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후지시로 세이지,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글 입력 2021.08.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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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 모든 것을 비추는 빛과 그 빛의 아래 존재하는 그림자.

 

양극단에 놓인 두 존재가 한곳에 만난다면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은 상이한 두 존재가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현장을 마주할 수 있던,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작품들의 향연이었다.

 

작품을 보는 내내, '도대체 이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의 물음표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림자 회화, 카게에의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 불가피해 보였기 때문이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 빛과 함께 형태를 나타내는 그의 작품들은 살아있는 질감이 그 섬세함을 오롯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니 색종이에 작은 동그라미를 오리는 것도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그 디테일함과 표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있었다.

 

 

목마의꿈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목마의꿈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멀리서 보면 그림처럼, 또는 한 장의 사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 얇은 실선조차 종이를 오려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너무 신기해서 작품 가까이로 가면,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빛에 눈이 시렸다. 멀리서 보면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막상 가까이 가면 너무 강렬한 빛에 작품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는, 밀당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빛과 그림자라고 하면 흑백만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은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셀로판지와 색지, 한지도 있었고 물감으로 칠한 흔적도 있었다. 기본적인 작품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료의 한계를 두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작가의 과감한 선택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같은 정신은 작품의 주제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났는데, 일본의 설화에서부터 인도의 힌두교, 나아가 예수에 이르기까지 감히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주제들이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선택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표현되는 장면이라면, 다른 주변의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장면 자체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념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왔던 것 같다. 그 점이 무척 존경스러웠다.

 

 

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캐로용 유토피아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후지시로 세이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고민을 하며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교집합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작가 본인도 말했듯, 희망을 전하겠다는 마음이었다. 작가는 모든 작품 속에 희망을 담았다. 사랑과 따스함을 담았다. 이것이 작가가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에 오랫동안 기여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가뭄으로 고통받은 아이들을 위해 작가가 제작한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놀이동산처럼 보이는 곳에서 손에 풍선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은 작가의 염원이 묻어 있었다.

 

더는 아이들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들이 더 크게 그리고 더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JPG

꽃과 소녀(수조)_사진_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전시장에 들어가면, 상당한 수의 작품들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후지시로 세이지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봤던 그 어떤 전시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어, 천천히 전시장을 돌아보며 작가의 감성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전시장보다 어린 관객들의 수가 많다는 것도 특징적이었는데, 단체 관람으로도 많이 방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시대를 넘어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그 자리에서 잔잔히 빛을 내는 작품들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작품마다의 색을 내뿜고 있었고 작품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전시장을 나서면 짧게 방명록을 남길 수 있는 섹션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적어둔 '동화 속을 걷다 나온 것 같다'라는 문장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커다란 동화 속을 헤매다 나온 기분, 잊었던 순수함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시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강조하는 후지시로 세이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전시장을 나서는 마음속에 빛이 아른거렸다.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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