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 절친의 오디세이 - 트립 투 그리스 [영화]

그런데 코미디를 곁들인, 미식 여행기
글 입력 2021.07.1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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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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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그리스>는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그리스를 여행하는 ‘트립’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그곳의 음식을 맛보고 서로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그래서 시리즈물이긴 하지만, 전편을 보지 않아도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극 중에서 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델포이,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인문학,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Already e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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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여행은커녕 밖에 돌아다니기도 힘든 요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였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볕과 쾌청한 날씨는 그리스의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푸르른 자연과 함께 멋진 식당에서 만든 음식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식도락 여행이라고 했지만, 영화 내내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음식보다 풍경이었다. 영화에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두 절친은 맛을 일일이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의 짧은 줄거리를 보고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그 대신 터키 아소스와 그리스 아테네, 델포이에서 두 절친의 즐거운 여행기를 담아내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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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그리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나눈 두 절친의 대화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의 농담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화를 따라가며 웃기도 했으나 점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영국식 유머라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그들 특유의 유머 코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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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중반을 넘어가면 흥겨운 분위기에서 서로 빠르게 말을 주고받아 웃어야 할 타이밍이라는 직감은 있는데 어느 부분에서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특히 스티브와 롭이 알 수 없는 유명인사들의 성대모사를 할 때 조금 당황스럽다. 그들의 성대모사가 정말 유명인사들의 목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낸 것인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배역을 한꺼번에 연기하니 혼란스럽기도 하다.


영화를 보면서 함께 웃고 싶었기에 그들의 농담을 이해하려 애썼으나, 영국인이 아닌 이상 혹은 그들의 문화를 잘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이해하기 힘들었기에 그만두었다. 코미디 영화 앞에서 너무 진지해져 버리는 것만큼 재미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명이 필요한 농담은 실패한 거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생각을 멈추고 그들의 수다를 흘려들었다. 그랬더니 성대모사 하는 대상은 모르지만 그걸 따라 하는 스티브와 롭의 목소리가 신기했고 그들의 표정이 꽤 익살스럽게 보였다.

 

또, 성대모사를 하다가 가끔 던지는 인문학적인 부분, 역사라든지 신화라든지 오디세우스 얘기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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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첫 시작인 월요일, 설렘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화요일, 어느새 새로움이 익숙해져 버린 수요일,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는 목요일과 금요일, 마지막 토요일까지 영화에서는 스티브와 롭이 여행하는 6일 동안의 시간을 요일로 알려준다. 검은 화면에 해당하는 요일만 하얀 글씨로 띄워서 컷을 나누니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영화 속 하루가 지날 때마다 여행의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스티브와 롭이 아니라 그들을 보는 나라는 사실에 웃음이 났다. 풍경을 비출 때 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에 귀가 아파 그들의 목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여행 마지막 날이 되니 사실은 소음이 아니라 주파수가 조금 어긋난 라디오를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여행을 이미 즐기고 있던 것은 나였을지도.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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