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구부러진 못의 이야기 [드라마/예능]

KBS 드라마 스페셜 <평양까지 이만원>
글 입력 2021.07.2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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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를 다니던 영정은 쪽지 하나를 건네받는다.

 

 

‘박영정 베드로 부제는 신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는 문란한 사제가 외도하여 낳은 자식으로 신부가 될 자격이 없다.’

 

 

영정은 곧장 어머니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평생 사진으로조차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해 묻는다. 어머니는 영정의 말에 대답 대신 눈물을 흘린다. 충격을 받은 영정은 신부의 길을 포기한다. 삶의 목표를 잃은 그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어느 날, 영정의 신학교 동기인 차준영 신부가 그를 찾아온다. 둘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준영은 영정에게 신부가 되기를 포기했으면 연애라도 하라고 말한다. 영정은 그게 부러우면 자신처럼 신부를 그만두라고 대꾸한다.

 

준영의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를 마친 준영은 내일 미사가 있다며 갑자기 자리를 떠난다. 혼자 남겨진 영정이 술잔을 기울이던 중, 준영의 주일학교 선생인 소원이 옆자리에 앉는다. 소원은 영정을 유혹했고, 둘은 하룻밤을 보낸다.

 

영정은 소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그녀가 준영의 애인임을 알게 된다.

 

준영과 교제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유혹한 소원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준영에 대한 질투심이 영정의 머릿속을 헤집는다. 준영과 소원 사이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금지된 사랑이 겹쳐 보이는 순간, 영정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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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정은 어머니에 대한 원망과 연민을 동시에 느낀다. 자신을 외도한 사제의 자식으로 만든 어머니를 원망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평생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그녀의 사랑을 안타까워한다.

    

영정이 준영과 소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과 유사하다. 준영과 소원 사이에서 영정은 울부짖는다.

 

 
“참았어야지. 죽을 힘을 다해 참았어야지. 그래도 안 되면 차라리 죽어버렸어야지. 하나님 아버지던, 신부 아버지던.. 나 같은 놈 세상에 태어나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표면적으로는 준영과 소원에게 하는 말이지만, 영정의 외침은 자신의 부모를 향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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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영정의 목표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일어난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어머니와 달리 소원은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신학교를 그만둔 자신이 소원과의 사랑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준영에 대한 사랑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소원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준영을 평생 그리워할 것을 직감한다.

 

영정은 소원의 손을 잡고 준영에게 달려간다. 준영에게 소원을 사랑하는지 묻는다. 준영은 하늘에 계신 분께 통하는 유일한 길은 기도밖에 없다며 대답을 회피한다. 영정은 말한다.

 

 
“사람한테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에게 먼저 정직해지는 거야.. 사람한테도 통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딜 하늘을 넘봐 건방지게”
 

 

영정은 준영에게 소원을 위해 사제의 길을 그만두라고 말하고, 준영은 소원을 안으며 이에 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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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양까지 이만원>은 아름다운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물들 앞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부러진 못’은 테너 파바로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파바로티는 구부러진 못을 발견하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는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구부러진 못이지만, 파바로티에게는 소중한 행운의 징표였다.

 

작품 안에서 영정은 구부러진 못으로 비유된다. 비록 자신은 구부러져 제 역할을 못하지만, 다른 이의 행복을 위하고 불행을 막는 역할을 한다.

   

작품의 제목이 ‘평양까지 이만원’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 하다.

 

평양은 갈 수 없는 곳이므로 작품 내에서 불가능한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비유를 시작하자면, 휴전선은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이해할 수 있다. 평양이라는 먼 거리에 비해 싼 가격인 이만원은 금방이면 도달할 수 있을 것처럼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매우 가까움을 내포한다.

 

‘평양까지 이만원’이라는 표현은 심리적으로 가깝지만, 종국에는 도달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작품은 이러한 상황 속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4



다시, <평양까지 이만원>은 아름다운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7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비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긴 작품이다. 작품을 직접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글을 줄여 본다. 끝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속 대사를 남기고 싶다.

 

 
"가장 낮은 사랑이 가장 깊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바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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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균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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