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에게는 성장영화 [영화]

영화 <경계선>
글 입력 2021.06.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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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계선>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후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묘한 능력과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로 세상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수상한 짐을 가득 든 남자 ‘보레’가 나타나고, 그는 ‘티나’ 자신도 몰랐던 그녀의 특별한 모습을 일깨워주기 시작하는데… - 출처: 네이버 영화 <경계선> 줄거리

 

 

중간 중간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판타지, 멜로/로맨스’, ‘세상의 모든 금기 사이에서 가장 기묘한 사랑이 태어나다.’

 

포털 사이트에 영화 <경계선>을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장르와 짧은 소개글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에게 단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편견, 이중성과 양면성 등을 가진 입체적인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서사를 담은 성장 영화였다.

 

 

 

인간과 트롤의 경계


 

영화에서 벌레는 예고 없이 꽤 오래, 또 자주 화면에 잡혀 관객들을 흠칫 놀라게 하고 외면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레가 해를 끼치는지 이로움을 주는지 알려하지 않고 외양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징그러워하듯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트롤, 즉 소수자들을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비유하는 것 같았다.

 

제1세계 백인들 사이에서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외모를 가진 생명체인 트롤의 경계선에 서 있는 주인공 '티나'는 이방인이며 동시에 모든 소수자를 대변한다. 그런 티나를 통해 기존에 자신이 속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도 섞이려고 아등바등노력하는 우리 또한 티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티나를 진정으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을 위해 티나를 이용하려는 남자친구인 롤랜드가 되기도 하고, 티나의 능력을 이용하여 범죄를 소탕하려고 한 경찰이 되기도 하며, 주변에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밖에 없는 티나 앞에 구원자처럼 나타나 티나가 이제까지 알기 거부해왔던 정체성을 일깨워주며 티나를 완전하게 만들어주는 트롤 보레가 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는 인간을 티나를 이용하는 속물로 묘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때 티나를 이용하거나 편견을 갖고 대하지 않은 옆집에 사는 부부와 비록 결말이 좋진 않았지만 티나를 불쌍히 여겨 아버지로서 티나를 길러준 연구소 경비원을 등장시키면서 이분법적으로 선하다, 악하다 정의내릴 수 없는 입체적인 인간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는 티나와 같은 트롤, 소수자에 속하는 보레가 자신이 낳은 무수정란 히시트와 인간 아기를 바꿔치기하여 아동성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아동이라는 또 다른 약자 앞에서는 권력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박차를 가한다.

 

감독은 관객들이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들고, 각 등장인물의 결말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모호하게 남겨둠으로써 관객들에게 등장인물이 가진 도덕의 경계선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를테면 보레에게 공감하며 볼 때는 부모를 죽인 인간이 무조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아동을 이용하여 애꿎은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이 마냥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것처럼.


우리는 모든 인간이 사악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티나와 인간은 지구상의 모든 걸 이용해먹는 기생충이라고 말하는 보레의 경계선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사람이든 사상이든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유기적인 생명체로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한 구성원으로서 애매한 위치에 서있는 티나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애매한 위치에서 소수자로서 사회에 섞이고자한 티나가 진정으로 신뢰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줬던 보레에게 느꼈을 배신감은 잘잘못을 떠나 영화를 본 관객 대부분이 함께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계선, 그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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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가 인간의 도움을 요청하면서 티나와 보레는 결국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다른 트롤들이 모여 있는 핀란드에 도착한 보레는 티나를 초대하듯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트롤 아기와 엽서를 보낸다. 이는 이제까지 혼자 지내온 자신과 달리 자신과 함께했던 순간을 경험한 이후로 절대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티나에 대한 확신에 차 있는 듯한 행동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이후 상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티나는 이제 억지로 입에 맞지 않는 인간의 음식을 먹지 않고 벌레를 먹음으로써 트롤로서의 정체성을 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른 트롤들이 모인 핀란드에 티나가 올 것이라 확신한 보레의 예상과 달리 티나는 소수자임을 부정하지 않고 인간 사이에서  트롤을 키우며 살아가고자 하지 않았을까.

 

이 영화는 주인공의 기이한 외모부터 내용까지 어느 하나 아름답게 묘사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충격적인 장면들의 연속으로 구성되어 스크린 너머 관객들에게 공감보다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스크린의 경계선을 넘어서 느껴지는 티나의 고독함, 배신감은 공감대를 형성시킨다. 보레는 어떻게 보면 선과 악, 트롤과 인간의 경계에서 갈등하고 있는 티나를 시험하는 요소로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 시련으로 확대하여 해석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티나는 마침내 그런 보레를 통해 주변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성장을 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뿌리에서 시작하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성향으로 성장하여 보레가 될 수도, 티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한 번에 성장하지 못하며 그 과정에서 옳고 그름, 선하고 악함 등 수많은 경계에서 우리가 고뇌하고 있음을 티나를 통해 드러낸다.

 

영화 <경계선>은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방인, 소수자들을 이해, 위로하고 곧 티나처럼 진정한 성장으로 각자가 가진 경계선 너머로 발걸음을 내딛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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