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같은 생명 [동물]

무엇이든 양면을 볼 수 있기를
글 입력 2021.06.25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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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가장 넘칠 때였다. 길 가다 길고양이만 봐도 몇 십분이고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고양이를 쳐다봤고, 새끼 고양이를 만났을 때는 집에서 담요도 가지고 나와 덮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유독 길에 있는 동물들은 보면 나는 마음이 아파서 그 자리를 쉽게 뜨기 어려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비롯한 모든 동물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반려동물에 대한 모든 것들이 놀라울 만큼 변화했다. 애견호텔, 카페도 많고 심지어는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기 좋은 주거공간도 만들어진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동물 관련 용품들도 매우 많아졌고, TV 프로그램에서도 동물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반려동물에 있어 새로운 문화가 생긴 것만 같다. 그래서인지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시선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은데 이는 참 다행이라고 느끼는 부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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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무렵부터 나는 동물에 일부러 큰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번 마음을 쓰면 너무 오랫동안 신경 쓰게 되어서였다. 그리고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는데 매번 그걸 느끼려니 너무 힘들었다.

 

단순히 길거리에 혼자 있는 동물이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다기보다는 나도 그들을 버린 인간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날 마음 아프게 했다. 사람들의 악한 모습을 이렇게 내가 간접적으로 마주하게 될 때 나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펐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시설들은 좋아지는 것과 비례적으로 그만큼 길거리를 떠돌게 되는 동물들도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는 긍정적인 부분들만 사람들에 눈에 보이게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은 주인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매체를 통해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동물이 귀엽고,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겠다고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뒤에는 그만큼 많은 동물들이 버림받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채 말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모든 면에는 좋은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이 공존한다. 동물에 관한 문제도 그러하다.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그 시장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추고자 무리하게 노력을 할 것이고 말 못 하는 동물들만이 끊임없이 희생당한다.

 

애견숍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좁은 칸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동물들을 보게 되는데 그곳을 조용히 지나가면서 나는 '사람이 어디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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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집 앞을 산책하다 길고양이를 만났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이 그렇듯 사람을 보면 피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 고양이는 되려 나에게 다가와 내가 앉은 벤치 밑에 같이 앉았다. 정말 오랜만에 거리의 동물과 마주한 것이었다. 내가 더 마음 아프기 싫어서 빨리 자리를 뜨곤 했던 과거들이 떠올랐다.

 

어린 마음에 할 수 있는 건 없고 불쌍한 그 생명을 계속 마주하고 있는 게 참 슬퍼서 자리를 빨리 떠버리곤 했던 것인데 오늘은 왠지 그 자리를 빨리 뜨고 싶지 않아 나도 가만히 앉아있었다. 오랜만에 오래 마주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30분을 넘게 그 고양이와 위아래로 앉아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고양이와 그러고 있으니 요즘은 사람과도 이렇게 하기가 힘든데 하는 생각이 순간 들어 신기하고 따뜻했다. 모두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요즘,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처음 보는 생명체와 몇 십분을 그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양이를 관찰하다 보니 고양이 앞 발이 휘어서 잘 걷지를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보니 역시나 속이 상해서 이번에는 편의점에서 고양이 참치캔을 하나 사서 놓아주고는 잘 먹는 걸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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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동물이 사람보다 힘이 될 때가 있다. 그것이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말 못 하는 약한 동물이라 더 힘이 되는 것 같다. 동물들은 뭐든 행동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칸이라도 더 옆으로 오고 내가 주는 걸 먹으며 말로는 아니더라도 함께한다는 느낌을 준다.

 

집 앞 고양이 덕분에 특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고 동물에 각별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높아진 것은 좋지만 그만큼 반대편에 있는 버림받고 길을 떠도는 동물들, 인간 때문에 희생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인식도 한 층 성장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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