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을 움직이는 글의 힘 [사람]

아트인사이트 활동이 일상의 변화로 이어졌다
글 입력 2021.06.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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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지만, 그동안 아트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하며 느낀 바를 담은 글이다.

 

3월부터 지금까지 글을 기고해 왔다. 형식이나 분량의 제약 없이 방목된 그야말로 자유로운 글쓰기였다. 물론 ‘마감’이라는 약속이 있었고 필자는 그다지 성실한 에디터가 아니었다. 글쓰기가 겁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좀 아팠다.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어서 남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졌다.

 

엄지 하나만큼은 항상 부지런했다. 자신의 가치관과 목소리를 정성스럽게 빚어 '글'의 형태로 내보이는 일. 세상 밖에 나온 이야기들에 관심을 두고, 그리하여 일상의 변화를 기꺼이 맞이하는 일. 에디터 활동 기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는데 누군가의 글을 읽고 영감을 받아 행동으로 옮긴 경험은 특별했다.

 

 


오지랖을 부려봤다.


 

가끔 오지랖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늘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고, 정 많은 감정적인 성격이라 그렇다.

 

근데 괜한 참견했다가 이상한 낙인찍히기 딱 좋다. 상대가 처한 상황을 지레짐작해서 건넨 호의가 차가운 시선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겁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하철에서, 신호등 주변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을 만나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이유다.

 

누군가 도움을 청해도 “저도 잘 모르는데…어떡하죠?” 우려 섞인 말을 건네다가 결국 제 볼일 급하다고 자리를 뜨는 날이면 유독 마음이 쓰인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러던 중, 아트인사이트에서 오지랖에 관한 글을 발견했다. 과한 오지랖은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분명 오지랖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했다. 참견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과 머쓱함 때문이란다. 누군가의 간절함을 알아채는 오지라퍼가 되려면,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고 깊은 관찰을 바탕으로 탁월한 타이밍에 개입하는 센스까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용기를 내야 한다는 지당한 이야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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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적절한 타이밍에 참견할 일이 생겼다. 버스에서 언제 내려야 하는지 몰라 기사님께 묻던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마침 방향이 같았다. “여기서 내리는 거 맞아요”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어색한 미소가 아무렇게나 새어 나왔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목소리가 남의 것처럼 낯설었다.

 

그래도 버스를 내리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감사 인사를 받아서가 아니라 '별 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도 종종 내면의 오지랖을 꺼내곤 한다. 친절한 사람은 못 돼도, 타인의 어려움에 무심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밤 달리기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달리기 경험을 엿보고 함께 도전하고 싶었다. 주변에 달리기하는 친구가 몇 있는데, 그들이 함께하자고 권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트인사이트에서 왜 달리는지 설명하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동하더라. 그렇게 좋다고? 나만 몰랐던 거야? 하면서 달리기 앱을 추천받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앱 깔고, 러닝화 꺼내고, 블루투스 이어폰 챙기면 완료. 뭘 하나를 해도 이렇게 미리 갖춰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밤마다 뛰기 시작했는데,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 많았다. 정말이다. 건강 챙기려다가 도리어 해만 입을까 봐 포기할 뻔했다. 남과 한 약속을 못 지키면 괴로운데, 자신과 한 약속을 못 지키면 자괴감이 더해진다.

 

부끄러움이 성취감을 넘어서니 어떤 힘이 솟아난다. 피곤한 몸을 문밖으로 이끌고 시원한 바깥바람을 느끼며 전진하기.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다 미친듯이 달리기. 하루의 스트레스가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기분을 만끽하기.

 

비록 발목을 다치면서 요즘은 못 뛰지만, 의사 선생님께 “달려도 좋다!”라는 선언을 들으면 다시 밤 달리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

 

아트인사이트에 머물며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카테고리와 저마다의 목소리가 담긴 게시물. 오히려 완성된 책으로 만났다면 읽는 맛이 반감됐을지도 모른다. 편집자의 손길이 크게 닿지 않는 곳에서, 당신이 서술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고르고 골라 배열한 문장이 마음에 스며들어 하루를 가득 채웠다.

 

일상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 아트인사이트 활동 마무리를 앞두고, 사람을 움직이는 글의 힘을 깨달았다.

 

 

[김세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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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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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자유롭고싶어
    • 잘 읽었습니다. 글의 온도가 참 따뜻하십니다.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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