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의 첫 오페라 이야기 - 토스카 [공연]

휘몰아치는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글 입력 2021.06.02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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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트인사이트 플랫폼에 나의 글을 채울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나서, 그리고 매달 문화 초대를 받을 수 있게 된 이후부터, 나는 (동행인과 함께 문화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준 아트인사이트의 배려에 감사하며) 거의 매번의 문화 초대를 두 표씩 신청해왔다. 내가 그렇듯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엄마, 동생과 웬만하면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유독 음악극을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초대 기회가 생기기를 내심 기다렸다. 운 좋게 얼마 전 오페라 ‘토스카’ 에 대한 공지가 올라왔다.

 

사실은 뮤지컬도 연극도 아닌 오페라를, 그것도 직접 관람하는 건 둘 모두에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있었다. 대중음악과는 사뭇 다른 진중하고 본격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원어로 된 음악극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지가 걱정스러웠다. 그날은 낯선 것과 정말로 최초로 마주하는 날이었다.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길에 시간도 남았겠다, 포털 사이트에 오페라 예절 같은 것을 검색해 봤다. 기침은 배우들의 몰입을 깨뜨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에 도착했다. 엄마는 나랑 이곳저곳 여러 기획전을 보러 다닐 때,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종종 놀라곤 한다. 나도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조금 놀랐다. 극장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관객 분들이 많았고, 서로가 서로의 지인인 듯 여기 저기 안부를 묻는 생경한 풍경에 어색하기도 하고 정말 왜인지 조금 벅차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가만히 앉아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다.

 

 

 

2.


 

시놉시스


1800년 로마, 자유주의 화가 카바라도시는 정치범으로 수배되어 쫓기고 있는 친구 안젤로티를 작업 중이던 성당에 숨겨준다. 마침 성당을 찾아온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는 어딘가 수상한 모습에 그의 바람을 의심하고, 그때 도망자를 추격하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가 들이닥친다. 평소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스카르피아는 눈엣가시였던 카바라도시를 체포하여 갖은 고문을 일삼고 목숨의 대가로 토스카에게 잠자리를 요구한다.

 

카바라도시와의 도피를 위해 거래를 요구한 토스카는 결국 스카르피아를 살해한다. 하지만 카바라도시는 총살당하고, 그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토스카는 괴로워하며 성위로 뛰어올라가 몸을 던진다.

 

 

 

3.


 

<라보엠>, <나비부인>과 함께, 자코모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불리는 < 토스카 >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나폴레옹 전쟁 시대, 1800년의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작중 인물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총 3막으로 이루어진 그 이야기를 순서대로 소개한다.

 

우선 <토스카> 의 막이 오른다.

 

 

1막 :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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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의 무대는 ‘산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이다. 무대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성당을 중심으로, 그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 상이, 오른쪽에는 성모 마리아 벽화를 작업 중인 화가 카바라도시가 있다. 그는 성당에서 기도하던 후작 부인을 모델 삼아 그린 성모 마리아와 아름다운 그의 연인 토스카의 외모를 비교해 가며 <오묘한 조화>를 부른다.

 

이 때, 정치범으로 쫓기던 카바라도시의 친구 안젤로티가 그가 작업 중인 성당으로 뛰어 들어온다. 카바라도시는 안젤로티를 성당 근처 건물에 숨겨주고, 때마침 카바라도시의 연인 토스카 또한 그를 만나러 온다. 성모의 모델이 누구인지 물으며 질투심을 내비치던 토스카는, 왜인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그의 모습에 바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시 총감 스카르피아가 안젤로티를 찾으러 성당에 들이닥친다. 전부터 토스카에게 흑심을 품고 있어 카바라도시가 눈엣가시였던 그는 이를 기회삼아, 안젤로티를 은닉했을지 모른다는 명목으로 카바라도시를 체포한다.

 

 

2막 : 파르세네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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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극이 클라이맥스로 진입하며 긴장감이 고조되는 2막은, 1막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된다. 둘은 거의 비슷한 시간 동안 진행됐지만, 2막의 몰입도는 훨씬 강해져서 그 체감 시간은 반도 채 되지 않는 듯하다.

 

2막의 무대는 파르세네 궁전, 그 중 3층인 스카르피아 경시총감의 방이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 대한 욕망을 채울 목적으로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한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를 방으로 불러와 카바라도시를 잔인하게 고문하는 소리를 들려주며, 안젤로티가 숨어있는 곳을 말할 것을 협박한다. 이에 괴로워하던 토스카는 결국 은닉 장소를 밝히지만, 스카르피아는 정치범을 은닉한 죄로 카바라도시를 총살할 것을 명한다. 그리고 애원하는 토스카에게 연인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자신과 잠자리를 가져야 함을 요구한다. 여기서 토스카는 아리아 <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를 부른다. 신을 원망하는 절규 섞인 목소리로.

