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을 읽는 이유, 출판저널 523호

그릇을 키우는 과정
글 입력 2021.07.0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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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23호 평면표지.jpg

 

 

출판저널 522호를 접하고 523호를 읽게 됐다. 아직 책 문화 생태계에 관해 완벽히 깨우치지 못했지만, 작은 부분들을 <출판저널>을 통해 흡수하는 중이다. 또, 독자들이 읽은 <출판저널>에 글을 투고한 것도 있어 책이 도착하길 기다렸다. 비록 이름이 잘못 인쇄돼 아쉽지만, 그런데도 설레는 것은 아마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차이를 어렴풋이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523호에 실린 나의 글 읽으면서 부족한 점이 계속 눈에 띈다. 자잘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보여 부끄럽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품을 들여 퇴고했다. 혼을 갈아 넣지는 못했지만 충분한 시간을 들였다. 그런데, 읽을수록 더 좋은 문장이 떠오르고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그사이에 내가 성장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 눈에는 차이가 미미해 보일지 몰라도, 스스로 차이를 느낀다. 사유를 통해 한 글자씩 적어보며 불과 몇 주 전에 쓴 글과 대조한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인데, 나는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유하는 깊이가 다르다. 소화하고 담아내기 급급했던 그때와 달리 찬찬히 사유를 음미한다. 덜어내는 마음가짐도 가져본다. 물론 지금도 얼른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글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시간이 부족해 디테일을 놓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읽는 습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겹겹이 쌓아가며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운다. 내가 꾸준히 글을 읽고, 쓰는 궁극적인 이유다.

 

 

 

리더의 학습은 왜 중요한가? 글/이보균

앵무새 리더들이 조직을 망친다!

상시적인 위기의 시대, 맥락을 파악하고 큰 그림 그리는 리더 역할 중요



독자들이 읽은 <출판저널> 다음 바로 넘어가 읽게 된 목차는 리더의 학습은 왜 중요한가? 였다. 보통 차례로 읽는 편이지만 이번만은 목차에서 읽고 싶은 글을 골라 먼저 읽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보균 작가의 글이기 때문이다. 523호에 실린 '글을 소화하는 시간'에서도 본인은 도서 <존재와 사유>에 대해 잠시 말했다.

 

글이 급하지 않다. 느리지도 않다. 마치 좋은 날, 괜찮은 시간에 나가서 여유롭게 주변 풍경을 음미하며 산책을 하는 기분이 든다.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해 온도도 알맞다. 불쾌지수 하나 없는 그런 쾌청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존재와 사유>의 마지막 장을 끝냈을 때 기분이 기억난다. 살랑이는 바람에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도 관찰하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래서 좋아한다.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쉽게 흔들리는 나에게 여유를 심어준다.

 

523호 독서 경영 차례에 실린 글은 대략 열 페이지 정도 된다. 그중 5개의 소제목으로 갈래를 나눈다. 제목에서 보아 알 수 있듯이, 리더의 중요성을 말한다. 글쓴이 이보균이 말하는 앵무새 리더를 실제 만나 본 적도 있고 비전을 제시하고 항상 발전적인 사고관을 가진 리더를 만난 적도 있다. 다행히 나는 후자가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지금 경험보다 훨씬 더 큰 리더를 만날 기회가 존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경험이 전부라고 말하긴 턱없이 부족하기에, 현재 경험하는 리더가 내 인생 최고의 리더라 단언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짧은 경력 중 만난 리더 중에서는 최고라 말할 수 있다.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무수한 책임이 따른다. 윗사람으로서 하는 말은 가볍지 않다. 말 한마디에 과정이 좌지우지된다. 보수적인 리더를 설득하는 팀원의 역량도 따르겠지만, 리더가 가진 비전은 팀원으로 하여금 충분한 동기부여와 신뢰, 또 자기 자신의 발전도 맡기는 셈이다. 그리고 비전에 영향을 받은 팀원 한명 한명이 모여 분위기를 만들고 단체를 만들며, 어떠한 시너지를 만드는 조직이 된다. 이것이 바로 리더가 가진 실무 능력보다 리더로서 가진 조직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거나 더 최악은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저자 이보균은 후자에 설명한 리더를 '앵무새 리더'라 표현한다. 몇 번의 성공을 거쳤고 리더의 자리에 올랐겠지만, 더는 학습하지 않는 리더를 뜻한다. 간단히 말하면 실속 없는 상사 혹은 고인 물이라 표현할 수 있고, 막상 내용은 부실한데 겉만 번지르르한 그런 형태를 생각해도 쉽겠다. 그리고 살다 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주위에 많이 있다. 인간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들춰내고 싶은 생각은 없으나 이런 문제로 인해 힘들어지는 조직이 많다. 하다못해 주변 얘기만 들어도 상당하지 않는가?

