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류 모두의 적

글 입력 2021.07.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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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에는 루피, 현실에는 헨리 에브리


 

누군가 '해적'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당당히 '루피'라고 답할 것이다.

 

"해적왕이 될 거야!"라는 포부를 연신 밝히며 자신의 동료가 되라고 외치던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내가 만난 첫 번째 해적이다. 어린 시절, 최고의 보물 원피스를 찾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긴 모험을 떠난 루피일행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기도 하고 실제 해적들의 무대였던 대항해시대를 상상해보곤 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대항해시대는 사실 해적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창작물에 의해 낭만적으로 포장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찰나의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여전히 흥미로운 주제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할 또 하나의 책 <인류 모두의 적>이 있다.

 

<인류 모두의 적>은 해적 한 명이 바꿔놓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을 담은 책으로, 원피스와는 달리 실제 존재했던 역사 속 해적왕 헨리 에브리의 추적기를 담고 있다.

 

책은 부분적으로 '해적왕'이라 불렸던 헨리 에브리의 이야기와 동시에 현대사에서 몇몇 강력한 제도들이 초보적 수준의 아이디어에서 어떻게 필연적인 제도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도들의 형성 과정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제도들의 궁극적인 승리를 방해한 중요한 저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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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단 한 명의 해적, 헨리 에브리


 

17세기 가장 악명 높은 해적왕으로 이름을 날리던 헨리 에브리. 헨리 에브리가 선장으로 이끌던 팬시호의 항로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넓은 바다를 항해하며 해적으로 활동했는지 알 수 있다.

 

헨리 에브리는 전 세계적으로 수배령이 내려진 최초의 인물이자 '인류 모두의 적'이라고 불렸는데, 이 두 별칭은 모두 1659년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공격하면서 얻게 되었다. 그가 보물선을 공격함으로써 인도의 이슬람 시대가 붕괴되며 대영제국군이 들어서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대영제국 시대의 방아쇠가 당겨지게 된 것이다.

 

 

"동인도회사가 그로부터 60년 후에 인도 아대륙에서 제국적인 세력, 즉 1억이 넘는 백성을 지배하는 '회사국가(company-state)'가 될 거라는 건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 p.278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나비효과' 이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헨리 에브리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처럼 "해적왕이 될 거야!"라는 큰 포부를 가지고 해적 활동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만화의 주인공에 뒤지지 않는 큰 기록을 남겼다. 아마 그는 자신이 인도 무굴제국의 보물선을 공격하면서도 이러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 의하면 그의 행동으로 인해 역사가 바뀌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헨리 에브리가 보물선을 공격한 만큼의 스케일은 아니지만, 오늘을 만들어내는 나의 행동이 미래에 어떠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말이다. 긍정적인 결과일지, 부정적인 결과일지, 또는 미미하다고 조차 할 수 없는 결과일지는 모르지만, 헨리 에브리의 이야기는 과연 나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생각하고 상상하게 만든다.

 

*

 

앞서 언급했듯 책은 헨리 에브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히 연대기만을 나열한 것이 아닌 그의 행동이 세계사에 어떠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는지를 함께 담아내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사를 담은 이 책은 천재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스티븐 존슨의 명성답게 한 명의 해적으로부터 시작되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입체감을 느끼게 해준다.

 

모두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순간도 있지만, 세계사와 해적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다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지는 전개가 어느새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의 이야기를 납득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 루피와 함께 원피스를 향한 해적의 항해를 함께 했다면, 성인이 된 지금 스티븐 존슨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현실의 해적 헨리 에브리와 함께 흥미로운 세계사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책을 편 순간,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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