 

토스카는 끝내 협박에 응하고,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에게 거짓총살을 진행해 부하들 눈을 피해 도망치게 해주겠음을 약속한다. 그리고 스카르피아가 토스카에게 키스하려 다가가자, 토스카는 식탁 위의 칼을 집어들어 스카르피아를 찌른다. 그리고 말한다.

 

“이게 토스카의 키스다”

 

 

3막 : 산 안젤로 성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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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막이 휘몰아치듯이 끝나고, 3막의 배경은 산 안젤로 성벽 위다. 3막에서는 무대가 아래위로 적절하게 이동하며, 카바라도시가 수감되어있는 감옥과 성벽 꼭대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카바라도시는 토스카에게 유서를 쓰는 중이다. 그는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며, 토스카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때 문을 열고 토스카가 들어온다. 토스카는 카바라도시에게 도망갈 마차를 준비해뒀고, 곧 거짓처형이 있을 것이니, 총에 맞은 듯이 연기를 잘 끝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리고는 처형 시간이다. 사격수들이 카바라도시를 쐈고, 약속대로 그는 쓰러진다. 그런데 사형수들이 전부 떠나간 이후에도, 카바라도시가 일어나지 않는다. 토스카는 자신이 스카르피아의 계략에 속았음을, 그가 정말로 총살당했음을 깨닫고 절규한다. 이 때, 아래에서 스카르피아를 죽인 토스카를 찾는 소리가 들리고, 토스카는 성 밑으로 뛰어내려 자살한다.

 

 

 

4.


 

오페라의 막이 내리고, 다시 오른 뒤, 커튼콜에서 배우들이 순서대로 인사를 하자 힘찬 박수가 쏟아진다. 주연 배우들의 인사에는 환호와 휘파람 소리가 가득했다. 원어로 진행되는 공연이 조금은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도 자동으로 그들과 함께 박수를 쏟아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이크 없이도 대극장의 양 쪽 끝까지 닿을 만큼 울려 퍼지는 성량과,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을 전달해주는 연기의 감동은 여운이 깊었다. 시놉시스를 이미 알고 봤음에도 화려한 연주와, 노래는 관객이 지루할 틈을 전부 앗아갔다. 대극장의 거대한 규모와 무대 연출, 그리고 조명도 ‘극’의 ‘극적인’ 부분을 최대화했다. 오페라의 ‘블록버스터’라고 불릴 만 했다.

 

<토스카>는 한 때 ‘보잘 것 없는 싸구려 극’ 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룻밤 사이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서는 고문, 살인, 자살, 배반과 같은 자극적인 사건들만이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는, 정말로 ‘드라마틱’한 플롯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치니의 < 토스카 >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이러한 요소들을 아름답고 세련된 화성과,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캐릭터 등을 혼합하여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오페라적 지식이 전무한 내가 푸치니의 음악이 평가처럼 세련되었는지, 오늘 가수들이 얼마나 완벽하게 그의 곡을 소화해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저 혹시 전공자일까 예상되는 노련한 중장년 관객들의 브라보, 브라비 ! 같은 환호를 들으며, 그 사실을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극이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성은 비교적 쉽게 와 닿았다. 특히 주인공 토스카의 캐릭터가 마냥 수동적 태도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비극적 고전의 여주인공과 다르다는 점이 신선했다. 제 1막에서 토스카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산다’는 그의 아리아 제목처럼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사랑하며, 가끔은 질투하기도 하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그 절절한 사랑은 토스카가 미처 스카르피아의 덫을 볼 수 없게, 또는 알면서도 이에 걸리도록 하는 장치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파생되는 비극을 받아내는 객체의 역할을 하던 토스카는, 복수를 다짐하고, 사건을 해결하고, 마침내 스카르피아를 살해함으로써 행동하는 주체가 된다. 진행되는 극에서 인물들은 토스카를 중심으로 차례로 파멸하며, 결국 극의 모든 이들이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

 

*

 

어쨌든 긴 글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뭐냐면, 내가 경험한 새로운 세계가 꽤 재밌었다는 거다. 모두에게 그렇지만 나에게 첫인상은 미래의 재경험의 유무를 거의 확정짓곤 한다. 그리고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고루한 표현이지만 더할나위없이 만족스럽게 오페라의 첫 경험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이 새로운 경험이 앞으로 나의 문화 감상 범위를 더 넓힐 것임을 기쁜 마음으로 예상한다. 아마 또 다른 오페라 소식이 있다면, 나는 적어도 몇 번은 다시 극장을 찾을 것 같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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