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마음을 이어주는 이츠허밍의 음악 Part 2

글 입력 2021.07.1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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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정확하게 나아갑시다!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난 Part 1에 이어 이츠허밍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Q. [그런 날들이]는 스트링 편곡이 인상적이에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문득 자꾸 흥얼거리게 되는 곡이기도 해요. 이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이츠허밍 : 음. 스트링이 아주 예술이죠. 어느 훌륭한 분이 하셨는지.(웃음)


[그런 날들이]는 제 곡 중에서 템포가 가장 빠르고 신나는 곡이에요. 둠칫 둠칫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곡이라 저도 공연 때마다 자주 셋리에 넣곤 하는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 곡이 이렇게 템포가 빨랐나’ 체감하며 놀랄 때가 많아요.


평소에는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사소한 것들이 새삼스럽게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친구들과의 만남, 소소한 가족 모임, 가벼운 여행을 비롯한 각종 문화생활 등. 작년부터 시작된 거리두기로 인해 그런 것들이 더 사무치게 그리운 것 같아요. 우리 대부분은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항상 곁에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그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하지만 이렇게 한 발자국 물러서 있는 지금은 그게 느껴져요. 더욱더 제가 숨 쉬고 살아가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려고 해요.


 

Q. 이전 활동 중에 이츠허밍 님이 하신 말 중에 ‘천천히 가지만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도달하겠다’는 얘기가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그리고 우자 님이 저에게 하신 말씀 중에 ‘뮤지션이 정도의 길을 가야죠’라고 단호하게 한 말과 비슷한 울림이 있었어요. 그런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존경심이 들게 되거든요.


부산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홀로 많은 고군분투를 하고 마침내 정규앨범까지 나왔는데 그 와중에 점점 발전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몇 안 되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얘기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한 얘기인지 궁금해요.


A. 이츠허밍 : 저는 제 인생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기를 원해요. 그래서 항상 저 자신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천천히 꾸준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제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거예요. 때로는 빙빙 둘러갈 수도 있겠고 남들보다 늦게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정석대로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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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곡을 만드는 방식이 궁금해요. 평소에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지, 워크 플로우는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가사를 먼저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계속해서 제 이야기를 계속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서 가사를 쓰지는 않고 주로 일상을 살다가 스쳐가는 말들이나 책, 영화를 보다가 느낀 점들, 그리고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주제들을 단어에서 문장, 문단으로 발전시켜서 곡을 만들어요.


거의 대부분 후렴구의 가사가 먼저 완성되는데 조금씩 벌스 부분에 살을 붙이다 보면 멜로디를 흥얼흥얼 하게 되고 그러면 그때부터 음성 메모로 녹음을 하면서 끝없는 수정의 과정을 거치게 돼요. 피아노와 보컬은 셀프로 뚝딱 가이드를 만들고, 생각해놓은 편곡의 방향대로 리듬, 베이스, 기타 순으로 녹음을 받고 있어요. 신스(synth)나 오르간, 스트링이 들어가는 곡은 조금씩 순서가 달라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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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츠허밍이라는 아티스트는 스스로가 피아니스트지만 기타 중심의 음악을 하는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예요. 여성 솔로로서는 최근에 보기 드물다고 생각해요. 보도자료에서 ‘제2의 랄라스윗’이나 ‘포스트 안녕하신가영’이라고 언급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그분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것 같아요.(웃음) 그 와중에 피아노 하나로 진행되는 [난 가끔씩 말야]에서는 본인의 목소리와 피아노만으로도 이츠허밍만의 감성을 잘 표현했어요. [난 가끔씩 말야]는 어떤 내용을 담은 곡인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우선 랄라스윗과 안녕하신가영 팬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요.(웃음) 저도 그분들의 음악을 아주 오랫동안 들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존경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입니다.


[난 가끔씩 말야]는 저에게 엄청나게 실험적인(?) 곡이었는데요. 항상 풀밴드 사운드로 크게 크게 편곡을 하다 보니 피아노 한 대만으로 곡 전체를 이끌어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보컬적인 면이 더 부각이 돼야 하는 곡이라 적절한 편성이었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 곡을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진심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참 부러워요. 제가 그러질 못해서 그런가.(웃음) 저는 오히려 꾹꾹 눌러 담아서 삭히는 편이거든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라든지 소중한 가족들에게 더 그런 것 같아요.


이 곡은 가제가 '휴게소'였는데 새벽녘 고속버스 휴게소에 줄지어있는 화물차들을 보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올라서 쓰게 된 곡이에요. 부끄러워서 누구라고는 밝힐 수 없지만 여러분들만의 소중한 '너'를 대입하면서 감상해주세요!

 




 

Q. 더블 타이틀곡인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은 공연 때마다 늘 마지막을 장식하던 곡이었어요. 드디어 음원으로 나오네요.(웃음) 최근 박물관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극장 용에서 진행한 [토닥토닥 예술나눔 : 인디뷰Player] 공연을 함께 했어요. 그날 음향사고도 있었지만 어김없이 마지막 곡인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까지 잘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웃음) 그날 공연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 곡이 어떤 곡인지 알려주세요.


