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3)

면접은 처음이라서요...
글 입력 2021.07.25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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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를 업(業)으로, 예술은 취미로 (3)

#4 면접은 처음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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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게 필기시험을 준비해왔던 날과는 달리, 막상 디데이가 다가오니 A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용기를 얻고자 다른 공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필기시험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기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아니, 내가 합격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준비를 한다고?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A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 않았나 쓴웃음을 지어본다.


시험날이 다가올 때까지 A는 필기시험을 치기 위해 예술경영과 문화행정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나 주요 유형이 다른 과목에 비해 많지 않은데 양은 엄청나게 많아서 공부하기 쉽지 않다) 학예사가 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과목인 박물관학을 훑어보기도 했다. 달달 외워야 하는 수도 없거니와, 이 학문이 등장한 역사가 짧기도 하여서 객관식 시험으로 준비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재미도 없었다. 1시간 뒤 교양과목 기말고사를 벼락치기하는 1학년처럼 뜨문뜨문 공부하느라 모든 부분을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신 A는 짧은 시간에도 큰 효율을 낼 수 있는 논술 필기에 집중하기로 한다. 논술 시험은 면접의 연장선상에서 준비할 수 있었고, 객관식 시험처럼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된다.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는 기출문제와 유사 답변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느 정도 감을 찾게는 해주었다. A는 당장 시험을 봐야 할 문제도 있지만, 이앞으로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했다.


 

1.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잘 이뤄지고 있는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술인 긴급 지원 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보도자료를 타고 세상에 나온 기사에 달린 댓글이 인상 깊었다. "지금 다 어려운 상황인데 예술은 무슨". 이보다 더 과격한 표현이 많았지만, 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정리해보면 아직 예술은 "삶 이외"에 속해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예술은 장사, 식사, 출근, 등교와 같은 삶의 방식일 것이지만, 이에 대한 그리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 먼저 거쳐야 할 사회 전체의 합의는 아직 우리나라에 부재한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2.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이를 활용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하기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어떠한(민감할 수도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룰 수 있는 가장 유려한 소통 수단일 것이다. 사회가 드러내지 못하는 현상과 쟁점을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고 반향을 일으키 듯, 예술이라는 돌을 던져 풀어내는 것이 하나의 역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그러한 작업들이 많은 것 같다. 잊힌 공간이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하나의 예술로 남기거나 하는 기록 작업도 있고,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을 것이다.


 

3. 표현의 자유와 사회에 통용되는 도덕적 기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예술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가 허용하는 것이며, 기준은 누가 세우는 것일까. A는 거장 에두아르 마네가 그린 '올랭피아'가 처음에 형식적으로도, 표현적으로도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생각한다. 당시의 주류 문화에서는 그 그림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A는 이 주제를 생각하며 개인적인 영역에 가까운 예술과 사회적인 영역인 문화가 충돌하는 현장을 앞으로도 자주 보게 될 것임을 직감한다.

  

 

4. 문화예술과 문화예술 행정이 가지는 가치와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문화 정책 상에서, 국가는 자국의 문화예술 진흥과 국민의 문화 향유를 위해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예술인 지원 정책의 근본은 전자로부터, 다양한 문화행사 등의 프로그램은 후자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행정은 국가의 문화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자 그 가치를 공공에 기여하기 위한 과정이다. 단순히 나 자신이 직업을 갖는다는 의미 외에도, 이 일이 갖는 의미를 거시적으로 생각해보고 그것과 나를 맞춰가는 과정도 중요할 것이다.

 

*


 

"필기시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네? 면접은 1주일 뒤라고요?"

 


다행히 A와 함께 시험을 준비했던 스터디 그룹원들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함께 면접을 준비하기로 하였다. 모든 면접이나 답변이 마찬가지겠지만, 정해진 문제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아진다. A는 면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대답할 수 있고 그 답변으로 자신이 가진 장점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돋보기를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더하여 코로나 시대의 면접은, 마스크를 쓰고 말하는 연습을 추가적으로도 준비해야 했다. 말하는 것에 크게 어려움을 겪었던 적 없었던 A지만 마스크를 쓰고 긴장된 자리에서 크게 말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최대한 편한 마스크를 준비하고, 마스크 속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는지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위와 같은 과정 외에도 생애 첫 면접을 준비하는 것은, 면접 때 입고 갈 정장과 구두부터 구매를 해야 하고, 한 달 전쯤 물들여놓은 머리를 안타깝게도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과정까지 마쳐야 끝이 났다. A는 외적인 준비까지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면접장에 들어선다. 자리한 모두가 정적을 지키는 가운데,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는 것조차 긴장되었다.


이 순간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A가 문화예술이라는 업의 세계와 대면하는 첫 순간이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준비해왔던 것들을 검증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역시 A에 대해 모를 것은 분명하지만, 나에 대해 알기 위해 앞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질 것이다. A는 질문을 받고 잠시 동안 머리가 하얘졌지만,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길어야 10분 동안 진행되는 면접에서 자기소개 등을 제외한 개별 질문은 몇 번 주어지지 않고, 주어진 질문 안에 (불쾌감을 줄 정도로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의 임팩트를 남겨야 했다. A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첫 답변을, 그 세계에 처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술을 취미로, 문화를 업으로 삼기 위해 지원한 A입니다."

 

 


 

 

이후에 계속...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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