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선들의 교차로

소외된 시선들에 따스함이 비춰지기를
글 입력 2021.07.0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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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기사, 칼럼을 적어도 하나씩은 읽기 시작하였다.

 

어찌 보면 정말 사소한 습관이다. 하루에 기사 하나를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 사실 하루에 기사, 칼럼 하나 읽기를 시작하면서도 ‘이것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반문이 들곤 하였다.

 

그렇게 기사, 칼럼을 읽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주일째. 전혀 예상치 못하였지만, 필자는 필자의 생각들의 범위가 일주일 전보다 눈에 띄게 넓어졌음을 정말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일주일 전과 지금의 필자의 생각의 범위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 필자의 생각 속에서, 시선들이 교차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필자의 시각과 다른 시선들이 필자 안에서 필자의 시선과 교차하며 접점을 만들어 내고, 그 접점은 필자가 그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본다는 것은, 다른 시선을 ‘취한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 아닐까. 나의 그저 주관적인 시선을 거두고 다른 시선을 취하면, 내가 보지 못하고 있었던 세상의 뒷모습이 다른 이에게는 세상의 환한 앞모습임을 필연적으로 깨닫게 된다.

 

헬리캠을 띄워 커다란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는 것처럼, 여러 일들을 조금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다.

 

 

 

시선 하나, 'Who is Ro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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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기사, 사진 출처: 한국경제 뉴스)

 

 

광고 유튜브 공개 6일 만에 조회수 69만 회를 돌파한 신한라이프의 광고 모델은, 사람이 아니다. 실제 사람이 아니라,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얼굴을 모아 만든 22살의 가상 캐릭터인 버추얼(가상의) 모델 로지 Rosy이다.

 

MZ세대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이고, 이러한 시도는 서로 다른 시선이 교차하게 하였음을 이 뉴스 기사의 댓글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뉴스 기사에 달린 한 베스트 댓글은, 가상 캐릭터 모델을 광고에 쓰니 연예인과 달리 학교폭력, 인성논란 등의 걱정이 없어 좋다고 하였다. 이 댓글은, 이미 가상세계의 인물과 현실세계의 인물 사이에 차이를 별로 두고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람인지 가상 캐릭터인지가 아니라, ‘광고에 어떤 것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인지’의 여부이다. 즉 사람 모델과, 가상 캐릭터 모델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는 시선이다.

 

이와는 다른 시선을 취하고 있는 댓글이 있었다. '점점 사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댓글이었다. 이것 또한 맞는 말이다. 사람이 아니면 광고 모델을 누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겠는가. 그런데 그 부분을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대신하고 있고,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는 범위는 나날이 넓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는 좁혀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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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보고, 필자는 시대가 변하며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자 윤리학 또한 그에 따라 다채로운 주제로 발전해 온 것처럼, ‘가상 세계의 가상 캐릭터와 현실 세계의 존재 사이의 윤리를 다루는 윤리학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윤리학은 시대에 발 맞춰 끊임없이 발전하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다. 따라서 앞으로 윤리학이 이와 같은 상황에 어떠한 철학적 입장을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시선 둘, '코로나 19 시대의 성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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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BBC News 코리아 채널에 들어가 보면, ‘전 세계 성매매 종사자들이 말하는 코로나19’라는 제목으로 미니 다큐멘터리 영상이 있다. 필자는 이 영상을 보고 정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그 놀라움은 사실 지금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한 이래로 우리는 삶의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의 현저한 감소 때문에 생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받았고, 회사원들은 동료와 함께 밥을 먹고, 일하는 것 자체가 확진자와의 접촉일 수 있기에 회사에 출근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 못하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는 상황까지 발생하였다.

 

사람에게,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과의 접촉’이 굉장히 큰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렸기에 요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더 각박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을 바라보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시선'에 대한 생각은 추호도 해 보지 못하였다. BBC의 이 다큐멘터리 영상은, 세상은 나의 생각보다 더 많은 시선이 존재하고 생각보다 이 시선들을 놓치기가 쉬움을 나에게 친절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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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리 위샹은 주점에서 호스티스로 일을 하며 두 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모두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하여 최대한 노력해야 함을 리 위샹 또한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가 없다. 큰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일을 계속 해 나가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하여 지금까지 계속 해 왔던 일을 그만두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다. 리 위샹의 딜레마는 그녀와 그녀의 아이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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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한 호스티스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뒤, 2020년 4월 9일 부로 대만의 모든 성 산업이 중지되었고, 리 위샹은 이제 영업을 하지 않는 주점으로부터 2주간의 정산금 70만원을 받았다. 70만원은 아기와 엄마에게 과연 충분한 돈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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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마르코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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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라타도 다르지 않다.

 

이 영상에서, 3500 여 개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은‘생존 앞에서 윤리는 설 자리가 없다’는 댓글이었다.

 

그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일이 '펜데믹 확산 방지'라는 모두의 목표와 정반대되는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들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는 절벽의 이름은 '생존'이다. 생존과 마주하고 있는 그들의 딜레마와 고민을 우리는 절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닥칠 ‘굶주림’,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이들의 시선에서 코로나-19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암흑처럼 느껴질 것이고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이 들지 않을까 싶다.

 

 

 

시선 셋, '우리의 생각은 시선들의 교차로가 되어야 한다.'


 

위에서 필자가 언급한 두 시선은, 우리가 사회의 여러 문제, 상황에 대하여 끊임 없이 다양하고 넓은 시선을 취하여야 함을 시사한다.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태도는 우리가 삶을 살아갈 때 항상 견지해야 할 삶의 자세일 것이다. 즉, 결국 우리의 생각은 ‘시선들의 교차로’가 되어야 한다. 세상의 다양한 이들이 저마다의 더욱 다양한 삶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가지는 수많은 시선들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바라봐지지 못하고 소외되는 삶이 없도록.

 

그 다양한 시선이 교차하는 곳이 우리의 생각이 되는 순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그림자'에 해당하였던 그들의 삶은 이제 햇빛이 만발하는 밝은 곳으로 나오게 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기사와 칼럼을 읽는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내 그 시선들이 교차하는 것을 바라본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삶이 따스함을 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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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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