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체르노빌 1986 - 이성에 감성을 더한 영화

글 입력 2021.06.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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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4월 26일 오전 1시 24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 줄도 모르는, 사람들 방사능에 피폭되어 쏟아지는, 환자들 그리고 전세계를 위협할 2차 폭발의 일촉즉발 상황 더 큰 재앙을 막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생사를 넘어선 위대한 용기를 낸 이들의 진짜 이야기

 

– 영화 <체르노빌 1986> 작품 소개

 



속지 마세요



영화의 도입부는 ‘힙’하다. 1980년대 소련의 키치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원색의 소품과 의상. ‘옛것’이라고 불리던 것이 최근에야 ‘레트로’라는 유행으로 다가와 영화의 모든 것이 트렌디해보였다. 여기에 80년대 느낌을 넉넉하게 더해주는 노래까지 흘러나오니 영화 <레토>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어 등장한 남녀 주인공 알렉세이와 올가. 로맨스 장르에 등장할 법한 수려한 외모와 사연을 가진 듯(?)한 표정. 그리고 시작되는 두 사람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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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와 당대 분위기를 생생하게 재현한 장면들 그리고 남녀의 사랑에 젖어 들며 영화의 ‘장르’에 대해 착각할 때쯤, 영화의 톤은 검정, 회색 등의 무채색으로 물들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화재 사고가 시작되었다. 인물의 평범한 일상에 몰입한 필자처럼, 인물들의 삶에 갑작스럽게 최악의 사고가 덮쳤다.


오디오는 인물의 불안한 감정과 상황을 극대화하는 사운드로 가득했고 영화의 무거운 톤이 더해져 보는 내내 압박감이 상당했다. 영화의 3분의 1은 귀를 막고 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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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 감성을 더한 영화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라는 팩트 위에 감정을 켜켜이 쌓은 영화다.


HBO 드라마 <체르노빌>을 감명 깊게 본 필자로서, 소재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상당했기에 해당 영화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같은 소재라서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드라마를 봤을 때만큼의 충격과 신선함은 없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드라마와 달리, 영화 <체르노빌 1986>에는 ‘사람’과 ‘감정’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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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 알렉세이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시공부터 합류한 소방관이다. 그는 미용실에서 옛사랑 올가를 만나고 난 후 직업의식에 가려져있던 자신의 ‘진짜 삶’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


그러나 ‘시적 허용’처럼 ‘영화적 허용’인가. 영화는 인물의 행복을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다. 알렉세이 그리고 체르노빌의 모든 이에게 비극이 찾아온다.


일을 그만둔 바로 다음 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 화재가 일어난다. 그리고 알렉세이는 화재 대피로를 꿰뚫고 있는 ‘소방관’이라는 이유 하나로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국가적 사명감보다 올가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죽음의 위험을 뒤로한 채 활활 타오르고 있는 발전소 중심부로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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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드라마 <체르노빌>은 차가우리만큼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당시의 상황, 인물 간의 갈등, 사건의 흐름 등을 담담하고 이성적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사실’ 위에 먹먹하나 ‘감정’들을 쌓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 하지만 그들의 실수에 희생당한 국민들. 그리고 사건의 ‘스케일’에 가려진 희생자들의 생생한 감정들.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사건의 원인, 결과 등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이 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인물의 아픔과 고통을 보여주며 뇌의 또 다른 부분을 자극한다.


물론 등장인물과 인물 간의 스토리는 픽션에 가깝다. 하지만 몰입하기 충분했다. 누군가는 느꼈을 감정이며 고통이었다. 무엇보다도 사건의 이면에 가려져있던 ‘우리’ 이야기는 사건의 참혹함을 배가시켰다.

 

 


현실과 픽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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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사건을 영화화했기에 ‘과연 영화 속 사건, 인물 등이 모두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체르노빌 원자력 사건에 대한 ‘팩트’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영화를 본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사실’은 비틀리고 만다. 그리고 사실과 감정이 섞여 편협한 사고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잠깐 위와 같은 걱정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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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사건을 수면 위로 올려 대중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큐멘터리보다 ‘촉촉’한 영화 <체르노빌 1986>은 사건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콘텐츠 안에 푸석한 사실보다 인물의 감정이 녹아있을 때 오히려 대중에게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울림이 개인에게 남아 평생 요동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체르노빌 1986>은 영화로서 사명을 다한 것이다.

 

 

 

지식과 경험이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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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국대학교 원자력 에너지시스템공학과 박종운 교수와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하는 GV가 시작됐다.


박종운 교수는 과학자, 유튜버 빠니보틀은 2019년 체르노빌에 직접 다녀온 여행자의 관점에서 영화를 뒷받침했다.


영화의 ‘맛’을 더하는 그들의 답변 중 인상적인 것을 꼽아봤다.


Q :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유튜버 빠니보틀 : 체르노빌의 아파트, 도로 등이 영화에서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다. 체르노빌 갔을 때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Q : 체르노빌 관광이 ‘다크투어리즘’으로 비칠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튜버 빠니보틀 : 체르노빌 관광은 정부의 공식 인증 하에 운영이 된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자금이 피해자들에게 쓰인다고 들었다. 따라서 부정적이지 않다.


GV는 한 시간 동안 이어졌고, 전문가와 ‘일반인’의 답변이 조화롭게 섞여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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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잡고 보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 킬링타임용 영화를 선호하는 필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영화였다. 물론, 현재 진행형인 사건은 마음에 얹혀 무겁게 눌려있지만 말이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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