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비올라의, 비올라에 의한, 비올라를 위한: 포 비올라

글 입력 2021.08.1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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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포비올라.jpg

 

 

실내악 공연들을 다니다 보면, 대부분 악기의 구성이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구성인 경우가 많다. 피아노 3중주 또는 4중주, 현악 3중주 혹은 4중주. 관악기를 포함한 실내악 구성이더라도 대다수의 경우 여러 악기를 섞어 구성을 시도한다. 아무래도 그런 구성의 실내악 작품들이 많고 또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대중적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기다리는 입장에서도 접근하기 쉬운 무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한 악기로만 실내악 공연을 꾸미는 무대는 굉장히 드물다는 얘기다.


이 드문 무대가, 다가오는 9월 18일 토요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바로 목프로덕션에서 기획한 포 비올라 무대다. 이번 공연은 공연명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비올라만으로 구성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야말로 비올라의, 비올라에 의한, 비올라를 위한 공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쉽게 보기 힘든 공연인 만큼 프로그램도 관객들에게 흔한 레퍼토리가 아니라 공연 전까지 미리 작품을 들어보며 무대를 기대해 봄직하다.


이번 포 비올라 공연에 출연하는 비올리스트는 이승원, 김규현, 김세준, 문서현 네 명이다. 공연명이 포 비올라고, 비올리스트 네 명이 출연하니 정확한 공연명이 Four violas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공연의 영문명은 For violas다. 비올라를 위한 무대임을 명시하는 동시에, 동음이의어를 통해 네 비올리스트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공연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따뜻한 음색과 중간 위치의 음역대로 실내악이나 교향악 어디에서든 항상 중재자의 역할을 해왔던 비올라의 소리만으로 선보일 이번 무대는 과연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을까.


 



PROGRAM


바흐: 파르티타 2번 중 ‘샤콘느’

J. S. Bach: Partita No.2 in d minor for 4 Violas, BWV1004, V. Chaconne


녹스: 비올라 스페이스 듀오 4번 ‘9개의 손가락’

G. Knox: Viola Spaces Duos No.4, Nine Fingers (Pizzicato)  

Va. 김규현 이승원


브리지: 두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가

F. Bridge: Lament for 2 Violas  

Va. 김세준 문서현


바인치엘: 네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

M. v. Weinzierl: Nachtstuck for 4 Violas, Op.34


-Intermission-


퍼셀: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환상곡 제10번

H. Purcell: Fantasia à 4, for 4 viols #10


녹스: 마랭 마레의 ‘스페인풍의 라폴리아’

G. Knox: Marin Marais Variations on "Les Folies d'Espagne"


보웬: 네대의 비올라를 위한 판타지, 작품번호 41

Y. Bowen: Fantasia for 4 Violas, Op.41

 




1부의 프로그램은 아주 다채롭다. 비올라 네 대로 연주하는 바흐의 샤콘느를 포함해 비올라 듀오 두 곡 그리고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작품까지 연주된다. 샤콘느의 경우 너무나 유명한 곡이기 때문에 이번 포 비올라 무대의 프리뷰에서는 샤콘느 이외의 레퍼토리들에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볼 수 있도록 소개해볼까 한다.


두 번째 곡으로 배정된 비올라 듀오곡인 가르트 녹스의 비올라 스페이스 듀오 작품은 총 8번까지로 구성된 작품이다. 그 중에서 이번 포 비올라 무대에서 연주되는 작품은 4번, '9개의 손가락(피치카토)'이다. 녹스는 클래식 음악 연주 시 비올라에서 사용되는 테크닉들을 좀 더 확장하여 '비올라 스페이스'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1번부터 8번까지의 작품은 각각 하나의 테크닉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도록 작곡했는데, 이번 무대에서 연주될 4번 '9개의 손가락'은 피치카토에 특화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실 솔로와 듀오 버전으로 나뉘어 있다. 포 비올라 공연에서는 듀오 버전이 연주될 것인데, 무대를 가기 전까지 듀오와 솔로 버전을 모두 들어보면 공연 당일에 비올리스트 김규현과 이승원을 통해 볼 듀오 버전을 더욱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작품으로는 프랭크 브리지의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가'가 예정되어 있다. 이 듀오 작품을 연주하는 비올리스트는 김세준, 문세현이다. 프랭크 브리지는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지만 비올라로 전향하여 리오넬 터티스를 사사했다. 당대 최고이자 역사상 최초의 스타 비올리스트라고 불리는 리오넬 터티스는 실내악 연주자인 동시에 작곡가였던 브리지에게 비올라 레퍼토리 작곡을 요청했고, 이에 응하여 브리지가 작곡한 비올라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이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가'라고 한다. 그러나 브리지가 작곡한 비올라 듀엣 작품들은 공식적으로 출판되지 않았고 원고조차 상실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올라 듀엣 비가가 현대에 잔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작품의 연필 초고본을 영국 왕립예술대학교 도서관에서 파울 힌데미트가 발견하여 이를 복원한 뒤 연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순전히 그 덕분에 이번 무대에서, 잊혀지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두 대의 비올라를 위한 비가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막스 본 바인치엘의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이다. 사실 바인치엘은 지휘자이자 성악곡 작곡가로서의 영향력이 크다. 비올라가 그의 음악 인생에서 자리한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나 19세기에 비올라 앙상블 작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바인치엘은 비올라 작품을 작곡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야상곡'인데, 이 작품은 일반적인 현악4중주로도 연주될 수 있는 곡이라고 한다. 그래서 비올라 1과 2는 바이올린의 음역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비올라 4는 첼로 파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연주를 들어보아도 확실히, 일반 현악4중주 구성으로 연주되어도 어색함이 전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화롭고 균형미 있게 아름다운 작품이다.

