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감상자의 시선에서 탐사자의 시선으로 -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도서]

작품 속 감춰진 비밀 이야기를 풀어내다
글 입력 2021.07.1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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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책


 

‘모든 작품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 한 문장은 이번 책을 단숨에 설명해 준다. 문장을 직관적으로 보면, 작품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살펴본다.


예술가의 작품은 저마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작품은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창작자의 생각을 내포한다. 또한,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를 거친다. 우리가 바라보는 작품은 원본 그 자체라 하더라도 수많은 시간과 여러 사람의 손길을 거쳐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작품을 보며 아는 작가나 주제 또는 시대와 상이한 측면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은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The Secrets of Art)’라는 제목에 걸맞게 우리가 보는 작품의 모습 이외에 보게 되는 더 많은 이야기와 숨겨진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는 작품에서 우리가 아는 작가, 주제, 시대와 일치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띈다. 물리적 또는 회화적으로 어색할 수도 있다. 물감이 유달리 두껍거나, 거울에 비친 대상이 흐릿하거나, 그림 속에서 일관되지 않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화면 아래에 유령 같은 이미지의 흔적이 보일 때도 있다.’

 

(8p)

 

 

 

감상자의 시선에서 탐사자의 시선으로


 

‘작품에는 어떠한 비밀이 있을까?’


작품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그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펼쳤다면 이제는 작품을 감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숨겨진 이야기를 찾고 발견하는 탐사자의 시선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숨겨진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책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우선 작품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보는 작품은 어떻게 탄생되었으며 누구의 의뢰를 받았고 어느 곳에 보관되고 놓였으며, 작품을 본 이들과 소장한 사람은 누구였는지와 작품의 물리적 상태는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은 작품 복원 과정을 다루는 전문가인 미술학자나 보존 전문가와 과학자의 영역이라 그들의 연구 자료가 없이 작품을 깊이 몰입하며 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은 작품 너머의 숨겨진 역사나 문화적 배경 그리고 작품 상태의 변화를 밝힌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덟 가지의 시선으로 작품 속 비밀을 탐사하다


 

책의 목차는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물감 속을 꿰뚫어 보다

2. 표면 아래

3. 착시의 미술

4. 정체를 숨기다

5. 검열

6. 비밀스러운 상징

7. 드레스코드

8. 완성되지 못하고 훼손되고, 파괴된

 


모든 장을 설명한다면, 이 책에 대한 비밀을 쉽게 파헤칠 우려가 있으니 몇 장만을 추려서 말해보려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았던 1장과 4장 속 작품을 소개하겠다.

 

 


물감 속을 꿰뚫어보다


 

1장 ‘물감 속을 꿰뚫어보다’에서는 작품에서 보이는 시각과 사고의 측면을 넘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비밀을 파헤친다. 이를테면, ‘겹겹이 쌓인 의미’로 소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The Lady with an Ermine)>’과 ‘과학과 추측’으로 소개된 ‘토머스 게인즈버러, <푸른 옷의 소년(The Blue Boy)>’가 그렇다.


두 작품에서 눈으로 보이는 것을 넘어서 생각해 볼 때 궁금증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이 그림은 어떠한 비밀이 숨어 있을까를 질문에서 시작해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이며, 작가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어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는지 그리고 작품을 그린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이 그렇다.


다양한 질문들 중 필자는 ‘작품을 그린 과정’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 책을 보면서 발견한 놀라운 부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겉으로 볼 때는 두 작품 모두 처음부터 작품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어 보였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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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레오나르도 다빈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 (오) 토머스 게인즈버러, <푸른 옷의 소년>


 

먼저,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은 프랑스의 엔지니어 파스칼 코드는 층간증폭법(LAM)을 활용해 작품의 물감층 속에서 다른 성분들을 찾아내는 방법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초상화 아래 두 개의 초상화를 발견했다. 하나는 여인 체칠리아의 모습만을 담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담비를 포함시켜 그렸으며 동물의 모습 또한 처음에는 유연한 근육질 담비에서 온순한 회색빛 모습의 담비로 그렸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기술을 통해서 최종 작품이 만들어지기 전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한편, <푸른 옷의 소년> 작품 또한 변색된 광택제를 드러내 캔버스 윗부분에서 ‘회개하다’라는 의미인 ‘펜티멘토(pentimento)’를 발견했다. 이 작품은 엑스선 분석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발견했고 실제의 작품보다 인물이나 물체가 붓질로 훨씬 두껍게 칠해져 있음을 밝혀냈다. 게다가, 현미경과 적외선, 자외선 분석을 통해 작가가 작품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른 물체로 대체한 모습을 알아냈다.


