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전과 다른 시선으로 궁을 보게 해주는 –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 [도서]

거창하지 않지만, 우리의 고궁을 더 알 수 있게 해주는 궁궐 탐방기
글 입력 2021.06.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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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덕수궁을 걷다가]

 

 

 

과거의 흔적 가운데서, 그 시간의 생들을 떠올린다



이전에 몇 편의 오피니언에서 언급했듯이 나는 덕수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서울 도서관에 들르다가 시청 광장을 한 번 돌아보고 그러다가 덕수궁 돌담길만 걷는 것이 어쩐지 아쉬워서 궁에 들어가 보고 하는 식이지마는, 도심 속에 자리한 고궁을 그중에서도 서양식 건축물인 석조전이 자리한 덕수궁을 돌아보는 것을 나는 좋아한다.


어느 날은 궁을 관리하는 직원들만 몇몇 마주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여러 관광객 사이에서 궁을 거닐면서 생의 모든 순간을 이곳에서 보낸 이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내가 걸었던 길이 그가 걸었던 길이었을까, 내 시선에 닿는 나무와 꽃도 그들의 시선과 손이 닿았던 것일지. 지금까지 계속 보수를 거친 궁이니 처음 모습과는 많은 것이 바뀌었겠지 하면서도 궁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옛사람들을 계속 떠올리곤 한다.


내 눈에 들어오는 궁궐의 풍경에 대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이곳에 자리했던 것들에 대해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마음이야 아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배우려는 시도나 공부를 해볼 만큼 부지런한 기질이 아니었기에, 어쩐지 나는 무언가 항상 채워지지 않은 듯한 마음으로 궁을 거닐곤 했다.

 

궁궐에 대해서 알고 싶지만, 그 방대한 역사의 지식을 배우는 시도는 어렵게 느껴지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쉽게 각 궁궐에 대한 지식을 익힐 수 있는, 그러나 마냥 가볍게만 다루는 것은 아닌 우리 궁궐에 대한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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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공감하며 읽게 되는 궁궐 안내서



1장의 서문에서 김서울 작가는 친구에게 궁을 소개해주는 마음으로 각 궁궐에서 받은 인상을 간략하게 정리했다고 한다. 문화재청이나 관광협회 출처의 자료처럼 우리 궁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나열되는 방식이 아닌 좀 더 편하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소개 글인 셈이다.

 

작가는 궁궐을 그저 마냥 긍정적인 이미지로만 포장하지 않았기에 조금 냉정하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하지만 글에서는 고궁을 향한 작가의 잔잔한 애정의 시선이 전해진다.


창덕궁과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에 이어 경희궁까지 내게 익숙하기도 하고 또 생경한 궁궐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분명히 전해진다. 각 궁이 전반적으로 지니는 분위기와 더불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놓쳤을 법할 소소한 모습을 말하면서 저자는 궁의 역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한다.

 

다섯 궁궐을 소개하는 저자의 친숙한 설명을 읽고 있자면 내가 몇 번이고 발길이 닿았던 궁궐의 풍경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궁궐의 잔상 또한 더 또렷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이렇게 다양한 양식의 건물이 넓지 않은 부지 안에서 미니어처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궁이 덕수궁이다. 덕분에 고개를 돌릴 때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분수대에서 석조전을 마주하면 근대 서양식 건물과 뒤편의 현대식 건물이 중첩되는 모습이, 다시 시선을 틀면 우리가 익히 아는 조선시대 궁궐 전각과 고층 빌딩이 겹쳐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대부분의 전각이 사라지고 없지만 경희궁의 본체이자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서암이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고 가느다란 물줄기 역시 끈덕지게 궁궐 사이사이와 도시 아래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가 경희궁을 두고 ‘사지가 잘려나간 궐’이라는 둥 잔인한 표현도 서슴지 않지만 궁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같은 표정으로 한결같이 사람들을 기다린다. 흐릿하지만 다정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돌과 나무는 우리 궁궐을 이루는 가장 큰 구성 요소이다. 돌은 궁궐의 바닥에, 건물의 아래를 받히고 또 기둥으로 아래와 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나무는 궁궐의 전각 건축에 이용됐을 뿐 아니라 궁을 고요한 숲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궁을 거쳐 간 모두가 발을 디뎠던 바닥에서부터 장식용 괴석과 달구경을 위해 만든 월석, 그리고 해치와 같이 돌로 조각한 석상들까지, 돌이 궁궐에 어떻게 쓰였는지 생각보다 더 다양한 사례를 저자는 소개한다.

 

또한 단정하면서도 고요한 느낌의 궁궐의 목재 건축물과 그 옆에 자리한 나무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조선이 과연 절제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 국가라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된다.

 

 

“날렵하게 쭉 뻗은 추녀 사진이 지겨워졌다면, 궁궐 건축물의 지붕 끝을 올려다보느라 목이 아팠던 적 있다면 전각 아래와 옆에 놓인 돌에 시선을 나눠보는 건 어떨까.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싶겠지만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돌의 슴슴한 매력에 분명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궁궐을 거니는 일은 조선시대부터 현대 한국까지라는 오랜 타임라인을 통과한 전국의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일과 같다. 몇 세기의 시간을 살아온 나무와 건물의 일부가 되어 세월을 버텨온 전국의 나무들, 궁궐을 천천히 걷다 보면 목화솜 같은 밀도 높고 두꺼운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시 서울 고궁의 나무들이 내뿜는 고요한 정취를 충분히 음미하며 도심의 떠들썩한 분주를 잊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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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다른 시선으로, 애정을 더 담아 바라본다



궁궐에서 사용한 물품들에 대한 사진과 소개를 지나 마지막 장까지 읽다 보면, 간략하면서도 친구에게 궁을 소개해주는 듯이 표현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진다. 무언가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담아내는 것도 힘들지만 사실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독자들에게 책을 읽고 정말 궁궐에 가고 싶어졌느냐고, 궁궐의 어떤 부분이 가장 보고 싶어졌느냐고 묻고 싶지만 꾹 참는다고, 그저 궁궐의 돌과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떠올려보고자 한다고.

 

나 역시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렇게 말하고 싶다.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시선과 마음을 담아 다시 궁궐에 가고 싶다고, 그리고 저자가 떠올리는 책을 읽고 궁궐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이들 중에 나 역시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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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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