 

발전하는 리더는 언제나 학습한다. 그리고 소통을 꺼리지 않는다. 물론 소통의 결과가 언제나 관계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팀원에게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방향성을 재정립을 같이 할 수 있다. 하나의 팀이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고 긍정적이고 모두에게 최선인 결과를 향해 노력한다. 현재 내가 경험한 발전적인 리더의 순기능이다. 내면을 파고들면 다른 이야기와 서로의 불만이 터져 나올지 몰라도, 각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 팀원들이 맞춰가는 과정에 불협화음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모두가 해결하고 받아들일 것이냐는 발전하는 리더가 팀원들과의 소통에 대해 얼마나 실천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노력하는 리더는 자신이 만든 팀 내에서 또 다른 리더를 빚어낸다. 모범이 되지 못하는 앵무새 리더는 존중받지 못할 것이고, 그가 리더인 조직은 건강을 잃어갈 것이다. 팀원들은 하나둘씩 병들어갈 것이고 부정이 만연한 공간에서 자기도 모른 채 부적절한 행동과 절차를 당연하게 배울 것이다. 사람에 따라 어떻게 탈출할지 방법은 각기 다르다. 조직의 생명을 언제까지 유지하느냐, 그만큼 리더의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리더의 그릇은 어떻게 만들어가 가는 것일까? 끊임없는 학습도 필요하지만,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이는 습관, 흔들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정신력, 버틸 수 있는 체력, 그리고 규모의 확장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인사이트 등, 소통하기 위한 부수적인 시간을 투자하기까지, 리더의 역량에 따라 한 사람의 능력을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는지 다르다.

 

모든 사람이 다르듯, 아직 리더가 아니라 팀원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에 임하고 있는 나는, 아직 팀원 이상의 그릇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다. 다른 업계에 도전한 입장이라, 나는 중고 신입으로 가만히 있는 것도 불안하며 쉽사리 건들기도 무섭다. 앞서 말했듯이 물렁한 마음에 쉽게 약해지기도 한다. 순전히 일이 아닌 하나의 책임자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한다. 모든 사람과 마음을 맞춰 일한다는 것은 정말 이뤄질 수 없는 환상과도 같으나 그것을 목표로 실행해야 그에 준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또 위에 나열한 역량이 충분하지도 않기에 새로운 돌파구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 달려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수순은 미래에 포함된 한 종류의 과정이기에 삶을 그리며, 미래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을 한다. 당장 필요한 것은 현재를 알아야 했고, 현재를 알기 위한 과거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글은 다음과 같다.

 

 

 

독서하라! 소리내어 읽어라! 글/이은호

호모 크레아투아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



522호에서 이어진 시리즈 글이다. '세대 간 연결 속에서 독서의 방향을 읽다' 라는 첫 시리즈에서 두 번째는 방향이 아닌 실제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은 522호에 투고한 '글을 소화하는 시간'이라는 나의 글과 이어진다. 글을 소화할 수 있는 독서 근육에 대해 감명받고 머릿속에 부유하던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얻어 기뻤던 기억이 나는데, 이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

 

글을 담고 있는 책은 굉장히 단순하다. 종이와 글자로 빼곡히 들어가 있으며, 흥미를 돋우기 위해 여러 그림도 들어간 것이 책이다. 담긴 형태는 더욱 단순하다. 우리가 배운 한글을 담고 있다. 글에서 말하듯이 문맹률이 제일 낮은 대한민국에서 모두 다 알고 있는 한글은 우리가 글을 쉽게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인가, 독서 인구가 줄어간다는 것은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귀에 박히도록 들은 얘기다.

