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시를 그리워하는 어른에게 - 쓰는 기분

글 입력 2021.08.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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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관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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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것에 관한 책이다.

 

시인인 저자는 이 책에서 쓰는 기분에 대해 차례차례 다룬다. 시를 처음 쓰고자 하는, 두렵고 막막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말이 친절하게도 가장 앞부분에 실렸다. 시인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시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고집 세게 고개를 젓는 독자를 꾸준히 설득한다.

 

그다음은 시를 쓰는 저자의 마음에 대한 여러 편의 산문이 실렸다. 시인에게도 시는 여전히 고민하게 하는 일, 어려움을 동반하는 일이라는 점이 위로될지 두려움을 부추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기 일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태도가 독자의 경직된 마음을 풀어준다.


책의 마무리에서 다시 시인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한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있다. 좋은 시에 대한 고민, 형식과 표현에 대한 고민처럼, 이제 막 시 쓰기에 마음을 연 사람들의 고민을 나눈다.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 그것은 짐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시를 코앞에 둔 우리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면서 따라온다. 우리가 느끼는 당혹감, 막막함, 답답함 그리고 열정에 세심히 공감하면서. 결국은 독자에게 펜을 손에 들게끔 하는 책이다.

 

 

 

누구를 위한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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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사람들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시를 쓰는 것이 너무나도 거창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가 쓰기 어려운 글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인의 자질, 시를 쓰기 위한 자격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오해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은 시인으로 태어납니다. 다만 자신이 시인이었다는 기억을 잊은 사람과 잊지 않은 채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쓸모‘를 따지기 좋아하는 어른들에 의해 시적 능력을 거세당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별 어려움 없이 오늘 밤 시를 쓸 수 있을지 모릅니다.

 

P.19

 

 

어린아이들은 쉽게 시를 쓴다. 시를 한 편 써보라고 과제를 받았을 때, 우리만큼 고민하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린아이였던 마음을 잃지 않으면 시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우리는 구태여 시를 두려워하는 어른이기를 자청할 필요가 없다.

 

 

시는 슬픔의 것이다. 그러다 생각을 고쳤습니다. 슬픔은 시의 것이다. 이게 조금 더 참말에 가까울 듯합니다. 슬픔은 꼭 시를 품지 않아도 얼마든지 슬플 수 있지만, 시는 슬픔을 노래하지 않을 때조차 슬픔에 속해있습니다.

 

P.24

 


시는 슬픔에 대한 글이다. 모든 시에는 슬픔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이 있는 한, 우리는 시를 쓸 거리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상의 문장들은 시를 쓰는 것에 대한 작가의 말을 인상 깊어서 모아둔 것이다. 어린아이였던 적이 없고 슬픔이 없는 사람은 없다. 시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 책은 그것을 깨닫고 싶은 `모두`를 위해 쓰여졌다.

 



이 책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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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편의 수필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에세이만큼이나 저자가 가까이 느껴지는 글도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시인인 저자의 특성을 보여준다. 산문에도 시처럼 가벼운 리듬이 느껴지고, 보석 같은 표현들이 부지런히 껴있다. 쓰는 기분에 관한 책인 만큼, 감정의 차갑고 뜨거움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글이 유용하다.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의 말투는 단단한 글보단 대화같이 느껴진다. 시를 사랑하는 친구와 부담 없이 나누는 대화 같다. 편안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는 아니다. 집 안에 혼자 앉아 유튜브, TV와 나누는 대화가 지루해졌다면 권하고 싶은 이야기다. 시인의 시선은 우리의 일상에서 전혀 새로운 부분은 비춘다.

 



개인적인 시 쓰기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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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스스로가 시인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는 시를 단 한 편도 쓰지도 읽지도 않는 어른이 되었다. 하루의 일기를 빨리 끝내기 위해 시를 선택하곤 했던 나는, 하루를, 한 달을 주어도 시 한 편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어린 아이는 쉽게 시를 쓴다는 작가의 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과제에 충실했다. 소리를 내 시를 읽어보라고 권했을 때는 나는 소리를 내 읽었다. 사물 이름에 별명을 지어보라고 권했을 때도 나는 노트를 펼쳐서 그렇게 했다.


특히 이번에는 엄마와 같이했다. 우리는 둘 다 시를 모르는 어른들이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나와 엄마가 만들어낸 문장들이 시라고 하긴 민망하지만, 시가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형태가 되었을 때, 나는 시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라고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 더 노력하면 더욱 더 시 다운 시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모두가 시를 쓸 필요는 없다. 시는 여전히 어렵고, 우리 모두를 자주 당혹스럽게 한다. 그런데도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시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다만 자신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셈이다.


이 책을 나와 같이 시를 그리워하는 어른에게 추천한다. 더 이상 시를 지나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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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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