기술의 발전과 문헌 연구 그리고 과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본 작품의 모습은 기존의 것에서 추가되어 작품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 위에서 언급한 두 작품은 20세기에 사용한 엑스선과 자외선 분석과 21세기에 등장한 다중 스펙트럼 스캐닝과 영상 장비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통해 물감 속을 꿰뚫어보는 훼손되고 빛바랜 작품의 실제를 볼 수 있었다.

 

 


정체를 숨긴 그림에 대한 호기심


 

다음으로, 4장 ‘정체를 숨기다’에서는 미술가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에 정체성을 어떻게 불어 넣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예컨대, 미술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을 작품 안에 이야기 또는 상황과 어울리도록 시각적 요소를 첨가하거나 비밀을 숨긴 정체를 만들어 의미를 더하거나 때론 자신의 그림에 자신을 숨겨 넣는 것 등이 그렇다. 이러한 방법은 관찰자가 작품의 더 많은 의도를 알고 싶도록 만든다.


이처럼, 관찰자의 궁금증을 내포하는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그림’으로 소개된 ‘디에고 벨라스케스, <라스 메니나스(Las Meninas)>’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특히 필자는 이 작품을 놓고 방송에서 종종 진실을 찾기 위해 논쟁이나 미스터리를 풀어냈던 장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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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디에고 벨라스케스, <라스 메니나스>

 

 

실제로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모호한 구도로 인해 오랜 시간 왕과 왕비의 위치, 관람자의 시점, 그림 속 화가 앞의 모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도적으로 벨라스케스는 작품의 답을 공개하지 않고 그 해답을 관람가의 몫으로 돌림으로서 더 많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필자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가까이 배치된 인물 뒤로 보이는 거울에 비친 필리프 4세와 두 번째 왕이 오스트리아의 마리아나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거울이 아닌 투명한 창 넘어 보이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는 사실에 그들이 위치한 곳을 상상했고 살짝 돌아선 왕비의 모습과 곧은 자세로 있는 필리프 4세의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도 상상했다. 책을 통해서 보니 이러한 추정은 근거가 약하는 결론과 왕과 왕비를 담은 초상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말해주었다.


더불어, 벨라스케스가 작품 속에 있는 것은 흥미로운 요소였다. 화가는 관람자의 위치에서 작품을 그렸지만 실제로 화가가 바라보는 위치는 그 반대편이며, 시선 또한 관람자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벨라스케스는 여러 궁정에서 화가로 일했고 화가에게 허용되지 않은 직위를 얻으며 경이로운 경력을 쌓았던 인물이라 한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후 다시 작품을 바라보면 이전의 해답이 풀리면서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잠시 소개된 작품을 들여다보며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고 무엇을 표현했는지 살펴보며 작품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소개한 장 이외에도 생각해 볼 만한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의 두께는 상당함에도 각 장 내 작품 별 내용의 양은 많지 않아 언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필자는 작품의 의미를 찾아보면 찾아 볼수록 새로운 사실이 더해져 작품을 또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시대가 발전하고 신기술이 개발되거나 문헌 자료의 발견으로 이전에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되는 것처럼 미래에는 또 어떠한 관점으로 보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작품의 비밀을 탐구해보고 나니 다시 작품을 볼 때는 이야기까지 되새기며 보게 될 것 같다. 작품의 숨겨진 이면을 알고 싶다면, 그 비밀은 이 책에 있으니 당신은 펼칠 준비만 하라.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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