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는 삶 [사람]

글 입력 2021.06.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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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는 아이




글이 안 써진다.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이 써지질 않는다. 아니, 글이 쓰기 싫다. 글이 쓰기 싫다는 소재로 또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려고 준비해 놓은 소재가 있다. 준비가 거의 다 된 것도 있고, 준비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런데 글을 쓰기가 무서워졌다. 다른 사람이 창작한 것을 가져와서 다시금 내가 창작한다는 일이 너무 무서워졌다. 너무 말이 많았다, 한 마디로, 글을 잘 써낼 자신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오랜만에 내 얘기를 해야겠다. 내 얘기는 누군가가 보고 욕을 하더라도 그 욕을 나만 감당하면 되니까 말이다. 아니, 다시 마지막에는 내 얘기로 끝을 내야겠다. 조금 두서없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요새 갑자기 모든 게 무서워졌다. 어제 잠깐 외출을 하고 나왔는데, 모든 것이 무서웠다. 코로나도 무섭고, 매일 자연스럽게 타던 에스컬레이터도 여기서 뒤로 자빠지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코로나가 무서워도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았다.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를 공사하는데 내가 거기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내가 이상한 걸까?


사람들은 당연히 무서워 마땅해야 할 것에 무서워하지 않는다. 코로나는 무서운 것이 맞는데,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 일상 속에 있으니까 많이들 무뎌진 것 같다.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매일 경고음이 나오는데, 바쁜 한국인들은 손잡이도 잡지 않고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오르내리곤 한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걱정과 불안이 너무 많다. 나에게는 세상에 무서운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그리고 나는 매일 걱정한다. 앞으로 하루하루 세상에 무서운 것들이 더 많이 생겨날 텐데, 나는 그걸 어떻게 헤쳐나가지? 그 사실이 그냥 너무 무서웠다. 헤쳐나가기에는 나는 너무 힘이 없고 무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쳐나가기 위해 힘을 기르라는데, 나는 그냥 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마냥 딱 붙어, 들고일어날 힘이 없었다.

 

 



산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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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빠가 나를 산에 데려갔다. 바위가 엄청 많은 산이었고, 나는 등산 초보-등린이였다. 일반적인 흙길이나 계단이 아닌 무수한 바위를 올라가고 때로는 큰 바위 위를 횡단도 해야 하는 등산길이 나는 너무 무서웠다.

 

시작 지점부터, 내가 올라가는 지점까지 어떻게 올라갈지 한 번에 생각하면 그런 일이 생긴다. 압도적인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올라가기까지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너무 많다. 여기는 어떻게 건너야 하고, 저기는 어떻게 올라가야 하고. 또 올라가다가 부상을 입거나 죽을 위험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산을 정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까지 올라갔다. 만약 처음부터 여기까지 올 생각으로 모든 계획을 짜고 왔다면 나는 거기까지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내 앞에는 아빠가 있었고, 나는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아빠가 가는 한 걸음 한 걸음 쫓아 올라갔다.

 

아빠는 산을 '계단'이라고 했다. 그저 내 앞에 있는 '한 계단'을 오를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뒤로 내려가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했다. 산은 계단, 산은 계단이라고.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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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나처럼 미리 정상에 올라갈 혹은 내려갈 걱정부터 하고 인생을 살면 안 된다고, 아빠가 누누이 그랬다.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고. 그런데 그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아직 어렵긴 하다. 나는 걱정이 너무 많다.


아빠와 산에 간다는 것은- 하나의 큰 나의 고민상담과 진로상담이 되곤 했다. 20대 초반의 나는 너무 조급했다. 조급하고 완벽주의적이었다. 그것들이 나를 하나씩 집어삼키다가 나를 망쳤다.

 

그러다 나는 멈췄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달릴 수가 없었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적어도 나는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트인사이트가 그 변환점에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가족과의 대화는 나를 덜 조급하고 더 안심하게 했다. 이제는 산을 다닐 때도 발밑만 보고 다니는 게 아니라 조금은 주변 풍경도 돌아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산은 삶이다. 산에서는 삶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사는 삶이다. 살아가는 삶이다.

 

앞으로의 내가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다. 그래도 살아가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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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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