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는 늦으면 안 된다 -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도서]

‘환경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글 입력 2021.07.2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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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햇볕이 정말 따갑다. 아침, 낮, 저녁의 구분은 ‘덜 덥다, 덥다, 습하면서 덥다’로 구분될 따름이다. 특히 이번 여름은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던 2018년의 여름과 기압 배치가 똑같아지면서, 일 최고 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이어질 때 발효되는 폭염경보가 계속 해제되지 않고 있다.


길어지고 강해지는 뙤약볕, 반대로 이제 따뜻해지고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겨울을 한해 한해 갈수록 쉽게 느끼곤 한다. 인간이 이제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날씨는 인간이 일으킨 환경 오염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매스컴의 성토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위기를 지적하면 관심을 가지는 건 그때뿐, 사람들의 생활에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새롭게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수요가 증가하며 일회용품 사용 빈도는 극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모든 도로에서 차가 멈춰서 있다. 식목일은 공휴일도 아닌데 왜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날이 되고야 말았다. 북극곰이 디딜 빙하를 잃고 물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은 인간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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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에서 지구환경과학을 전공했다. 그 때문에 보통의 사람보다는 환경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두고 있다. 환경 과학을 공부한 사람의 시선에서는, 대중에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오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필요성만을 주입 받았을 뿐, ‘환경이란 무엇이고, 진짜로 심각한 문제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97%의 과학자는 지구 온난화가 실재한다고 주장하지만, 3%는 지구 온난화란 허상이라고 믿는다.


아마 독자 중에는 환경 오염이 지속하면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빙하기와 같이 추워질 것이라는 주장을 접해본 분도 있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인간이 일으켰을까, 아니면 인간의 활동과는 자연적으로 더워지는 것일까? 지구 전체의 온도가 1℃ 올라가는 것이 그렇게 심각한 걸까? 북극곰을 왜 보호해야 하는 걸까? 생물 종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것은 인간에게 왜 중요한 걸까? 우리가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노력이 기후 변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할까? 기업, 국가 단위에서의 거시적인 노력만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내일 날씨도 맞히지 못하는 인류가 미래의 환경을 어떻게 그린다고 하는 걸까?


우리는 이미 환경에 관해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무작정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거나, 환경 보호는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기 전에, 지구 기후 변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인간이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진부한 결론으로 이끌어가는 여타 책과는 다르게,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의문점을 해결해주며 자연스럽게 결론으로 유도해주는 바람직한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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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제5장, ‘하키 스틱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하키 스틱’은 지구의 평균 기온을 연도별로 나타낸 그래프로, 서기 1000년부터 현재까지를 살펴보면 1000~1900년에는 그래프가 수평을 유지하다가 1900년~현재의 구간에서 선이 갑자기 치솟은 모양이 마치 하키 스틱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마이클 만(Michael Mann, 1965~)이 그려낸 이 기후 변화 그래프는 고기후 상에서 일어났던 지구 자체의 변화는 무시한 채, 오로지 인간만이 지구의 온도를 올렸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대중에게 알려졌을 때 어마어마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이클 만이 구현해낸 기후 변화 추이는 구현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고’ 풍자하는 그림이 등장하는가 하면, 급기야 마이클 만의 연구실로 우편물로 둔갑한 탄저병 폭탄이 배송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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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불을 붙인 것은 2007년 BBC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The Great Global Warming Swindle)’이다. 지구온난화는 허황일 뿐임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논지를 펼친 후, 학자들이 정부의 연구비를 타기 위해 인류가 환경 앞에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상황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주장은 일부의 사실만으로 전체를 왜곡하는 ‘체리 따 먹기(cherry picking)’라는 점을 강조하며 논지를 하나하나 반박해 나간다. 이산화 탄소의 급격한 증가는 인류가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1850년부터 불과 200년도 안 되는(지구의 나이가 46억 년인 것을 고려했을 때) 기간에 일어났으며 이것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에 기여했다는 명백한 사실을 과학적으로 납득시켜준다.


*


사실 과학적인 지식 이외에도 인류가 환경 보호에 앞장서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윤리적인 측면이다. 회의론자들은 미래 세대는 현재 세대의 상황에 따라 태어날지, 태어난다면 누가 태어날지 등이 결정되지 않은 가변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면 미래 세대를 고려해주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주장을 정치에 이용한 집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 공화당이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도 탈퇴하는 등, 현세대의 국가 발전에 모든 것이 치우쳐 있던 인물이었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고, 설득해야 할 사람의 수도 매우 많다. 일회용품을 생산하며 돈을 벌고 있는 사람, 자동차를 반드시 운전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 국가의 발전에 가중치를 두어 고민해야 하는 사람 등. 그리고 아직 인류 전체가 현재 지구의 상태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도 않다.


논의란 합의를 위한 것이니만큼, 지구가 더 더워지지 않도록 하는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으로 설득당해보자.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항상 환경을 염두에 두는 ‘환경 감수성’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이 책의 내용에 동의한다면 지금 당장 조치를 해야 함에 동의할 것이며, 다 함께 손을 잡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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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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