 

글의 내용을 그대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독서 인구 비중은 50.6%이고,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7.3권이며, 독서 인구의 1인당 평균 독서 권수는 14.4권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Gfk의 자료에 따르면 주요 17개국의 독서 습관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13%로 제일 낮고, 1주일 동안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도 24%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독서 인구가 적은 것이 무엇이 문제냐 묻는다면, 위의 '앵무새 리더'와 엮어 답할 수 있다. 꾸준한 독서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용기, 혹은 능력을 키운다. 독서는 앵무새 리더가 아닌 발전 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이 연관성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수 있다. 요컨대, 단 한 가지 사실을 전달할 때도 잘 요약할 줄 아는 사람이 있고, 정리가 되지 않아 혼란을 겪는 사람도 있다.

 

아직 나는 후자다. 그런 상황에 굳이 놓인 적도 없고, 놓였다 해도 지난 시절의 지식 등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낯가리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과 길게 대화를 하는 것도 꺼린다. 낯선 이가 불편하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시간이 지나 정체한 자신과 정체가 만연한 환경에 염증을 느낀 나는 탈출을 감행했고 나를 단련시킬 환경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내가 한 달에 세네 권을 읽었고, 소멸한 언어를 되살리는데, 거의 반년을 쓰고 있다.

 

호모 크레아투아가 되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데, 왜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고 있나 의문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소제목이 아닌 제목을 살펴보자. 독서하라! 소리내어 읽어라!, 첫 번째 독서하라는 실천하고 있으나, 두 번째 외침인 소리내어 읽어라!는 전혀 실천하지 않았다. 한 달에 세 네 권을 읽고 있지만 소위 무식하게 읽기만 하는 거 아닌가? 짧더라도 좋은 글을 진득하게 여러 번 읽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 드는 의문을 외면하고 <출판저널 523호>를 읽는 중 갑자기 누구보다 빨리 '소리내어 읽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에게 가장 필요하고 기본적이며 확실한 방법이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University of Waterloo)의 심리학자인 콜린 맥클로드(Colin MacLeod) 교수의 말에 의하면, 소리 내어 읽기가 기억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이 현상을 '생산 효과(Production Effect)' 명명했다고 한다. 부끄러움 많은 내가 소리내어 글을 읽을 때는 초등학교 시절, 번호를 불러 국어책을 읽으라 했을 때가 마지막인 것 같다. 이후 얼마나 숨죽이며 읽어왔던가? 지하철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가려주는 마스크 덕분에 조금은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했다. 그저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쉽게 훑어내리던 글에 집중력이 향상됐고 한 번에 더 많은 내용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7 페이지 정도의 글이었지만 핵심이 가득 담긴 글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문단까지도 본인이 공감하는 내용이 실려있다.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단지 필요를 느끼게 하는 선까지, 그리고 본인의 선택으로 결정해야 실로 내 것이 된다.

 

독서가 주는 힘은 위대하다. 나는 이 힘이 필요했고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할지 몰라도, 내가 하고 싶은 방향 중에 포함된 방법인 독서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이것이 무조건 도움이 돼서, 이점을 가져올 수 있어서가 아닌, 내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하나의 즐거움으로서 대할 수 있도록 마음을 정돈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독서를 대할 때, 누적된 효과는 실로 가장 위대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비록 저자가 말한 호모 크레아투아가 되지 못하더라도, 도태하지 않으면서 나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마음을 편안히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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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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