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한 시간이 걸렸다 [게임]

나의 유언은 '행복해야 해'였다.
글 입력 2021.06.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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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미래를 떠올려볼 때이면 궁금한 점이 너무도 많다. 이제 20대를 지나고 있는 나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 되었고, 이제 나에겐 약 80년의 세월이 남았다. 그 80년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성격,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될까? 특히 감정이나 성격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미래의 나는 죽음을 두려워할까? 아니면 초연하게 받아들일까? 다른 어른들처럼 잔소리가 많아질까? 혹은 여전히 남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까?


여기 'One Hour, One Life' 게임이 있다. 제목 그대로의 게임 내용이다. 한 시간, 100년의 인생 중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시간이다. 이 한 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나서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중장년이 되고 이윽고 노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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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영유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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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생아로 어느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다. 내가 태어남과 동시에 원시 마을 곳곳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니는 게임 속 다른 유저로, 나와 같이 또 다른 어머니로부터 태어나 청년기를 맞이한 캐릭터다. 태어나는 곳은 마을이다. '어머니'는 나를 반겨주고, 다른 마을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준 뒤 내 이름을 지어준다. 마을마다 그 마을의 발전 속도나 크기는 다르지만, 태어난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축복해준다는 것은 동일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옷을 보관해놓는 곳에서 급하게 옷을 가져와 입히거나, 모자를 씌워주거나, 안아준다.


갓 태어난 내가 말을 할 수 있거나 걸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걸을 수도 없으니 엄마나 다른 어른들이 안아주지 않는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타자를 칠 수 있으나 갓 태어난 상태에서는 마치 실제 어린아이마냥 '아'나 '엄'처럼 한 단어만 내뱉을 수 있다. 게임 속 어머니는 내가 내뱉는 그 한 단어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유추해냈다. '밥'이라고 이야기하면 배고프다는 뜻으로 알고 젖병을 물려주거나 밥을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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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게임 속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단어를 말하게 되거나 걸을 수 있게 된다. 머리도 제법 자라 머리색이 무엇인지도 식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어머니의 보살핌이 필요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혼자 밥을 먹을 수는 없고, 금방 배가 고프며, 이 굶주림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아사하게 된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를 보살폈다. '배고파'라고 이야기하면 밥을 주거나, '심심해'라고 하면 어른들이 와서 놀아준다. 가끔은 나를 데리고 가서 토끼 사냥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밥을 먹지 않아도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되었고, 더 긴 말들을 내뱉을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누나나 동생이 와서 나를 놀리기도 했고, 삼촌은 나에게 국수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함께 사냥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으나 아직 어린 탓에 날붙이가 달린 무기들은 만질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이 마을의 지리와 문화에 대해 배우고, 살아가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2. 나의 청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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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서 청소년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제 더는 어른들의 보살핌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굳이 누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아도 사냥이 가능해졌기에 혼자 사냥을 해서 요리를 해 먹거나, 마을 사람들의 농사를 돕는다. 조금 먹지 않는다고 죽지도 않는다. 나를 가르쳤던 어머니는 어느새 흰 머리가 나고 있었으나 어머니와 계속해서 함께 하지는 않았다.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다른 마을 어른들이 그랬듯 나의 누나나 친척이 낳은 아이들을 함께 보살피고 있었고, 나는 청소년으로서 마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한다.


그 사이 마을의 몇몇 사람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한다. 타이밍을 놓쳐 밥을 먹지 못해 아사하는 사람들도 빈번했고, 혹은 뱀이나 늑대 같은 위험한 동물들을 사냥 나갔다가 공격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겼다.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을 위해 무덤을 파고, 비석을 세웠다. 꽃을 놓아주기도 했다. 어머니께서 노화로 인해 돌아가셨을 때는 친구처럼 자랐던 형제자매와 함께 무덤에서 길게 어머니를 기리기도 했다.


"엄마 보고 싶어."

"나도. 우리 엄마가 우르르 까꿍 하면서 잘 안아줬는데."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겠지?"

