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조성의 탁월함을 부정하다 - 발칙한 예술가들 [도서]

발칙함 뒤 숨겨진 것
글 입력 2021.08.0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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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영국 런던에 자리한 공연예술공간,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에서 예술 및 학습 감독으로 재직중인 책의 저자 '윌 곰퍼츠(William Edward Gompertz)'는, 해당 도서를 통해 독자들에게 예술가처럼 사고할 것을 전달한다. 곰퍼츠는 《발칙한 예술가들》을 통해 그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예술가들을 사례로 든다.

  

곰퍼츠는 우선 예술가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또한 예술가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그는 모든 인간이 창조성을 가진다고 답한다. 예술가들의 탁월함은 창조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이런 보편 능력을 집중시킬 자신만의 개별 대상을 발견하는 것에 탁월했다는 게 곰퍼츠의 주장이다.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PART1 그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창조성〉은 이런 발견의 과정을 서술한다. 곰퍼츠는 해당 부분을 전개하며 말하고자 하는 것은 탁월함을 위한 그들의 사고이다. 개인적으로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Louis David)'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는 이 작품 자체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지 않는다. 그저 거대한 크기를 가졌다는 것만을 말하지만 이 역시 진정한 경이로움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곰퍼츠가 볼 때 이 그림의 진정한 가치는 화가가 내렸을 수많은 '결정'에 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이 그러했듯, 다비드가 대작을 완성하며 마주했을 수많은 물음과 판단, 그 결정에 작품의 진정한 경이로움이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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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루이 다비드(Jacque-Louis David)의 《소크라테스의 죽음》

 

 

곧 다비드가 창조성을 발휘한 탁월함일 것이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과거 행했던 문답에 자신의 창조성을 집중하여 그만의 작품을 완성한 셈이다. 실제 해당 작품이 출품된 1787년의 살롱에는 '장 프랑수아 피에르 페이론(Jean -Francois-Pierre Peyron)'이 동일 주제로 작품을 출품했지만, 두 사람의 작품은 크기와 형태는 물론 사람들의 평마저 상이했다.

 

곰퍼츠가 '폴 세잔(Paul Cézanne)'과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언급하는 부분도 유사성을 지닐 듯 싶다. 그는 세잔이 자신의 업적을 두고 한 말을 인용한다. 그저 고리를 하나 더했을 뿐이라는 문장이다. 또한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나,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는 피카소의 말을 언급한다.

 

사람들이 대게 예술가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창조'는 무에서 뚝 떨어져 생겨나는 탁월함이 아님을 지적하는 것 같았다. 곰퍼츠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창조 그 자체나 그로 인한 결과물보다,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곰퍼츠는 "누구나 예술가처럼 창의적이고도 대단한 사고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윌 곰퍼츠, 강나은 옮김(2021), 《발칙한 예술가들》(RHK), 6쪽.]고 적었다. 그러나 사고 능력을 가지는 것과 사고 능력을 행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애초 그는 창조성을 탁월함으로 보지 않았다.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역량 자체는 이미 모두에게 있을 것이다.

 

 

[표1] 발칙한 예술가들.jpg


 

그러나 이를 정말 행하는 일은 별개의 영역으로 보인다. 역량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난다면, 애초 이유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만인의 능력이 소수에게만 존재하리란 착각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가능한 이유, 가능성만이 존재한다면, 우리 모두 예술가여야 한다. 그들이 예술가로서 가능한 이유가 있음은 곧 예술가로서 우리가 가능하지 않은 이유를 반증한다.

 

책의 후반부는 〈PART2 우리가 예술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로 이름 붙여져 있다. 힘이 있음에도 그들은 가능하고 우리는 불가능한 이유, 그를 넘어서는 방법을 말했다면 실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창조성을 가지고 있고, 그를 발휘할 방법마저 배웠는데 행하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다만, 이 방법은 기술적이고 내용적인 무언가는 아닐 것이다. 곰퍼츠가 책의 후반부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태도이다. 곰퍼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감과 독립적 사고의 장려이다. 예술적 기술이 아니다. 사회는 사람들이 가진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창조성을 발휘한 우리의 결과물이 피카소의 작품과 같진 않을 것이다. 12살 때부터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렸다고 하니 방도가 있을까. 그러나 작품을 위해 문답했던 다비드의 노력은 우리의 창조물에도 충분히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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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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