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색을 향한 여정 [미술/전시]

<일상과 어우르는 우리 색>展을 관람하며
글 입력 2021.07.1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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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색으로 가득하다.

 

과거 자연의 물질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색이 합성염료로 대체되면서 자연스레 색의 보편화와 다양화가 이뤄졌으며 더 이상 예전만큼 색이 귀하지 않다. 모두들 색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별도의 사유없이 그저 수동적으로 소비할 뿐이다.

 

하지만 색은 얼과 다름없다. 나라와 시대마다 특유의 색조가 존재하며 우리는 유물의 색채감이나 색의 쓰임새를 통해 그 속에 함의 된 정서와 미감을 추측할 수 있다. 우리에게 색이란 언제나 감응적 개념으로, 고운 색을 향한 열망은 본능과 마찬가지이다.


7월 7일부터 7월 12일까지 KCDF 갤러리에서 진행된 <일상과 어우르는 우리 색>展은 이병찬 선생이 반평생 염색 연구가의 길을 걷는 동안 만난 여러 장인과 제자, 주변의 생활공예인과의 인연의 끈으로 교류해온 삶의 궤적을 반추하는 전시이다.
 
그녀는 천연 식물 염색의 길을 개척하고, 연구하고, 실증적으로 자료를 만드는 등 한국 전통 염색에 있어 우리색의 명맥을 살리려 애써왔다. 특히, 1980년대 꺼져가던 우리 고유의 쪽빛을 식물학자 이창복 교수의 도움으로 10년에 걸친 탐구 끝에 복원할 수 있었다. 우리 고유의 색을 현대로 불러오는 작업이 유의미한 까닭은 현 시점과 같은 상황일수록 티없이 맑은 빛깔이 값지기 때문이다.

이병찬 선생은 우리의 고유색을 깨끗하고 영롱한 오방색이라 정의한다. 오방색이란 황, 청, 백, 적, 흑의 5가지 색을 말한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색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이 바뀌기 마련이지만, 자연에서 채취한 오방색은 기호에 관계없이 우리로 하여금 어떤 아련한 감정에 젖어들게 유도한다. 궁극적으로 그 색감이 한국의 심성 및 문화와 섬세하게 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오색지에 글과 그림이 합쳐진다면 과연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전시장 한 켠에 놓인 다양한 오색지 작품들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자연 그 자체의 오색지에 펼쳐진 글과 그림은 각각의 매체가 갖는 일반적인 전달력보다 훨씬 진한 울림을 관람자에게 전한다. 또한 작품이 매개하는 심상이 한 층 더 풍성해지기에 오롯이 미적 체험에 빠져드는 게 가능하다.
 
정교히 색을 입힌 한지와 비단 엽서에 새겨진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그림, 떡집 아주머니의 글, 아마추어 공예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 묵선 심재영 선생의 아름다운 서체와 글귀, 만포 변해익 선생의 시서화 등은 그동안 망각하던 우리 색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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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심재영 선생의 여러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국한문혼서에는 독특한 글귀가 적혀있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기도문의 내용과 비슷하다. 라인홀드 니부어의 기도문은 다음과 같다.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내가 나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에 끝없이 불만족을 느끼며 불평한다면 어디까지나 불행한 삶이 아닐까. 평소에 공감하던 교훈이 적힌 노란 오색지와 마주하니 나의 부정적 성격이 확실히 옅어지는 듯 했다.
 
노랑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부드러운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휴식하게 하는 소중한 색이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노란 배경의 작품에는 계속해서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봄철에 길가에 피는 개나리처럼 샛노랗지 않기에 오히려 적절히 알맞은 수준의 긍정적 기운을 충전한 것 같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감물 염색에 대하여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매염제 없이 감물과 햇빛, 시간으로 이토록 고상한 붉은 갈색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했다. 감물 염색이 된 천은 감물의 타닌 성분으로 인해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알맞게 빳빳해져 때를 잘 타지 않으며 더러워져도 쉽게 눈에 띄지 않고 땀을 흘려도 피부에 달라붙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감물 염색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집약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투명하며 구김이 잘 가는 재료를 선호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한지 뿐만 아니라 생명주, 인도 야잠 등 다양한 실크 소재를 감상하게 되어 기뻤다. 연약한 소재에 빛이 투과되어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모습은 늘 내게 좋은 영감을 선사하고 기억 한 켠에 기분좋은 잔상으로 자리한다. 내가 여러 미술 장르 중 특히 섬유예술에 빠져든 까닭이 바로 이 때문 아닐까.
 
이번 여름에는 최대한 많은 작품들을 보고 느끼며 내 관심사를 부지런히 키워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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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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