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손안의 친절한 음악 선생님 - 클래식은 처음이라 [도서]

천재도 결국 인간이더라
글 입력 2021.07.1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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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상경하여 자취한 지 어느덧 6년 차가 되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일 때보다 혼자 있을 때가 마음은 훨씬 편하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외로움에 몸부림치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보려고 해도, 1년 반째 지속하는 팬데믹 때문에 결국 오롯이 내가 견뎌야 한다는 사실과 부딪치고 만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필자의 방을 채우고 있는 것은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가구와 책들, 반투명한 창문은 우습다는 듯 뚫고 들어오는 강한 햇볕과 그걸 이기지 못하고 끝내 더워지는 공기, 그리고 이들 사이를 비집고 앉아 글을 쓰는 유기물인 나밖에 없다.

 

이럴 때 사람들은 으레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기를 진동 시켜, 즉 음악을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설상가상으로 필자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을뿐더러(현대인의 필수 아이템인 이어폰도 없다!), 그나마 관심 있는 장르인 가끔 K-pop을 찾아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나에게 클래식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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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사이트에 ‘클래식’을 치고 무작정 첫 영상을 틀었다. 그전까지 즐겨 들었던 K-pop은 시야 전면에 주인공처럼 등장하여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는 느낌인 데 반해, 클래식은 조연으로서 조심히 귀에 들어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느낌이었다.

 

멀티태스킹을 못 하고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는 성격의 필자가 클래식을 틀어놓고서는 글도 쓰고 사색에도 잠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클래식을 듣기 시작하면서 외롭고 쓸쓸한 감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황량했던 집 안을 클래식 음악으로 채우기 시작한 필자에게 어떤 음악을 들을지 추천해줄 개인 교사가 필요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날 하루의 기분 상태나 분위기에 어떤 노래를 들어야 할지 안다면 내가 스스로 하루 치의 BGM을 선곡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이 도서를 선택하게 되었다. 조현영의 책 ‘클래식은 처음이라’는 ‘오늘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DJ이자, 서양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교양 강의 교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모차르트는 이 시기에 경제적 문제로 상당히 힘들어했는데, 그가 쓴 편지의 대부분이 돈을 꿔달라는 내용이었다니 산다는 건 모차르트 같은 천재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던 듯합니다. 모차르트 같은 천재 음악가도 현실에서는 음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생활인이었던 것이지요. 이런 악조건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희망에 찬 멜로디를 작곡해낸 모차르트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은 너무나 낯선 분야다.

 

입시 중심 교육의 산물로 음악가와 대표작 정도를 외우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을 뿐, 멜로디와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의 부재는, 관현악 선율이 귀를 스쳤음에도 아무런 의미와 느낌을 받지 못하는, 한 마디로 ‘듣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클래식은 어렵고, 딱딱하고, 매력을 알 수 없는 장르가 되어버렸다. ‘클래식이 처음이라’는 딱딱한 음악 이론 설명 대신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이야기를 하며 대중이 클래식을 향해 가진 뭉친 근육을 풀고자 했다.

 

본디 인간이란 죽고 몇 세대가 지나면 기억 속에서 잊히는 존재일진대, 이 책에 등장하는 열 명의 음악가는 몇 세기가 지나도록 일생이 반추되고 남은 음악은 전 세계에서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흔히 ‘비범하다’고 하고 그 독특성의 원인을 ‘천재성’이라고 이름 붙인다.

 

하지만 작가는 이들 역시 주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돈이 없어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었던, 독자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강조한다. 그 유명한 바흐도 생계를 위해 음악 감독 일을 알아보고 다녔으며, 리스트도 가족의 죽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대부분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열렬히 구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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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실패로 좌절하거나 세상의 칭찬에 으쓱해져 한눈팔지 말고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라.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몇 세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음악도 결국 부단한 노력과 생각의 결과물이다. 우리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 듣는다고 생각했던 클래식은 작곡가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우리 곁으로 성큼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 작가의 생애를 알고 나니 비로소 클래식이 들리기 시작한다. 본인이 쓴 악보를 보고 흥에 겨워 방을 거닐었을 음악가의 모습, 반대로 우울감과 자괴감에 빠져 눈에 초점을 잃은 채로 음표를 휘갈겼을 음악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몇백 년 전의 그들도 오늘날의 우리와 똑같이 밥벌이를 고민하며 돈을 벌기 위해 원하지 않는 곡을 만들어야 했고, 결코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실력을 가진 라이벌 때문에 좌절했으며, 원하는 성공에 가닿을 수 없어 초라함을 느끼기도 했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디 그뿐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비탄에 잠기거나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방황하고, 숱한 연인과 염문을 뿌리면서도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 사무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삶에서 자주 실수했고, 종종 실망했습니다. 바로 우리들처럼 말이지요.

 

 

필자에게는 고등학생 시절, 예술사와 미학 서적을 탐독하고 동아리까지 만들어 활동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해 준 책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음악가의 생애와 그들의 음악을 QR코드를 따라가며 듣다 보면, 그 음악이 배경이 되었던 기억 속 순간이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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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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