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장래희망과 나의 꿈

글 입력 2021.06.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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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기고한 지 벌써 3년째지만, 공통 글쓰기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귀찮다는 이유로 쓱 지나가 버린 이유도 있었지만, 분명 남들과 비교될까 봐 피해버린 나의 속내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글을 너무나도 맛있게 잘 쓰는 다른 에디터님들과 같은 주제로 글을 쓰면, 분명 내 보잘것없는 글에 부끄러움을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아트 인사이트의 소중한 분들에게 도움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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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공통 주제를 만나고 선뜻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린 게 자꾸 기억나 복잡한 생각들만 이어졌다. 무엇보다 '꿈'에 대해 확실했던 내가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을 느낀 지 정말 오래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다른 에디터님들은 꿈을 가지고 있는지, 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고 이를 진정성 있게 듣기 위해선, 나의 이야기도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끄적이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의 꿈과 현재 나의 꿈에 대해서 말이다.

 

 

 

이수진의 장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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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장래 희망으로서의 꿈은 "화가"였다. 유치원을 다녔을 때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 시간에는 자지 않고 꼭 참여했다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어느 날은 내가 형광펜을 갖고 싶어 해 하원 할 때 엄마가 선물로 형광펜을 가지고 나타나 정말 행복했었다. 미피 형광펜으로 열심히 그림을 색칠하고 그렸던 기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언니들보다 학업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피아노도 치기 싫고, 언어 배우기도 싫어했던 나는 미술 학원만 열정적으로 다녔었다. 학업 관련 대회는 나가지 못해도, 꼭 그림 그리기 대회는 나갔다.


그런 내가 남들보다는 조금 더 부정적인 현실을 더 일찍 바라봤던 것 같다. 고흐와 같은 화가들의 일대기를 읽으면, 예술가들은 모두 제대로 돈벌이를 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아파하다가 결국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화가의 꿈을 어린 마음에 접어버렸다. 그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현대 아티스트들의 생활을 누군가 알려줬더라면, 지금의 나는 매우 달라져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미술을 꾸준히 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보기도 한다.


두 번째 나의 장래 희망은 "의사"였다. 초등학생이 된 이후, 병원 갈 일이 많아졌고 특히 우리가 가는 소아청소년과와 치아 교정을 해야 했던 나는 치과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아픈 곳을 뚝딱 낫게 해주는 의사가 멋있어 보였고, 의사가 되고 싶었다. 돈도 많이 벌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직업처럼 보였기에 의사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욕심이 많았던 나는 착실히 공부하였다.


세 번째 나의 장래 희망은 "외교관"이었다. 중학생이 된 이후, 언니들이 외고를 지원했기 때문에 나도 외고에 가야 한다고 느껴서 만든 꿈이다.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지만, 나는 언니를 따라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에 외국어고등학교를 희망하게 되었고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직업 중 멋있어 보이는 직업이 외교관이었기에 그렇게 큰 뜻 없이 외교관을 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중학생 당시, 한비야 님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나도 저렇게 외국에 돌아다니면서 구호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외교관이라면 저런 멋진 임무도 수행할 수 있겠지. 지레짐작하며 꿈을 꿨다.


네 번째 나의 장래 희망은 "국제금융전문가"였다. 지금까지의 꿈 변화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학교를 진학하면서 계속 꿈이 바뀌어갔다. 이번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바뀐 장래 희망이다. 큰 뜻 없이 가게 된 외국어고등학교에선 나의 처참한 언어 실력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프리토킹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온전한 한 문장조차 내뱉기 힘들어했던 나는 영어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는 직업이지만 문과에선 괜찮은 대우를 해주는 직업을 찾아 도피하기 바빴다. 그때 생긴 영어 울렁증과 비슷한 느낌은 트라우마가 되어 사실 아직도 잘하지 못하고 무서워한다.

