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노래가 좋다. - 코코 [영화]

양자택일의 선택보다는 아름다운 화합을
글 입력 2021.08.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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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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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는 다채로운 영화이다. 멕시코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뛰어난 색감으로 그려낸다.

 

이야기는 현실과 사후 세계를 넘나들며 전개되는데, 특히 사후 세계에 대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우리에게 익숙한 검은색과 흰색 대신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죽은 자들의 도시를 비춘다. 이렇듯 코코는 시각적으로 보는 맛이 있는 영화이다.

 

시각적 즐거움과 더불어, 관객에게 전달되는 여러 메시지는 코코를 더욱더 다채롭게 만든다. 영화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이야기로 향하고, 종국에는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말한다.

 

 

 

#1


 

미겔의 집은 5대째 신발을 만들며 살고 있다.

 

그의 고조할아버지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버리고 떠났다. 고조할머니는 절망하기보다 꿋꿋이 살아나가는 쪽을 택했다. 그녀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신발을 만들었고, 떠난 남편의 사진을 찢어버렸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미겔의 집은 음악을 악마처럼 여겼다.


그럼에도 미겔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싶었다. 그의 꿈이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는 순간, 꿈과 가족 사이에서 미겔의 고민이 시작된다. 두 가지 모두 그에게는 소중한 것이었기에, 섣불리 선택하지 못한다.

 

대신 가족들 몰래 다락방에 숨어 전설적인 가수 델라크루즈의 비디오를 보며 꿈을 키워가는 쪽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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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몰래 음악을 하던 미겔은 결국 가족들에게 발각된다.

 

분노한 할머니가 자신의 기타를 부수자 미겔은 울면서 집을 떠난다. 그리고 델라크루즈의 묘지에서 기타를 훔쳐 광장에서 노래하려 한다. 기타에 손을 대는 순간, 그는 사후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이곳에서, 꿈을 향해 달려나가던 미겔의 이야기는 잠시 숨을 돌린다. 사후 세계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미겔은 죽은 자들이 현생에 남겨진 자들의 기억으로 인해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잊힌 자들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조상들을 소중히 기억하던 자신의 가족들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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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후 세계에서 미겔은 ‘인도자’의 도움을 받는다. 여러 색을 몸에 두른 동물로 표상되는 이들은 인물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준다.

 

미겔을 따라 사후 세계로 온 그의 강아지 '단테'도 인도자의 역할을 한다. 미겔과 마찬가지로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에 있는 단테는, 저승에서 미겔이 올바르게 꿈에 다가가도록 인도하고 동시에 이승에 남겨진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을 돕는다.

 

극의 말미에 미겔은 고조할아버지와 고조할머니 사이의 깊은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로 이끄는데, 이는 그의 가문에 뿌리내린 '가족과 꿈 사이에서 하나를 희생하는' 관념을 뒤엎는다. 그리고 꿈을 향하는 사람에게 가족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그리고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말한다.

 

‘아무 조건 없이’ 미겔에게 축복을 내리는 고조할머니의 말과 현생으로 돌아가 증조할머니인 코코에게 노래를 부르는 미겔의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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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겔은 고조할아버지의 기타와 비슷한 기타를 들고 노래한다. 그리고 그가 음악 하는 것을 그토록 반대하던 가족들 사이를 넘나들며 함께 춤을 춘다. 죽은 조상들도 미겔의 집으로 찾아와 같이 노래한다.

 

이 순간 미겔 가족을 이분하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다. 5대에 걸쳐 뿌리 깊게 박혀온 음악에 대한 증오가 녹아내리고,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우러져 춤을 춘다.

 

 

 

#4


   

진부한 말이지만, '코코'는 아이들 보여주러 갔다가 어른들이 울고 오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는 삶을 걸어가면서 일찍 마주하게 되는 감정과 꽤 많은 길을 지나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하나의 영화에 녹여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채로운 영화인 만큼, 관객들이 영화 ‘코코’를 기억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것이다. 누군가는 꿈에 대해 떠올릴 것이고, 다른 누구는 세상을 떠난 이를 기억할 것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가족에게 잘 전하지 않던 안부를 묻게 하는 영화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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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든, '코코'는 삶을 걸어가는 걸음을 잠시 멈추게 만드는 영화다. 삶과 죽음, 기타와 신발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미겔의 모습은 두 갈림길 중 하나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소홀히 하였던 건너편의 길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한쪽 길을 희생하면서까지 급히 가야만 하는지 묻는다. 영화는 두 갈림길 중 하나를 택하여 빠르게 나아가기보다, 양쪽을 오가며 느긋이 그리고 멀리 죽음 너머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집을 등지지 않고 가족과 조상들 틈에서 노래하는 미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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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균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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