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잊혀진 진실과 연대의 손길 : 사라진 소녀들

글 입력 2021.07.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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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쟁의 아픔을 겪었다. 폭력과 고통이 난무하는 처절한 시절을 우리는 겪었고, 또 누군가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피지배국에는 모멸과 공포만이 남는다. 점령자의 무자비함은 얼굴을 마구 짓누르듯 다가온다. 숨이 막히는 순간에서도 끊임없이 저항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먼 훗날, 역사는 그들을 영웅으로 조명한다. 그러나, 한줄기 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잊힌 이들도 있다. <사라진 소녀들>은 바로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1944년,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에 침투해 대항하던 영국 특수 작전국은 고초를 겪는다. 수많은 남성 요원들이 잡혀가고, 작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비서 엘레노어는 회심의 작전을 제안한다. 남성이 어렵다면 여성을 내세우자. 주변 멸시와 기우에도 불구하고 국장의 지원하에 작전은 진행된다.


엘레노어는 여성 비밀 요원들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무사히 요원들을 파견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게 해야 했다. 이것은 영국을 위한 일이기도 했지만, 여성을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던 당시 시대에 대한 반항이기도 했다.


같은 해, 런던에서 속기사로 일하던 마리는 엘레노어의 제안으로 비밀 요원이 되었다. 프랑스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는 것, 그것이 마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녀는 추후 프랑스로 보내진다. 줄리언이라는 가명을 쓰는 베스퍼 조직과 함께 일했다. 처음 그가 비밀 요원이 된 것은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도, 절절한 애국심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뿐인 딸 테스를 위한 돈, 그리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1946년, 악명 높던 독재자와 그의 일당들은 한순간에 악독한 범죄자로 전락했다. 그들에 대한 재판이 이뤄질 즈음, 뉴욕의 그레이스는 교통사고로 출근길이 막히자 기차역으로 향했고, 주인 잃은 갈색 가방과 가방 속 사진을 발견한다. 젊은 여자들의 독사진이었다. 얼마 안가 그녀는 그 사진과 가방의 주인이 당일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엘레노어의 것임을 알았다.


엘레노어는 왜 이곳, 미국까지 왔으며 이 사진 속 소녀들은 누굴까. 그레이스는 무력한 일상으로부터의 탈피인지, 참지 못한 호기심인지 모를 알 수 없는 동기로 엘레노어의 과거를 파헤쳐 가고, 끝내 그가 과거 영국 특수 작전국 소속이었으며, 사진 속 소녀들은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에 침투해 무선통신원으로 활동한 비밀 요원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전쟁과 독재가 끝난 후, 그들의 존재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승리를 위해 철저히 이용된 미끼가 되었을 뿐, 국가는 그들을 지켜주지도, 찾아주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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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묻혀간 진실들이 있다. 승리에는 때때로 대가가 따른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그런 거 말이다.

 

대개 그 ‘소’를 맡는 이들은 가장 밑바닥에 깔린 약자들일 테다. 피 흘리지 않고 이뤄낼 혁명이 어딨겠는가. 어찌 보면 그럴듯한 말이다. 그러나 이용되는 희생자들은 저들이 제물인지 모를 때가 많다. 그렇게 얻어낸 해방이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진실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엘레노어, 진실의 한가운데 서있던 당사자지만 이미 잔뜩 상처 입고 지친 마리가 겪은 처절한 과거를 기억해 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개는 죽었거나 과거를 꺼내고 싶지 않거나, 자신을 위해 입을 다물기를 원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을 세상으로 꺼낸 것은 바다 건너 살던 그레이스였다. 연인을 잃은 슬픔에 허덕이며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그레이스가 우연한 계기로 그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 세상이 잃어버린 진실을 꺼내고자 다짐하며 자신 또한 세상으로 한 발 나아간다.

 

 

"어떤 일은 여자 혼자 처리해야만 하는 법이다."

 

<사라진 소녀들>, p495

 

 

이 책은 세 명의 여성을 필두로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지만 그들을 비롯해 마리와 함께 적장으로 몸을 내던졌던 수많은 여성 요원들의 연대를 보여 준다. 실제로 이런 팀이 조직되어 실전에 투입이 됐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역사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쓰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꽤나 많은 여성들이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기가 어렵다.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 등이 아니라 온전히 제 이름 석자 하나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여성들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이 책에서 거론되었던 그들의 이름들은 반드시 기억하고 싶어졌다. 나라도, 나 하나라도 당신들을 기억하겠노라고, 그렇게라도 그들의 노고를 위로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레이스가 이어받은 기억의 불꽃이 이후에 어디까지 퍼져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냉혹한 현실에 훅 꺼져버릴지도 모른다. 부디 이 글이 퍼져 당신에게도 불꽃이 닿길 희망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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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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