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에릭 로메르 - 은밀한 개인주의자

현대 예술의 거장
글 입력 2021.06.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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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로메르-평면표지.jpg

 

 

작년 2020년의 해의 나의 목표는 다양한 감독들의 작품을 넓게 소화하자였다. 똑똑한 감독, 감수성 풍부한 감독, 세련된 감독들 등등 저마다의 빛나는 색을 표현해 주는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내게 분명한 자극을 주기에 확실했다. 그중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대표작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보며 남과 여의 ‘계속해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기교 없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작품에 신선한 놀라움을 느꼈다.

 

그 후 영화잡지 prism Of에서 미드나잇 시리즈 작품의 분석이 담겨있는 호를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대화’라는 소재가 중요하다 보니, 분석가들은 ‘대화’의 소재를 특색 있게 사용하는 또 다른 감독 2명을 소개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누벨바그의 마지막 거장이라고 불리는 에릭 로메르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사자자리>, <여름 이야기>, <녹색 광선> 등 에릭 로메르를 대표하는 작품은 이 외에도 상당히 많다. 작품 수가 적지 않은 만큼, 활동 영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이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되도록 숨기며 신비주의적인 삶을 살았다.

 

신비적인 사람을 보면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왜 드러내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끝없이 머릿속엔 물음표가 떠다닌다. 그래서 에릭 로메르를 서서히 알아가고 싶었고 그의 일대기는 어떤 생각을 가지며 일생을 보냈는지 알고 싶었다.

 

우선 에릭 로메르는 젊은 여성들과 영화를 만들기를 즐겼다고 한다. 또한 에릭 로메르라는 가명 뒤에 모리스 셰레라는 또 다른 남자가 숨어 있다.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비밀은 로메르의 삶에 큰 열정이 되었다. 비밀을 좋아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스캔들도, 정치 활동도, 가족사나, 이중생활이 있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그가 말하기를 자신의 삶은 항상 평범한 것이었고, 난 그저 모든 사람에게 있을 법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인용한 것 그리고 그것들을 공책에 기록을 남기면서 가면을 즐겼지만 평범한 것들의 무언가를 비밀로 남겨놓고 싶은 감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로메르는 타고난 예술가라고 말할 수 있겠다. 평범한 것도 평범하게 만들어내지 않고, 이것들이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도록 타고난 예술 끼가 있던 것이다. 로메르는 단지 연출가일 뿐 아니라 무대 미술 기획자, 삽화가, 사진작가, 작곡가 등 굉장히 많은 포지션을 소화한 위대한 사람이다. 비밀스럽지만 비밀스럽지 않아 보이는 그의 영화 영역 안에서 그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로서 시네필에게 영원히 기억이 남을 것이다.

 

차례는 크게 14가지로 나뉜다. 그의 어린 시절을 꽤나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 후 작품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는데, 페이지 수가 대략 1000페이지나 된다.

 

스스로 아쉬웠던 점은 에릭 로메르의 작품을 하나도 소화하지 못했던 점이다. 그래서 이 서적을 읽으면서 작품에 대한 해석보다는 그의 가치관을 세세하게 쓴 활자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 이러한 작품이 있었구나를 기초로 깔 돼, 처음 만난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처럼 그렇게 에릭 로메르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갔다. 그래서 이 글에는 화자처럼 에릭 로메르를 알아가는 단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준비한 오피니언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또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할 법했던 주제들에 대해 그의 생각은 어떠했는지 알아갈 수 있다.

 

사실 에릭 로메르에게 영화는 그의 어린 시절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그가 영화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성인이었고 다른 예술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영화는 에릭 로메르에게 제일 마지막에 온 것이다. 그 후 그는 늦은 만큼 영화 학습에 속도감을 붙이면서 그 시간을 따라잡으며 시네필 관객이 된다. 그 후 로메르는 1949년 10월과 1950년 7월 사이에 10개월이 넘는 동안 프로그램 상영에서 8시 30분 상영작을 놓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니 에릭 로메르는 훨씬 더 학구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 어떻게 영화를 볼 것이고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영화의 진취적인 분석을 꾸준히 한 것으로 보인다.

