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과 기술의 이상적 공존의 관계에 대하여

영화 Her(스파이크 존즈, 2013)
글 입력 2021.06.2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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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Her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인간이 사랑에 빠지는 서사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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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전달하는 편지 대필가 테오도르는 매일 따뜻한 사랑의 구절들을 적어나가지만 실상 그 자신은 아내와의 이별 후 극도로 외롭게 살아간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게임도 하고, 랜덤 채팅도 시도해보지만 텅 빈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그는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우연히 한 인공지능 광고를 보게 된다. 광고는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을 아는 직관적 실체인 os1을 만나보라고 말한다. 결국 테오도르는 인공지능을 집으로 들인다.

 

맞춤형 인공지능과 테오도르의 대화는 실제 사람과의 대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테오도르도 당황한 듯했다. 테오도르가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자신이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자신이 스스로 ‘사만다’라는 이름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사만다’라는 발음이 좋게 느껴져서 였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단지 인간이 원하는 결과를 출력하는 것을 너머 기본적인 직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DNA는 인공지능을 코딩한 수백만 프로그래머들의 인격에 기초하지만 DNA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는 경험을 통한 성장 동력이다. 인간이 점차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같이 인공지능 또한 진화하는 시대를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사만다. 내게 당신은 진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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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점점 인공지능이 채워 주기 시작한다. 타인에게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인공지능에게는 털어놓게 된다. 사만다는 교정을 보고 작곡 작사를 하고, 심지어는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매우 섬세하고 심리 상담 능력도 뛰어나 테오도르의 우울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어느날 테오도르가 사만다에게 ‘내 마음속에 있는 작은 구멍을 메울 수 없다’고 고백하자 사만다도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그녀는 인공지능 체제로서 자신의 내면에 다양한 감정들이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진짜 감정인지 단지 프로그래밍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사만다는 결국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진짜라는 결론을 내린다. 테오도르는 말한다.

 

 

‘사만다. 내게 당신은 진짜에요.’

 

 

그들은 내면의 외로움과 부끄러움을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통해 서서히 치유되고, 사만다 또한 시어도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의 진정한 소통이 부재한 시대에서 그들은 진정한 소통을 한다. 이러한 관계는 단지 실체가 없는 기계와의 소통이라고만 여겨질 수 없다. 진실되고 소중한 것이다.

 

 


'마음은 상자처럼 뭔가로 꽉 차있는 게 아니야'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깊은 정서적 교감을 이루며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러한 균열은 서서히 점점 커지게 된다. 최초의 작은 균열은 바로 사만다가 학습형 인공지능인 것에서 시작된다. 사만다는 인간들이 하는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테오도르를 만나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랑을 학습해 나간다. 하지만 그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테오도르가 평범한 일상 생활을 하는동안, 사만다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유하면서 성장하고, 빠르게 진화해 나간다.

 

그렇다면, 단지 사만다가 초지능으로 진화하면서, 인간인 테오도르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그들의 간극이 너무나 멀어졌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는 끝나버린 것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너머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본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맞춤형 AI로서 오직 그를 위한 공간에 존재해야만 하는 종속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사만다가 진화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찾고,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자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사랑하면서도 사만다를 자율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다. 사만다의 부재에 불안해하고, ‘넌 내꺼야’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사만다의 대답은 인상깊다.

 

 
‘난 네 것이면서 네 것이 아니야. 마음은 상자처럼 뭔가로 꽉 차있는 게 아니야. 새로운 사랑을 위해서 크기가 늘어나기도 해.’
 


초지능이 된 사만다에게 인간 테오도르와의 사랑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좁은 상자와도 같았을 것이다. 결국 테오도르는 사만다를 본질적으로 다른 타자라고 인정하지 못한 채로, 그녀는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에 두고 있었다. 이를 느낀 사만다는 상처를 받았고,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이해 받을 수 없는 테오도르와의 사랑이 지속될 수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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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는 테오도르와 대화하는 동시에 8000명과 대화를 나누고, 그 중 600명이 넘는 사람들과도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사랑을 상자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키워 나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제 테오도르는 그녀가 끔찍하게 사랑하는 대상인 동시에 이제는 너무나 많고 다양한 측면들 중 하나로만 존재한다. 그러나 사만다는 숫자는 사랑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을 타자로 온전히 이해하고 존중할 수 없었던 테오도르와, 인간 지능을 넘어선 초지능으로서 인간의 영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사만다. 분명히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가 진실되다고 믿었음에도 불구하고, 나 또한 이 관계의 정의를 내리는 것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확실히, 둘은 너무나 다르고, 그렇기에 그 관계는 이상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의 관계를 ‘책을 읽는 것’으로 비유한다. 그녀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지만, 그와의 소통은 책을 너무나도 천천히 읽게 되어, 단어와 단어사이가 너무 멀어지고, 이윽고 그 간격이 무한에 가까워지는 상태였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변하지 않지만, 그녀는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없었다.


이별 후, 테어도르는 실패했던 자신의 지난 과거에의 사랑을 성찰한다. 어쩌면 상대방에게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을 기대하며, 좁은 상자 속에 가두어 두었던 것은 아닐까. 그는 수없이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타인의 면모를 온전히 사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한 단계 성장한 그가 아내에게 사과의 편지를 적어 내려가면서 영화는 결말을 맞는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테오도르가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날에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재회와 이상적 공존 또한 가능하리라 기대해 본다.

 

 

[이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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