"응."


그렇게 삶과 죽음 속에서 여자로 태어났을 경우 어느새 나도 아이를 낳게 된다. 남자 없이 아이가 태어나는 성모 마리아 같은 모습이기는 하나, 아이가 태어나서 아빠에 관해 물을 경우 약속이라도 한 듯이 '너의 아빠는 참 멋있는 사람이었어'라고 이야기해준다. 나는 어머니가 그랬듯 마을 사람들에게 나의 아이를 자랑하고,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우유나 베리류의 음식을 먹인다. 고기는 아직 어린아이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만약 우유나 베리가 다 떨어졌을 경우 아이가 다 클 때까지 계속 안고 다니면서 젖을 물려야 한다. 자연스럽게 여자들이 자신의 젖을 물려주며 아이들을 보살폈다.


남자로 태어날 경우, 혹은 다른 여성이 아이를 대신 돌봐줄 경우에는 아이를 보살필 일에서 더 자유로우니 사냥을 주로 나가거나 일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뱀을 사냥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그때 어머니를 아사로 일찍 잃어버렸던 어렸던 형제가 나를 말렸던 게 기억난다.


"형, 가지 마. 나 외로워."

"안돼 사냥 다녀와야 해. 형이 뱀 잡아서 너 신발 만들어줄게!"

"그럼 빨리 돌아와야 해."

"응."


그렇게 떠났다가 결국 마을로 돌아가지 못했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어렸던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남동생에게 미안해진다.

 

나중에 족보를 보니, 그 아이의 마지막 유언은 "형 언제와?"였고 그 아이는 아사해있었다.

 

 

 

3. 나의 노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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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사냥 등의 위협에서 피하고 나면 어느새 노년기가 되어버리고 만다. 오랜 시간 안 먹어도 거뜬히 버틸 수 있었던 몸은 어느새 다시 어린아이처럼 조금만 못 먹어도 아사의 위험에 처했고, 그러다 보니 멀리 사냥을 나가지도 못해 마을에서 요리하거나 옷을 만들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주로 했다. 내가 낳았던 아이는 어느새 또 다른 아이를 낳아 나에게 자랑했고, 나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삼촌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져 갔다.


운 좋게 노화로 죽을 수 있게 될 때는 나는 내가 죽을 자리를 미리 준비해놨다. 묘지에 가서 땅을 파고, 비석 돌을 준비해놓는다. 내가 낳았던 아이들은 내 곁을 지켰다.


예전에 막막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죽을 때가 되면, 어떤 말을 유언으로 남길까? 재치 있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오자 내가 했던 말은 단 하나였다.


"행복해야 해. 알겠지?"


그리고 그렇게 나의 게임 화면은 꺼지고, 현실에서는 어느새 한 시간이 흘러있다. 다시 돌아간 게임 화면에는 내가 몸을 담아온 가족의 족보와 함께 죽은 이유와 유언을 보여줬다. 어느새 사라졌었던 친척은 곰에게 물려 죽었었고, 내가 낳았던 둘째는 일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아사해 있었다. 둘째의 유언이 "엄마 어디 있어?"였던 것을 나는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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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한다는 점도 이 게임의 재미다. 국수를 만들어 먹기 위해선 '면을 삶는다'가 아니라 '돼지를 잡아서 고기 육수를 낸다'와 '나뭇가지를 갈아서 젓가락을 만든다'부터 시작한다. 옷을 만들기 위해선 늑대나 양을 잡아야 하고, 잡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싯돌로 자르거나, 실을 뽑아야 하는 등 아주 원초적인 행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복잡한 과정들을 혼자 하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의 어른들의 보살핌이 필요했다.


고작 게임 하나로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나이가 들며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아주 조금, 엿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게임을 끝내고 내가 남겼던 유언을 멍하니 생각했다. 나는 나의 후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 "행복해야 한다"였구나.


'내가 죽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미래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싶다면, 단 한 시간을 투자해 이 게임에 과몰입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혜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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