 

 
- 우리는 수사적 도취와 질식으로 지쳐가고 있다, 단순한 글쓰기 영화로 돌아가야 한다. 우주의 행위, 삶과 존재의 양식, 선언을 영화에 기록하자. 차갑게 영화를 찍고, 기록에 바탕을 두고, 카메라가 증인과 눈의 역할을 하게 하자. 우리는 구경꾼이 되어야 한다.

- 당신이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는 눈에 되지 않는 작은 디테일의 예술이며, 사랑스러운 영니에게 사랑스러운 일을 하는 것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 주제의 독창성은 매우 고전적 단순함과 겸손함에 있다. 어디에서 새로움을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발전은 때로 뒤로 가는 것이 아닐까.
 

 

 

삶은 스크린이었다.


 

에릭 로메르는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에게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은 없었다. 나는 스무 살이 우리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이 시절은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회색빛이었다. 우리는 그저 희망만으로 살았고, 심지어 살아 있지도 않았다. 누가 우리에게 ‘하지만 무엇으로 살았나요?“라고 묻는다면 ’우린 살지 않았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삶은 스크린이었다. 영화였다.

 

에릭 로메르는 시네필로서 영화관과 영화를 토론할 수 있는 식당, 편집자 사무실, 아주 작은 촬영 편집실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직업적 관계 유지를 위해 필요할 때만 외출해서 문학 카페에 가고 사교 생활을 했다. 그러나 사적인 이야기를 서로 많이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우정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전한 대화를 통해 유대는 생성했을지는 모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의 끈끈함과 친숙함은 없었다고 말한다.

 

삶에 대해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고, 각자 여러 일을 겪고 있었고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의외였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모든 세계에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고 느꼈는데, 자신과 영화 외에는 선을 지켜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 빛을 보고 있다는 것은 자신만을 믿고 내면 안에 담긴 것들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증거라고 판단할 수 있다.

 

오히려 영화를 위해 나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남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창작방법을 터득한 듯이 자신에게 끝없이 영감이 나오는 유형임을 느꼈다. 이는 유년시절 수많은 책을 읽고, 친형과 끝없는 예술 토론을 하고, 쓰고, 공부했기에 그의 결과물이 나오는데 일조되었다고 느낀다.

 

누적된 학습과 그에게 타고난 신비한 예술적 재능이 결합되어 에릭 로메르의 장편 25편은 프랑스에서 8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받았다. 또한 세계적으로는 수백만 명 이상을 끌어들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배경에는 비밀을 간직하고 싶었던 그의 가치관도 기여한다고 절절히 느낀다. 업과 자신의 생활을 분리했기에 가능했지 않았을까. 이는 또 그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스타일로 만들어져 예술가라는 직업에 특화된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삶은 늘 평범한 것이라고 말했던 에릭 로메르. 그러나 알고 보면 하나도 평범한 구석이 없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감각으로 시네필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물로 자신을 또다시 만들어냈다.

 

영화라는 분야를 이해하기에는 순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아 트뤼포가 말했던 영화광 3법칙이다. 첫 번째는 영화를 많이 보고 두 번째는 감독의 이름을 기록하고 세 번째는 같은 영화를 다시 보면서 스스로 감독이 되어가는 것이다. 사실 영화를 많이 보는 것은 애정만큼의 시간을 투자한다면 충분히 시네필로서의 입문이 가능하다. 이를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누구나 언제든 쏟아져 내리는 홍수 같은 영화를 머리에, 마음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부터는 애정을 넘어서 영화에 담긴 특별한 무엇인가를 터득하기 위해 깊이 있는 노력이 필요한 순번이다. 좋아하는 상대가 생기면 일거수일투족 궁금해지길 마련이듯, 영화를 볼 때의 시선도 비슷한 유형으로 느껴져야 한다. 그저 ‘이 영화 잘 만들었네’가 아닌 감독이 어떤 배경에서 살게 되었으며 그 결과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어냈고 연출을 했지라는 생각이 연결되어야 한다. 여기서 감독과 자신의 공통점이 발견되면 더 깊게 좋아지게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도 영화라는 영역 안에서 미세한 영토를 하나씩 확장시키기에 충분히 값어치 있는 방법이다.

 

누군가의 일대기를 1000페이지 넘게 관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좋아하는 시네필이라면 꼭 알아둬야 할 감독임에는 확실하기에 한 장씩 넘겨봐야 한다.

 

 

[조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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