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 시대 예술가들의 이야기 -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

창작의 최전선에 오롯이 선 26인과의 진솔한 대화
글 입력 2021.06.3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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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좋아하고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 이끌리는 것이다. 멜로디만 좋은 음악보다 감명 깊은 가사가 담긴 음악이 더 오래 기억되듯이. 결국 사람이 좋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매료되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는 우리 시대 예술가 26인의 솔직한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다. 무대 위에서나 만날 수 있던, 동경하던 예술가들이 무대 아래에서 그저 한 직업인으로서 각자의 철학을 꺼내놓는다. 가장 예술가다우면서도 가장 인간다운 이야기였다.

 

 

 

B1A4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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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삶은 특별할 줄 알았다. 공부하는 것이 획일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예술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적성을 찾아간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들이 예술을 하는 것은 늘 즐거운 작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일반 직장인들과는 다른 고민거리와 다른 생활패턴을 갖고 있다고 환상을 가졌었는데,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술가도 우리와 같은 일을 하는 하나의 직업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산들은 데뷔 초 음악이 강박적으로 다가왔고 음악 하는 것이 재미없다는 슬럼프 시기를 겪었다. 이 말을 들은 산들의 어머니는 "일이 재밌으면 되냐?"라고 한마디를 하셨다고 한다. 그때 그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무언갈 깨달았고 무리하게 들고 있던 조바심을 조금 내려놓았다고 한다.

 

음악이 재미없을 시절의 막바지에 산들은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음이탈을 냈었다. 그 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고, 실수를 한 자신을 못 참아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음이탈이 나고 나서 덜덜 떨던 손은 제자리를 찾아갔고 모든 것들이 차분해졌다고 한다.

 

계속 그 감정을 담고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걸 직감한 것일까. 그저 그것은 한 번의 실수였다. 그는 다시 몰입하여 <잊혀진 계절>을 완성도 있게 불러내었다. 만약 분노의 감정에 묶여있었더라면 그 이후의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일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받는 일에 대해서도 교훈을 준다. 스트레스 받는 것에 대해 짧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것, 그리고 내일의 나는 내가 할 일에 집중을 하는 것. 그것이 짧은 시간의 우리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산들은 친구들이 하는 회사 생활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한다. '얘가 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이런 뒷담화를 하고 있지?'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았다. 산들은 이렇게 비슷하게 사는 삶이라면 좋아하는 거 하면서 살자는 마음을 먹게 됐다고 한다. 그 스스로가 갖고 있던 편견도 깨졌고 필자가 생각하던 예술계에 대한 편견도 깨졌다.

 

10년 동안 자기 색깔이 더 확고해졌다, 존경한다는 인터뷰어의 말에 산들은 대답한다. "저는 제가 이 바닥에서 제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우, 이 바닥 망했구나'싶어요. 실제로도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고요, 저보다 너무 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심장이 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이 더 좋고, 그 사람들한테 너무 고맙다고 한다.

 

선배들이 자리를 빛내주고 무대를 이어나가고 학생들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상상도 못한 것을 마주했을 때마다 오는 영감이나 자극이 산들의 원동력인 듯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놀라운 결과를 내는 이들을 보며 시기 질투하는 것이 아닌 좋은 자극을 받고, 감사해하며 자신도 좋은 결과를 내도록 노력하는 것. 예술가의 시선에서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시선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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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이 취미이다. 한 사람을 오랫동안 좋아하다 보면 그들의 삶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그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내디딘 발걸음과 그들이 직접 겪으며 가꿔온 가치들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며 자극을 받고 배우는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예술가: 고백과 자각은 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품고 있었다. 예술가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다져왔는지를 보여주고 자신만의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예술가 내면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인터뷰 덕분인지 일면식이 없던 배우의 인터뷰를 보고 그가 갖고 있는 철학에 매료되어 어떤 작품을 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졌을 정도다. 26인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분명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의 메시지를 찾는 즐거움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겠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인터뷰로 나만의 삶의 가치를 찾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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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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