 

 

김규현ⓒJino Park.jpg

김규현 ⓒJino Park

 

 

2부의 첫 곡은 헨리 퍼셀의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환상곡 10번'이다. 퍼셀은 이 환상곡에 1번부터 15번까지 총 15곡으로 구성해 두었다. 이 15곡이 모두 1680년 여름에 한꺼번에 작곡이 되었다고 하는데 비올라만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하모니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환상곡이 음악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악상대로 작곡된 형태의 작품을 가리킨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대위법적인 요소들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런 차원에서 바로크의 대명사인 바흐를 떠올려볼 수 있겠으나, 퍼셀의 환상곡은 대위법적 요소들을 내포하면서도 충분히 즐겁고 아름다운 앙상블을 자아낸다. 곡은 매우 짧지만 2부의 도입부에서 영국 바로크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네 비올리스트의 연주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곡은 다시금 가르트 녹스의 작품이다. 바로 '마랭 마레의 스페인 풍의 나폴리아'가 연주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녹스가 비올리스트이자 작곡가로서 비범한 비올라 작품들을 많이 만든 만큼, 비올라만을 위한 이번 무대에서 녹스의 작품이 두 곡이나 연주되는 것은 당연지사일 듯하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랭 마레의 '스페인 풍의 나폴리아'를 주제로 한 변주곡이라 한국어로 표기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마레의 주제를 가지고 변주하면서, 녹스는 자신이 작곡한 '비올라 스페이스'의 테크닉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었다. 앞서 1부에서 연주된 비올라 스페이스 4번은 피치카토에 특화된 것이었지만, 그 외에도 술 폰티첼로, 술 타스토, 글리산도 등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녹스의 변주곡에서는 마랭 마레의 주제를 바탕으로 비올라가 다양한 주법으로 연주하는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어 음악적 아름다움과 비올라의 기교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번 포 비올라의 마지막 연주곡은 바로 요크 보웬의 '네 대의 비올라를 위한 판타지'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보웬은 비올라의 음색을 바이올린보다 선호했었기에 비올라 작품들을 상당수 남겼다. 그리고 이는 1부에서 나왔던 프랭크 브리지와 마찬가지로, 리오넬 터티스가 작곡가인 보웬과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 역시, 터티스가 보웬에게 비올라 4중주 작품을 요청한 결과로 작곡된 작품이다. 보웬의 환상곡은 애수 어린 선율로 시작해서 점차 빠른 음악 속에 묻어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다양한 텍스쳐를 보여주는 보웬의 작품 속에서 일관된 점은 굉장히 애가적인 악상들을 표현력 있게 풀어나간다는 점이다. 충만한 서정성과 함께 포 비올라 무대를 끝맺을 순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될 정도다.

 

 

이승원.jpg

이승원

 

 

포 비올라 무대를 꾸밀 네 명의 비올리스트들은 각각 노부스 콰르텟 그리고 아벨 콰르텟과의 인연이 있는 연주자들이다. 노부스 콰르텟의 전 비올리스트였던 이승원과 현 비올리스트인 김규현의 조합은 1부 무대에서 녹스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아벨 콰르텟의 전 비올리스트였던 김세준과 현 비올리스트인 문세현 듀오의 연주는 1부 무대의 세 번째 곡인 브리지의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우리나라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뛰어난 두 실내악단 출신의 비올리스트들이 만나 펼치는, 비올라만의 향연인 셈이다.


특히나 바흐의 샤콘느를 제외하면 네 곡의 비올라 4중주와 두 곡의 비올라 2중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이번 무대를 정말 특별하게 만든다. 어느 공연에 가서 이만큼 비올라와 진솔하게 마주하는 음악적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무반주 비올라 작품을 들을 때에야 비올라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겠지만, 이마저도 무반주 비올라 작품만으로 구성된 리사이틀을 보는 건 거의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비올라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자리가 흔하지 않은 만큼 비올라를 사랑한다면 이번 무대는 정말 놓쳐선 안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 비올리스트가 다른 이들과 앙상블을 이룬 무대들을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 네 연주자가 모여서 보여줄 시너지가 어떨지 너무나 기대된다. 이승원, 김규현, 김세준, 문서현 모두 현악4중주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비올라만으로 이룰 이 특별한 앙상블 속에서도 그들의 음악적 감각은 분명 놀랍도록 조화로울 것이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예정된 특별하고 귀한 무대인 만큼, 한 달이 남은 포 비올라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1년 9월 18일 (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포 비올라 For violas

비올라의, 비올라에 의한, 비올라를 위한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약 9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목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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