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처음 보는 비밀 미술관 [도서]

글 입력 2021.07.1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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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같다.

 

포장재를 열고, 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비밀’, ‘미술’이라는 키워드만 훑어보고 선택한 책이라 얼마나 두꺼운지, 어떤 목차로 이루어졌는지 사전 정보가 없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한 책에 다룬단 말인가.

 

미술, 특히 미술 작품은 잘 모를 때가 가장 감상하기 쉽다. 전문가들이 몇 세기를 걸쳐 분석한 자료들을 읽다 보면 배움과 더불어 부담감이 생긴다. 전시장에서 미술 작품을 마주할 땐 공간에 담긴 모든 물체를 나 스스로 분석해야 한다고. 그래서일까. 미술은 오랫동안 배움의 영역이다. 춤, 노래, 글, 그림, 영상 등 다른 예술 분야와 견주어 보아도 진입장벽이 견고하다.


커다랗고 두꺼운 벽을 마주했다고 상상해보자. 대개 그 위용에 뒤돌아서거나 반대로 벽을 부수고자 하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있다. 이걸 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고작 생각이 바뀐다고 내가 벽을 마주한 현실이 달라지는가? 당연히 바뀐다. 사람은 생각하고, 그 생각 중에서 특정 부분을 믿는다. 그 믿음이 행동 양식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어 ‘가치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개인 고유의 것이 된다.


그러니 미술을 만날 때에도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은 한 편에 제쳐두는 게 좋다. 논픽션 글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모든 내용을 수용할 필요 없다.

 

새로 나온 아이템을 구경한다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 마음으로 책의 구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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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은 여덟. 소제목마다 대여섯 개의 작품 이름과 그 작품을 표현하는 저자의 한 마디가 담겼다. 서양 미술사에 관심이 있었거나 관련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에겐 아주 낯익은 작품들이다.

 

물론 모른다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이 책의 기획 의도 자체가 미술 작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밝히고자 한다. 레이어를 층마다 분해하여 캔버스 아래의 그림을 발견하거나 사물들의 의미를 당시 시대상과 연관 지어 추측해보는 식이다. 초심자에게도 가뿐하다.


오히려 미술 관련 전공자는 내용 면에서는 흥미로운 지점이 없을 수도 있다. 여기서 책의 두 번째 기능이 등장한다. 이 책의 특징은 첫째, 앞서 말했듯 크기가 크다. 인덱스를 제외하곤 230페이지라서 의외로 짧다. 두 번째, 텍스트가 적고 그림이 많다. 한 작품을 깊게 다루지 않아서 서양 미술을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잡지와 전시관을 섞은 것 같다.


챕터를 시작하기 전, 양면을 가득 메운 그림이 나온다. 다음 장으로 넘기면 톤 낮은 원색을 배경에 둔 텍스트가 나온다. 챕터의 서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가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전시 벽 같다. 그 다음부턴 하나의 미술 작품을 4페이지에 걸쳐서 말한다. 처음 두 페이지에선 전체 이미지를, 그다음 페이지에선 부분을 확대하거나 같이 살피면 좋을 작품들을 짧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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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형식은 미술 관련 전공자들이 참고하기 좋을 것 같다. 자신이라면 이 전시장 같은 책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작품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고,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무엇으로 설정할지.

 

특히 가독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 이를테면 그 색의 조합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가독성을 포기할 만큼 이 카테고리를 잘 표현하는 상징색인지 말이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미술을 ‘배우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지 않아 책에 서술된 사실들은 이곳에 담지 않았다. 미술을 즐겁게 볼 마음이 생겼다면, 이제 책 표지를 넘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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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 속의 '시크릿 코드'가 드러내주는 소설만큼 환상적인 이야기
 
모든 미술 작품에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언뜻 스쳐보는 것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그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순간, 익숙했던 고전 명화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오고 난해했던 현대미술은 감동을 건네 온다. 지금까지 미술 작품을 쉽게 즐기지 못했다면 그건 작품이 들려주는 '이야기' 듣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그림 속에 감추어진 '시크릿 코드'는 우리를 진정한 감상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키워드다.
 
그림의 시크릿 코드를 알면 우리는 캔버스 너머에 있는 작품의 진짜 의미를 볼 수 있게 된다. 16세기 대표적인 여성 화가 소포니스바 앙귀솔라가 자화상에 스승 캄피의 캔버스 속 모델로 자신을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빈센트 반 고흐가 친구이자 동료였던 고갱을 정작 고갱 없이 그린 <고갱의 의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티치아노도 평화로운 분위기의 <전원 음악회>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상징과 이야기를 넣었고,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남아 있다.
 
작품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학기술만큼 정교한 기법으로 이미지를 그린 작가들도 존재한다. 한스 홀바인은 자신의 그림 <대사들> 한가운데에 특별한 방법으로만 볼 수 있는 이미지를 그려 그림에 더 깊은 의미를 더했다. 원근법의 대가로 알려진 안드레야 만테냐는 <신혼의 방에 그려진 둥근 프레스코화>에서 섬세한 원근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치 방 안에서 뚫린 천장으로 하늘을 보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낸 이 프레스코화는 낮고 좁은 방을 매력적이고 마법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시크릿 코드 중에는 화가가 의도적으로 그림 속에 숨겨놓은 것도 있고, 자연스러운 환경의 영향으로 남은 것도 있으며, 검열 같은 사회역사적 요인 때문에 생겨난 경우도 있다. 예술가가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이 흔적들은 작품이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사회를 드러내고 예술가의 진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명작'이 되게 한다.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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