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리는 매일매일 '함께 나아가지!' [영화]

지친 우리에게 건네는 위로
글 입력 2021.07.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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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매일. 사실 영화를 보고 온지 벌써 이주가 넘었다. 개봉 다음날 달려가서 바로 보고 왔다. 그런데 아직까지 글을 쓰지 못한 까닭은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에 복잡하게 맴도는데 글로 정리가 잘 안 되는 탓이다. 하고 싶은 말들을 다시 정리하고 천천히 글로 옮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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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로 결심한 것은 영화소개에 적힌 단 한마디 때문이었다. ‘90년대 말 함께 페미니즘을 외쳤던 친구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 질문이 마음을 간지럽게 했다. 몇 년 전 학교에서 젠더수업을 들으며 영 페미니스트들의 존재를 알았다. 지금보다 훨씬 여성의 인권이 지켜지지 않던 때에 앞에 서서 싸우고, 여성 연대를 만들어 서로를 지탱하고 보듬는, 지혜롭고 강한 그들을 보며 ‘멋지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들이 현재에 와서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제 1장. 여섯 여자의 이야기



영화는 강유가람 감독 본인과 그의 페미니스트 친구들을 하나하나 조명하며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군필자 가산점 위헌 판결 이후 이에 대항하는 남성에 맞서 싸우던 키라, 고려대 학생들이 이화여대 축제에서 난동을 피우던 ‘고대생 집단 난동 사건’을 공론화하여 폭력적 문화를 근절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짜투리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지하철 성추행 방지 방송을 만들어내고, 여성들을 위한 기금을 마련해 그들만의 금융기관을 만들고, 대학 새내기들의 성폭력 방지를 위한 규범을 제정하는 등, 여성 권익을 위해 싸우던 여섯 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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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만 배웠던 영 페미니스트들의 역사의 한가운데 서있던 이들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 ‘가람’, ‘키라’, ‘짜투리’, ‘오매’, ‘어라’, ‘흐른’ 여섯 여자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여섯 명의 영 페미니스트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각자의 인생을 찾아 떠났다. 각자 조금씩 다른 길을 찾아 떠났지만 그들의 가치관과 인생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동물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 누군가를 설득하는데 지쳐 수의사가 되었다던 키라는 여전히 소싸움을 멈추기 위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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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짜투리는 제주여민회에서 더 나이든 페미니스트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었고,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소장이 된 오매는 안희정 사건의 불합리한 판결에 맞서 싸우고, 낙태죄 위헌 판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흐른은 뮤지션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달하고 있었고, 가람은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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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놀라게 만든 것은 어라였는데, 어라는 여성주의 의료협동조합 살림을 만들어 여성을 위한 사업을 꾸려 나가고 있다.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싶어.’라며 눈을 빛내던 그는 여성을 위한 금융기관, 여성을 위한 교육기관, 여성을 위한 병원 등 여성이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시설과 사업 마련에 힘쓰며 차근차근 기반을 마련해간다.

 

이런 기획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행동력과 결단력에 감탄했다.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그만두더라도 그들을 받아줄 수 있는, 그들을 위한 일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여성주의자란 이런 사람이구나 했다.


모두들 영 페미니스트로서 함께하던 과거시절에서 벗어나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빛나고, 매일매일 여성을 위해, 스스로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고 있었다.


 

 

제 2장. ‘착한 여자’와 ‘꼴페미’



여기 두 부류의 여성이 있다. 한 여성은 허구의 것이고, 한 여성은 실재한다. 하지만 두 여성 모두 ‘만들어진 것’이다. 전자의 여성은 남성 커뮤니티에서 쉽사리 언급되는 ‘꼴페미’란 것이고, 후자의 여성은 그렇게 만들어진 ‘꼴페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하여 만들어진 ‘착한 여자’다.


