 하산은 처음에 거절했지만 바바의 부고를 전해 듣고는 마음을 바꿔 가족과 함께 아미르의 집을 지키러 간다. 하산은 자신의 아들 소랍에게 아미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아미르는 자신의 최고의 친구였다고 말한다. 아미르의 소식을 알지 못하는 하산은 자신의 가족사진 한 장과 함께 아미르에게 편지 한 통을 적고 라힘 칸에게 언젠가 그를 만나면 전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라힘 칸은 파키스탄으로 오게 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해있는 탈레반은 큰 집을 차지하기 위해서 하산의 가족을 추궁한다. 하산은 집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자신이 지키고 있다며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지만 그들은 하산의 설득 따위 필요 없었다. 결국 그들에게 불복한 하산은 총을 맞고 죽게 된다. 또, 하산의 아내 역시 그의 죽음에 울부짖다 총을 맞게 된다. 이렇게 소랍은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소랍을 안전한 미국으로 데려와 달라고 부탁한다. 하룻밤에 감당하지 못할 슬픈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미르는 집을 뛰쳐나가지만 곧 카불로 향하게 된다.

 

탈레반이 주둔하는 아프가니스탄은 그가 알고 있던 고향이 아니었다. 시체는 즐비했고 거지들뿐이었다. 소랍을 찾아 고아원을 향했지만 탈레반의 보호를 받는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데려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분노한다. 소랍을 구하기 위해 그를 찾아가는데 소랍의 발목에는 종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종이 매달려있었고 그의 눈에는 마스카라가 칠해져있었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노래를 켜자 소랍은 당연하다는 듯이 춤을 췄다. 정말 소름 돋게도, 소랍을 데려간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어린 시절 하산을 강간한 아세프였다. 그리고 그는 하산의 아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어릴 적 하산을 구하진 못했지만 아미르는 소랍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세프에게 덤빈다. 그러나 싸움과 거리가 먼 아미르는 오히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때, 어릴 적 하산이 어린 아미르를 구해주었듯이, 소랍이 새총으로 아미르를 구해낸다. 하산이 쏘지 않았던 아세프의 왼쪽 눈을 소랍이 겨냥했고 아미르를 구해내어 함께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여러 곤경에 처하게 된다. 아미르는 여기저기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지만 소랍을 고아원에 다시 보내고 법적 절차를 갖춘 후에 다시 데려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더욱 깊은 절망을 느낀 소랍은 자살시도를 한다. 고아원에 돌아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욕실에서 면도 칼로 손목을 긋는다. 이 짧은 기간에 아미르는 소랍을 미국으로 데려갈 방법을 구했고 기쁜 소식을 전하러 욕실로 들어가지만 소랍의 피가 넘치는 욕조를 보고 울부짖게 된다.

 

소랍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미국으로 돌아와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잃었으며 그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소랍에게 다시 작은 미소를 되찾아 준 것이 바로 "연"이었다. 아미르는 하산이 얼마큼 연을 잘 다루었는지 설명해 주며 연을 날려준다. 또 다가오는 연과 싸울 때 하산이 어떤 방법을 잘 사용했는지 알려주며 연을 끊어버린다. 초점이 없던 소랍의 눈에 생기가 돌았고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이번에는 아미르가 물었다. 떨어진 연을 갖고 싶냐고. 소랍은 거의 보이지 않게 끄덕였고 아미르는 달려나간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우정과 배신, 속죄와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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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르와 하산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을 때는 아미르에게 무한한 충성심을 보이는 하산이 그저 사랑스러웠고 또 아미르를 지키고자 하는 그의 용맹함이 놀라웠다. 하산이 사랑스러운 만큼 아미르에게 질투를 느끼는 아미르가 미웠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어린 소년의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하산을 내쫓고자 만들어낸 그의 거짓말에 너무나 화가 났다. 아미르를 친구로서 사랑한 하산은 강간을 당하던 날 아미르가 주변에 있었음을 알았지만 도와주지 않았음에 화를 내지 않는다. 그 후에도 이전처럼 아미르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지만 오히려 거부 받는 입장이 된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에게 거부 받는 아픔은 얼마나 클까. 하산은 아미르의 생일 선물로 낡아버린 소설책을 대신할 새로운 책을 선물한다. 아미르에게 언제나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그가 가장 원하는 선물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도둑으로 몰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도둑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은 다름 아닌 아미르다. 억울하고 또 불명예스럽지만 그것이 아미르의 뜻이기에 하산은 자신이 도둑이라고 말한다. 하산이 받았을 상처를 전부 헤아릴 수 없지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라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미르의 집을 지키기 위해 탈레반에게 대항하다가 하산이 죽었다는 사실을 읽었을 때 눈물이 났다. 10년 전에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던 장면이 이번에는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고 변하지 않은 하산의 충성심이 너무나 안타까워 눈물이 났다. 그는 지켜야 할 가족이 있음에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미르의 집을 지키는 것을 선택했다. 비록 과거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하산은 변하지 않았다. 소나무 같은 그의 우정, 충성심이 사무치도록 슬펐다.

 

하지만 아미르 역시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평생을 무겁게 살아온 인물이다. 책의 후반 부에 라힘 칸은 아미르에게 하산과 관련된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고 편지를 전한다. 하산을 구하지 않은 그의 선택, 그를 도둑으로 만든 어리석음은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아미르는 두려움이 많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자 했던 어린아이였다.

 

아미르의 잘못은 소랍을 구해냄으로써, 또 하산이 아미르에게 온정성을 다했듯이 소랍의 미소를 되찾기 위해 온정성을 다하면서 속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소랍이 되찾은 작은 미소와 독자의 상상 속에 그려지는 소랍의 성장과정이 아미르의 구원이 될 것이다.

 

자신을 위해 연을 쫓아주던 하산, 그리고 그의 아들을 위해 연을 쫓는 아미르의 이야기가 담긴 '연을 쫓는 아이'는 우정과 배신 그리고 속죄와 구원의 내용이 담겨있다. 두 소년의 이야기 외에도 최근 탈레반이 장악해버린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조금 더 가깝게 바라보고 싶다면,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두려움과 고통을 공감해보고자 한다면 책을 펼쳐보기를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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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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