A. 이츠허밍 : 흑흑. 그날의 음향사고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덕분에(?)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기긴 했는데 지금의 저로선 앞으로 더 좋은 기억들로 머릿속을 채워가며 계속 전진하는 수밖에 없어요.


첫 순서이자 첫 곡은 언제나 긴장되잖아요. 그리고 그렇게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건 제 생애 처음이라 무의식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었나 봐요. 설상가상 4월인데도 비가 장마철처럼 하루 종일 내리는데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잔 터라 컨디션도 썩 좋지 않고 불안했죠. 그런 게 제 표정으로 다 드러나서 내심 속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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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리허설 때 모니터 체킹을 다 했는데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깨달았어요. ‘아, 모니터가 안 나오는구나’ 그 상태로 노래를 계속 불렀는데 목소리가 안 들리니 음정도 다 나가고, 호흡도 모자라서 끝처리도 엉망진창에 난리도 아니었답니다.(웃음) 첫 곡이 끝나고 모니터에 대해 음향 기사님께 말씀드렸고, 다행히 그다음 곡부터는 제대로 된 모니터 환경에서 무사히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은 제목 탓인지 항상 공연 마지막 순서로 부르게 되는데요. 이상하게도 그 곡을 부를 때는 그렇게 신날 수가 없더라고요. 마지막 곡이라는 안도감 때문인가.(웃음) 이 곡은 제가 절친한 친구에게 써준 편지 구절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를 위한 마음의 온기는 식지 않기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이 가사가 바로 편지 내용이에요. 이런 편지를 받으면 여러분도 감동받으실 것 같죠?(웃음)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다 부산에 있다 보니 그리움의 감정은 어쩌면 저에게 친구 같은 존재인가 봐요. 곡 중에 안녕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만 ‘사요나라’ 같은 의미는 절대로 아니고요.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또 만나!’라는 씩씩한 의미의 안녕이에요.


 


 

Q. 개인적으로 이츠허밍 님의 곡 중에서 좋아하는 곡은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와 [오늘따라 유난히 생각나는 너]에요. 둘 다 제목이 긴 곡들이네요. 특히나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는 브리티쉬 모던 록 스타일의 기타 사운드가 좋아요. 매번 앨범 사진들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특히 이때는 카리스마가 넘쳤어요.(웃음) 곡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A. 이츠허밍 : 너지어(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는 이별 이후에 겪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우리는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학교, 회사 등 각자의 일상을 견뎌내야 해요.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게도 순간순간 나를 다시 과거로 데려다 놓곤 해요. 사실 그게 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도 몰라요. 이상하게도 한 사람만 내 삶에서 없어졌을 뿐인데 우리는 그 빈자리를 어루만지며 조금 오랫동안 슬퍼하게 돼요. 아마도 한 때 내 인생의 전부여서 그런가 봐요. 그럴 때 제 노래가 여러분의 옆을 묵묵하게 지켜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부산 출신으로 부산의 아티스트들과 친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친오빠인 언마크드 님도 있고 예전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와의 인터뷰에서도 선훈 님이 이츠허밍 님을 언급하셨어요. 세계적인 밴드 세이수미의 드러머 성완 님과도 얼마 전에 만나신 게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기도 했고요. 부산 인디 씬은 상황적으로 씬이 좁은 만큼 아티스트들 간의 신뢰와 유대가 서울보다 더 특별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믿어]는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웃음)


A. 이츠허밍 : 크 훌륭하신 분들이시죠. 같은 부산 출신으로서 아주 멋지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특히 선훈이와 성완 오빠와는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초반에 재즈 스터디를 한답시고 합주도 여러 번 했었는데 그때는 저렇게 대단한 분들이 될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친하게 지낼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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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오빠(언마크드)는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게끔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주는 정말로 고마운 사람이에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이 고맙고 사랑해요. 오빠의 이야기도 계속 음악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그 은혜에 보답할 수 있도록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저는 솔로로 활동하고 있지만 혼자 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믿어주고 응원해주고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수많은 손길들이 있기 때문에 저와 제 음악이 존재한다고 믿어요. 그리고 그렇게 믿기 때문에 제 음악이 조금 더 반짝반짝 빛나나 봐요.(웃음)


[언제나 믿어]는 '힘내. 천천히 가자. 언제나 믿어'라고 그 언젠가 저를 위로해주고 믿어준 모든 사람들과 저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담은 노래예요.


여러분 힘내요. 천천히 가도 괜찮아요. 언제나 믿어요!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A. 이츠허밍 :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지금처럼 계속 부딪혀가면서 경험을 쌓는 게 답이겠지요.(웃음) 제 음악이 일상에서 계속 생각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이츠허밍 : 지금처럼 꾸준히 곡을 쓰고 EP든 정규든 계속 앨범 단위로 발매를 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이제는 좀 더 활동반경을 넓혀서 대중적으로 곡을 팔 수 있는 탑라이너/작사가로서도 꾸준히 활동해보려고 합니다. 더 다양한 음악을 작업하다 보면 분명 제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이츠허밍 : 이츠허밍이라는 아티스트의 긴 글을 읽어주시고 조용히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날마다 성장해나가는 아티스트가 되도록 항상 노력할게요.


우리들의 매일매일이 언제나 좋은 날이기를 응원합니다. 언제나 믿어요. 감사합니다!

 


 





오상훈

  

 

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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