언젠가 인기 남성 유튜버의 영상에서 그런 것을 보았다. 악플이 달리자 그 아래 유튜버가 ‘나한테 털린 꼴페미인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여성 팬층이 많은 유튜버였다. 그럼에도 모두 웃으며 그런가보다 했다. 이게 만들어진 여성의 전형이다. 형체도 없는 ‘꼴페미’란 것은 욕먹어도 싼 존재가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여성들은 ‘꼴페미’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검열한다.

 

최근에 들어서는 ‘페미’라는 말 자체가 그렇게 쓰인다. ‘페미’는 무엇인가? 무슨 사상을 가진 사람들인가?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가? ‘페미’를 욕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 모든 것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커뮤니티에서 자주 회자되며 욕을 먹는 ‘페미’는 미디어와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의 것에 불과하다. 여성을 검열하고, 권력의 우위에 서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최근의 ‘페미’에 대한 담화를 보고 있자면 몇 년 전 남자 동기들과 했던 얘기가 떠오른다. 그들은 여성의 차별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만 ‘꼴페미’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꼴페미, 래디컬 페미니스트, 급진적인, 무엇이 급진적인지 궁금했다. 사람을 폭행했나? 범죄 행위가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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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꼴페미’를 욕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우리는 매일매일’ 속 여성들을 보여주고 싶다. 그들이 행한 것은 남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나 폭행이 아닌 그저 서로를 돕는 일이었다. 서로를 돕고, 아끼고, 연대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저 ‘잘 살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게 잘못되었다면, 아니꼽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3장. 우리는 매일매일 ‘함께 나아가지!’



 

“그때 그 행복한 순간이 이후에 지금까지도 많은 힘든 것들을 버티게 해주는 기억들이야.”

 

“페미니즘을 만난 후에, 내가 태어나서 던져진 이 세상이 또렷해지고, 색깔도 분명해지고..”

 

 

주인공들에게 페미니즘을 만난 후의 삶에 대해 묻자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 행복하다 말한다. 그때의 기억이 행복하고, 아직도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준다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때로는 싸우고, 패배감을 느끼기도 하고, 바로 눈앞에서 아픈 장면을 목격했을 그들이 ‘행복하다’했다.


페미니즘을 만난 후, 사실 나는 조금 힘들었다. 엄마, 아빠와 함께 TV를 보는 일이 힘들었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성폭력, 성추행 기사와 이어지는 가벼운 판결에 분노하는 일이 지쳤다. 아픈 일들이 만연한 사회에서 마냥 무력함을 느끼는 것이 힘들었다.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페미니즘으로 알게 된 세상 때문에 그랬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만나서 행복해졌다는, 구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괜히 눈물이 났다. ‘우리는 모두 삶 속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 안에서 누군가 함께 헤엄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나는 사실 조금 두려웠나 보다. 언제까지 페미니즘을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지. 앞으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 지쳐 내가 변하진 않을지. 나이가 들어 혼자가 된 내게 그 때의 기억이 후회로 남진 않을지. 그런 내게 주인공들이 말했다.


 

“매일매일 달라져 가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나이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아. 달라지는 친구들의 모습이 쌓여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이 값지고 소중해.”

 

“나는 나이 드는 것에 대한 큰 선망이 있었어. 내가 성장하면서 변화하는 걸 나는 알잖아. 그걸 더 많이 한 사람이 되는 게 기쁜 거지. 나이 드는 게 뭐가 두려워. 이렇게 주변에 친구들이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잘 살고 있는 걸까? 불안함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우리가 함께라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매일매일 ‘함께 나아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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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신호를 보내줘

깜깜한 바달 겁내지 않도록

너를 놓치지 않게 깨어있을게

언제라도 이어질 수 있게


흐른 <우리는 매일매일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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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영화를 보러 갔다면 영화 후반부의 ost를 들으며 영화관의 불이 켜지는 순간까지 가만히 눈을 감고 기다리길. 극중 주인공인 흐른과 가람이 만든 노래의 가사를 곱씹다보면 가슴 뭉클한 위로가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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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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