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왜 컴눈명에 열광할까? [문화 전반]

우리가 기껏해야 10년 전의 음악에 가슴 떨려하는 이유에 대해서
글 입력 2021.06.2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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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1일 밤 11시 30분.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기획한 '컴눈명 스페셜'이 방영되었다. '컴눈명'이란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의 줄임말로, 미디어콘텐츠 주요 소비 연령인 2030 세대가 다시 듣고 싶은 명곡을 소환하는 프로젝트다. 유튜브를 시청하다 한 번쯤 알고리즘 덕에 자연스레 청소년기에 자주 들었던 K-POP 아이돌의 무대를 시청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줄지어있었고, 그 현상을 이어받아 무대 영상과 댓글을 한데 모아 편집한 유튜브 채널도 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자 문명특급의 한 구독자는 '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이른바 '컴눈명 프로젝트'를 문명특급이 기획할 것을 요청했고, 따라서 문명특급 측에서 당대 K-POP을 이끌었던 추억의 걸그룹 및 보이그룹을 섭외해 옛 명곡의 무대를 완벽하게 소환해내는 데 성공했다. 길게는 12년, 짧게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우리가 즐겨 들었던 K-POP 아티스트의 무대, 그때와 관련한 비하인드 등을 전해주며 당시를 추억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구독자의 니즈를 만족시켰다.

 

유튜브 콘텐츠가 금요일 저녁 시간대에 공중파 특별 편성이 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이것이 순전히 구독자들의 염원을 담아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더욱더 놀라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컴눈명 스페셜'은 성공리에 방영을 마치고 순간 최고 시청률 3%대를 기록하였음은 물론, 22일 CJ ENM에서 발표한 콘텐츠 영향력지수 집계에서 1위에 진입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컴눈명에 그렇게까지 열광했던 걸까. 우리가 이른바 '토토가'에 열광할 나이도 아니고, 10년이라는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옛 향수에 그렇게나 젖어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때가 좋았지, 이때가 참 재밌었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번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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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주요 소비는 Z세대와 맞닿아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해 디지털과 익숙한 Z세대가 성장할 때쯤 'K-POP'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2세대 K-POP에 익숙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당시 2세대 K-POP은 반복되는 후렴, 묵직한 오토튠 등의 특성이 있어 Z세대는 계속해서 읊조리게 되는 노래와 친밀해져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었음은 물론, 이러한 음악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의 환경에 걸맞은 아이돌 팬덤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따라서 Z세대의 학창 시절엔 2세대 K-POP을 이끌던 아이돌 그룹들이 스며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재결합하기 어려운 그룹들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다.

 

어렸을 적 K-POP을 따라부르던 Z세대가 이제는 대부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발돋움을 준비하거나, 막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으려는 환경에 놓여있다. 그러나 최악의 취업률, 치솟는 실업률 등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는 청년 세대라는 점과 더불어 1년이 넘도록 지속하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 주변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업이 되지 않아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 취업 준비에 벌써부터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 아직 대학교에 다니는 중인데도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 천편일률적인 한국의 취업 준비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 누군가는 벌써 주식과 코인에 제 자산을 투자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꿈꾸고 있기도 하다. 나와 같은 문화 코드를 공유하고 있는 지인들과 만날 때면 '우리 그래서 어떻게 살지, 우리 뭐 먹고 살지?'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매번 만나도 고등학생 때의 추억이나, 코로나 이전의 시기에 있던 일화들을 이야기하며 미래를 낙관하는 이야기보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을 더 자주 내뱉는다.

 

우리가 컴눈명에 열광했던 것도, 과거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그때 즐겼던 문화적 코드가 우리 당시의 상황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던 탈출구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야간 자율학습 시간 때 들었던 노래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반복 재생했던 노래들도, 야간작업을 하며 들었던 신나는 노동요도 퍽퍽한 현실을 부드럽게 만들어줄 하나의 대안이었듯, '컴눈명 프로젝트'의 음악들이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향수를 일으키는 요소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컴눈명'은 단순히 좋아했던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에 칭찬받을만한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암울한 Z세대의 분위기를 과거의 문화 코드를 끌어들어 잠시나마 전환하게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를 할만하다.

 

사회의 부조리는 줄지 않고, 요즘은 청년 무연고 사망도 3년 새 58%가 늘어 청년 고독사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유튜브 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 진료데이터에서 밝힌 작년 한 해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 101만 명 중 20대가 16.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이 알려졌다. 진로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한계와 그로부터 비롯된 좌절감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사회의 일원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와중에 수없이도 좌절한 기억이 있고, 그렇기에 과거로의 회귀가 더 꿈만 같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 안온했던 과거의 나날들로부터 안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재해있다. 미래에 관한 좌절과 한계에서 도망치기 위해 차라리 안온했던 과거를 꿈꾸고,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의 나날들을 계속해서 꿈꾼다. 이 현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차라리 과거를 택하는 우리이기에 우리가 컴눈명에 열광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삶 자체를 비관하지는 않으나,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게 하는 요소들이 우리의 주변에 너무 많이 놓여있는 것 같다. 그를 피하고자 눈을 감기도 하고, 귀를 막기도 한다. 이게 좋은 방법일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어 그저 위험 요소로부터 내 몸을 멀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격변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숨 돌릴 틈을 내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꾼다고 해서 이 바람이 어디까지 먹힐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더 좌절할 구멍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좌절하고, 미끄러지는 우리 세대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이보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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