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신병을 예술로 승화한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 [미술]

병을 극복하는 치료요법으로서의 예술
글 입력 2021.06.22 14:0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10622_161552234.jpg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 노란 호박에 수많은 검은색 점이 그려져 있는 이 작품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작품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 로비 중앙에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을 만든 예술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쿠사마 야요이'하면 떠오르는 이 작품은 <호박>이다. 그녀는 항상 호박의 모티프는 '자신'이며, '자아'라고 한다. 그녀에게 호박은 어린시절 교감하던 자연을 상징하고, 순수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호박은 그녀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고 말한다.

 

작품 <호박>을 포함한 쿠사마 야요이의 많은 작품에는 그녀만의 아픔과 괴로움이 담겨있는데, 이는 그녀가 앓고 있는 정신질환을 말한다. 쿠사마 야요이는 어린시절 집안 사업을 책임지는 어머니의 지속적인 폭력, 아버지의 잦은 외도로 인한 불우한 가정사와 전쟁이 일어나는 불안한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10살 때 심각한 정신 착란 증상을 처음 겪게 되었다. 다음은 그 당시 그녀가 남긴 글이다.

 

 

"어느 날 나는 테이블보에 새겨진 붉은 꽃무늬를 보고 있었는데, 그 무늬들이 훨훨 날아 온방을 채우고, 내 육체와 우주를 가득 채우는 환상과 둥근 물방울 무늬가 공중을 떠다니다가 저에게 붙는 환각을 경험했어요."

 

- 쿠사마 야요이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의 질환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린시절 제대로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정신질환을 가진 채 성장했다. 23살에 그녀는 나가노 대학의 교수인 니시 마루 시호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있음을 알게되었다. 니시 마루 시호 박사는 환영으로 나타나는 물방울 모양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작업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 이후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물방울 모양을 미술적 소재로 삼아 작품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병을 극복하는 '치료요법'으로서 예술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나를 예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의 강박관념적인 정신질환을 소재로 한 그녀의 작품



다운로드.jpeg

 

 

이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의 뉴욕활동 초기 시절 제작한 <작품 No.F>이다. 멀리서 보면 섬세한 단색조로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복잡하고 미묘한 것들이 캔버스를 가득채우고 있다. 우주에 있는 모든 만물은 하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유기적 결합을 통해 존재하다는 의미로 끝없는 그물망을 만든다. 그녀의 강박관념을 표현한 이 미니멀리즘 작품은 이후 그녀의 작가적 모티프를 형성하게 된다.

 

 

14cd007f1f07802fa47c4d3efd163ed71ceab0558a16227e9e052f6edad0d5535c0cfaf6c32ef31e8a54be0a31ae262eaf7f9e0d5f988bcad63cea0833f00b9dc5b61d4d35152199daf154f6709a88de4e33cce353acbdaaeb198571f68c475604aa9374239b7eeb.jpeg

 

 

<무한의 거울 방> 시리즈는 작품 안에서 감상을 하면 무한성을 느낄 수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거울 속에서 반복과, 그 속에 있는 나의 반복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는 작품이다. 쿠사마 야요이는 작품을 하면서 내 삶의 표면, 내 강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이어갔지만, 오브제와 캔버스는 한계가 있었고, 이후 무한에 대한 표현으로 거울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쿠사마 야요이가 느끼는 환영과 환각의 반복과 무한함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어, 그녀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2a3e19bbc2476813534496b42a0e698b4bde25042b25925011cd2a74f13ddab263842738f6f8d79285401f6fcdd991ebf38d72058b013ec85073b1829198543e5462d1777c433cfbd7c843b0dbb4b70555505d879a1d3b252f9d117541438466.png

 

 

이 작품의 이름은 <소멸의 방>이다. 하얀색의 빈 방에 방문하는 관람객에게 스티커를 부여해서 방 안에 아무곳에나 붙이게 하고, 이렇게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서 최초의 방이 점차 소멸해가는 참여예술이다. 예술 작품을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는 미술관의 절대적인 규칙을 허무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시작해 점차 물방울 무늬의 스티커가 증식해가는 이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가 겪는 정신질환의 증상이다. 관람객이 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는 그 시간만큼은 쿠사마 야요이가 겪는 정신적 환영에 같이 시달리면서 그녀의 고통을 공감하게 된다.

 

*

 

쿠사마 야요이에게 '작품'은 정신적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통로이자, 병을 극복하는 치료요법의 예술 활동이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시달려온 정신질환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며 강박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있다. 그녀가 겪는 헛것이 보이는 기괴한 환각과 학대를 당했던 아픔, 개인적인 집착과 강박관념은 완전히 치료되지 못하는 그녀의 정신질환임과 동시에, 예술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그녀만의 경쟁력이다.

 

현재 그녀는 1977년 뉴욕에서 일본으로 돌아와 정신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병원 내에 쿠사마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품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그녀의 삶에서 보여지는 예술에 대한 애정과 끈기는 지금 힘든 사회를 살아가는 2030세대 현대인에게 더욱 큰 위로와 극복 에너지로 돌아오게 되며서 작품의 매력을 더 부각시키는 기능으로 순화한다고 생각한다.

 

 

[김지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