 

그렇게 고등학교에서 힘들어하며 많은 것들을 잃기도 했지만, 대신 하나 얻은 게 있다. 영어를 하기 싫어 도피하며 찾은 경영경제 분야 말이다. 영어 토론 동아리, 영어 신문사, 영어 연극 동아리 등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수많은 동아리를 피하다 보니 경영경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언니가 경영학과를 나오기도 해서 친숙했기에 그나마 나은 이 분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동아리에서 나름 괜찮은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국제금융전문가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그리고 어쨌든 도피하기 바빴던 고등학교 생활은 나에게 경제금융학부라는 나의 전공과 대학교 진학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현재다. 성인이고, 꿈은 ... 말하기 쉽지 않다. 월급쟁이로 공기업에서 일하면서 평탄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사업을 벌려 힘들지만 성공해보고 싶은 마음이 상충하며 시시각각 마음이 바뀌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활동하며 지식을 쌓아 이를 활용해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 그냥 적당히 월급 주는 회사에 들어가 혼자 큰 부귀영화 없이 나름의 삶에 만족하면서 살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나의 장래 희망은 미정이다.

 

 

 

장래 희망의 근원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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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어쩌다'처럼 엉겁결에 흘러간 것 같은 내 인생을 장래 희망 순으로 정리해보니 이제 좀 알 것 같다. 왜 지금에야 직업 고민을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장래 희망을 아직도 못 정했냐는 질문에 원래도 없었다고 명쾌하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의 내 꿈, 장래 희망은 사실 내가 자신이 없고, 못하는 분야를 피해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의 꿈도 나름 내가 믿으면서 공부를 하고 노력하게 해준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했고, 대부분이 이렇게 꿈을 만들어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하게 나의 의지로 탄생한 순수 그 자체의 꿈을 그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러한 열정 가득 담긴 꿈이 있는 사람이 대단한 것일 뿐, 대부분의 사람이 현실과 타협해 내가 못하지는 않는 분야에서 적당한 직업을 골라 밥 벌어 먹고사는 것 아닐까 깨닫는 요즘이다. 그와 같게 엔간한 장래 희망을 정해온 나도 아직 어렵긴 하지만, 현실화하고 싶은 꿈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거창한 직업으로서의 꿈이 아닌, 내가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꿈 말이다. 그 꿈에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통해 살아가는지다. 그동안 나의 인생 키워드는 '성실', '행복', '배움'으로 스스로 정해 어느 일이든 성실하게 임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으며 나와 주변인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었다. 그게 꿈이라면 누군가에게 나의 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창한 포부 같은 것 없어도, 충분히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음을 느낀다. 현실에서 나의 인생 키워드를 실행에 옮길 수만 있다면 이는 성공한 꿈으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것 아닐까?

 

 

 

각자의 꿈



장래 희망을 정할 수 없어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도움이 된 말이 있다. 요가를 배우며 하루하루를 지내던 중, 듣게 된 말이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수련이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세가 곧 본연의 완성된 자세입니다.


 

우리 인간은 각자의 삶을 통해 이어나가게 되는 것이고, 항상 행복할 수도 없으며,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인생살이를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한다면, 그 삶이 제일 빛나고 아름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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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자세를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해 마음이 편하지 않고, 슬프기도 했던 때가 있다. 이처럼 내가 일생을 살아가는 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분명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나의 장래 희망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처럼, 뜻대로 되지 않아 회피하고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 도피를 무서워하지 않고, 겁내서 숨지 않고, 그저 당당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행동에 옮기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도망치는 거부감의 회피일 수 있지만, 다른 시야에서는 좀 더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찾기 위한 투자와 선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 공통 주제에 있어서 직업으로서의 꿈이 먼저 생각나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지금 무슨 직업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생각을 거치다 보니, 그저 나의 인생에 있어서 되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 그 본질을 묻는 의미로서 꿈을 물어본 것이라면,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굳이 누가 장래 희망을 적어서 내라고 하는 사람도 이젠 없으니, 내가 현실에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의 소망을 꿈으로 정하고자 한다. '좋은 공기업에 들어가서 내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한국에 이바지하겠다'와 같은 장래 희망이 아니라 '성실하고 행복한 마음가짐으로 타인과 자기 자신을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 같은 꿈을 꿔본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노력을 실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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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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