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울컴퍼니에 대한 단상 [음악]

90년대생들은 공감할 힙합 음악 이야기
글 입력 2021.06.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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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아주 오래 전 소울컴퍼니 식구들이 바닷가 MT를 놀러가서 찍은 사진이다.

 

 

내가 처음 힙합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에픽하이의 'High Society' 앨범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TV 채널을 돌리다가 MNET에서 우연히 에픽하이의 '평화의 날' 뮤직비디오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나는 힙합 문화나 힙합 장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므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상에, 이렇게나 흥이 나는 노래가 있었다니. 에픽하이의 2집은 DJ투컷과 팀원들이 오버그라운드로의 진출, 혹은 힙합의 대중성을 겨냥하여 만든 앨범이었기 때문에 데뷔 앨범과는 결을 달리 한 앨범이었다. 그때 나는 힙합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으며 한 살, 두 살 나이가 더 들면서 한국의 힙합 음악에 대한 관심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이후 에픽하이가 속한 집단이 '무브먼트 크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브먼트 크루'의 대척점에는 '스나이퍼 사운드'라는 레이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이들이 하는 음악의 장르가 공통적으로 힙합이며, 대중성과 시장성을 목표로 하는 힙합 음악을 '오버그라운드' 힙합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힙합은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라는 개념으로 다른 음악 장르들과는 다르게 구분되고 있었다. 힙합만 왜 유독 그런 것일까? 힙합은 왜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구분을 중요시 여길까?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중학생 1학년이 되면서부터 오버그라운드 힙합보다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무브먼트 크루 소속 팀들의 음원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물리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소울컴퍼니는 나에게 신세계였다. 에픽하이가 소개한 힙합 음악이 순한 맛이었다면 소울컴퍼니와 빅딜이 펼치는, 소위 언더그라운드 음악은 보다 매운 맛이었다. 매운맛은 자극적이나 쉽게 질리지 않는다. 하루 종일 '뱅어즈'를 MP3로 돌려 들어서 가사를 외울 정도였다. 당시에는 유튜브가 활성화된 플랫폼이 아니었기에 네이버 블로그나 엠군 같은 곳에서 소울컴퍼니의 공연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며 들었었다. 키비, 더콰이엇, 화나, 칼날, 플래닛블랙, 제리케이, DC, 신텍스에러, 라임어택, 매드클라운 등등. 특히 소울컴퍼니의 수장이었던 키비와 더콰이엇의 트랙을 즐겨 듣곤 했다. 키비의 음악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고3후기, 소년을 위로해줘, 미운오리새끼 등의 명곡들이 탄생했던 시기니까.


이외에도 화나와 라임어택, 후발주자로는 매드클라운을 좋아했다. 소울컴퍼니에는 말 그대로 ‘컴퍼니’ 같은 느낌이 있었다. 비즈니스 관계라기보다는 친구이자 선후배 느낌이었고, 나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요즘 힙합 레이블이나 크루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소울컴퍼니에는 MC메타를 주축으로 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었고 젊음의 순수함, 열정과 패기에서 나오는 풋풋함이 있었다. 이러한 특성은 음악성을 떠나 소울컴퍼니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였다. '뱅어즈'나 '오피셜 부틀렉' 시리즈가 리스너들 사이에서 명반으로 칭송받는 이유에는 당연히 음악성이 훌륭하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내가 소울컴퍼니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배경에는 그 당시의 멤버들이 이뤄내던 시너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요즘 힙합 곡들에선 '추격! 라데꾸'나 'one rainy day'와 같은 위트와 부드러움을 느끼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천국에도 그림자는 진다'나 '그의 선택'과 같은 곡에서의 철학적 깊이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가사를 꼭 시처럼 훌륭하게 쓰지 않더라도, 가사에는 뮤지션의 생각이 녹아있기 마련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그것을 최대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멋있게 표현하여 리스너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내가 좋아했던 키비 특유의 말랑말랑한 감성은 메인스트림에 진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철학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시대 모든 뮤지션들에게 요구되는 과제이며 음악적 수준을 높여주는 필요충분조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힙합 음악의 탄생 이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정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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