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믿어주는 단 한사람의 존재가 그리는 아름다움. - 가려진 시간 [영화]

글 입력 2021.06.11 00:0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엄태화 감독의 영화 <가려진 시간>은 "가려진 시간" 속에서 훌쩍 커버린 '성민(강동원)'과 그러한 성민을 유일하게 알아보고 그의 존재를 믿어주는 '수린(신은수)'의 아름답고 때때로 가슴이 저릿한 우정을 다룬다.

 

재혼을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엄마가 세상을 떠나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새아빠와 단둘이서 지내게 된 수린은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에 새아빠에게도, 그리고 주변 환경에도 마음의 문을 닫는다. 내 편이 없는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미신일 뿐인 여러 이야기들을 찾아보는 수린은 굳게 닫힌 마음과는 달리, 자신을 구원해 줄 누군가를 간절히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한 수린에게 다가온 한 소년 성민. 성민 역시 어린 나이에 홀로 세상을 걸어가고 있었기에, 외로웠던 수린과 성민은 그들만의 놀이를 하고, 그들만의 암호를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갔다.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둘만의 세계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20210611001907_psfifomo.jpg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둘만의 세상에서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던 수린과 성민이 이상한 알을 발견하게 되고, 그 알을 깬 성민은 정말로 현실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계', '가려진 시간'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사라졌던 성민은 몸이 훌쩍 커버린 상태로 현실 세계의 수린에게 돌아왔다.

 

 

[크기변환]가시2합친거.jpg

 

 

갑자기 나타난 성민의 겉모습이 영락없는 건장한 성인 남성이나 다름없었기에, 그가 가려진 시간 속에서 몸만 커버리고 아직 어린 초등학생 성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고 가리키며 의심했다.

 

하지만, 둘만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는 성민, 그리고 그가 가려진 시간 속에서 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기록했던 메모들을 보고 수린은 성민이 진짜 성민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두가 '미신'이라고 하찮게 여겼던 이야기들을 믿어주고, 수린이에게 직접 그 미신 속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흔쾌히 제안했던 것처럼, 수린은 다시 돌아온 성민을 온전하게 믿어준다.

 

성민의 몸이 갑작스럽게 커지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성민과 수린을 향한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은 없지만, 성민과 수린에게는 "서로"가 든든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크기변환]가시10.jpg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는 두 어린아이들에게 차가웠다. 아무도 성민과 수린의 진심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고, 둘 사이를 가르려고 하는 어른들은 손을 잡고 나아가려는 두 아이들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성민은 외로웠던 자신의 삶에서 자신을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인 수린의 강한 믿음 덕에 용기를 내고, 자신의 몸을 던져 위험에 처한 수린을 구한다.

 

그리고 수린 역시, 자신의 외로움에 들어와 믿음의 손길을 내밀었던 성민을 끝까지 믿어주고,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알아봐 주었다.

 

 

[크기변환]가시7.jpg

 

 

영화 <가려진 시간>은 관심과 믿음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몇 명이나 되는지 보다 관심과 믿음의 '크기'가 삶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려진 시간과 실종이라는 큰 사건으로 인해 수린은 이전과 달리 어른들의 보호와 관심을 단숨에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 수린이의 결핍을 채워주는 건 여전히 '어린' 성민이었고, 그러한 성민 본연의 모습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역시 어린 수린이었다.

 

영화 속에서 외로운 아이를 구원해 준 건 어른들이 아니라 또 다른 외로운 아이였다.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단순히 '어른'의 존재가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어리지만 그 누구보다도 큰 '믿음'과 '진심'을 가지고 있었던 두 아이의 모습은 아름다우면서도 여전히 세상과 싸우기엔 서툰 모습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졌지만, 깊은 마음을 나누는 관계는 점점 줄어들었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하고, 온전히 믿어주는 관계 역시 사라지고 있다. 그러한 사회에서 이 영화는 결국은 진심의 크기와 깊이가 한 사람을 나아가게 하고 살아갈 용기를 준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크기변환]가시8.jpg

 

 

<가려진 시간>은 '믿음이 지니는 힘'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려진 시간'이라는 독특한 장치로 풀어내고 있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신선하면서도 그 따뜻함이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마저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마다 이 영화를 꺼내보곤 한다.

 

이 영화가 더 이상 가려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컬쳐리스트명함.jpg

 

 

[이현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1660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7.27,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