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게 무용이라고?, 갈라 [공연]

무용 같지 않은 무용, 춤 같지 않은 춤
글 입력 2021.06.0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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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다운 무용, ‘춤’다운 춤은 무엇일까?

 

각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균형 잡힌 발레 무용수를 떠올릴 수도,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는 현대무용수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무용수가 될 수 있을까? 관객이 있는 무대 위에 올라 무용 공연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제롬 벨(Jérôme Bel)의 공연에서는 이 모든 일이 가능하다. 전통적이고 정석적인 무용의 개념을 깨고 ‘춤 같지 않은 춤’, ‘무용 같지 않은 무용’의 개념을 공연에 적용한 제롬 벨은 나이, 성별, 인종,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들을 무대 위에 올려 하나의 무용을 만들어냈다.

 

제롬 벨의 <갈라>(Gala)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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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프랑스 공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투어하는 <갈라>는 2020년 우리나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도 공연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을 무용수로 뽑아 무용 공연을 함께 만들어내는 <갈라>는 전 세계의 관객들을 진정한 춤판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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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벨은 프랑스 출신의 무용가로, 기존 무용의 형식이나 제약을 탈피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안무가이다. 그가 만들어낸 <갈라>에서 ‘갈라’란, 축하하기 위해 벌이는 공연이라는 뜻의 이태리어로, 주로 축제의 시즌 개막을 축하하거나 끝을 기념하며 열리는 공연을 말한다.

 

<갈라>의 무대 위에는 우리가 무용 작품을 떠올리면 저절로 따라오는 균형 잡히고 정형화된 무용수들이 서있지 않다. 흰 바닥만이 깔린 텅 빈 무대 위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이, 성별, 인종, 장애 유무, 체형 등 각기 다른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가 간단한 무용 동작을 하고, 한데 섞여 자유롭게 춤을 춘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촌스러운 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몸과 그들이 취하는 동작, 제스처, 표정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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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하면 무대 위에 한 사람, 한 사람씩 차례대로 나와 발레, 마이클 잭슨의 춤 동작 등을 선보인다. 각자 자유롭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동일한 춤 동작을 하는 개개인을 보며, 우리는 같은 동작이라도 체형, 몸짓, 손짓 등을 통해 이렇게나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비슷한 체형과 몸의 선을 가진 전문 무용수 등을 통해 보던 일관성 있는 무용 공연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갈라>의 무용은 ‘무용’이라는 카테고리의 또 다른 틈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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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솔로 동작이 끝나면, 단체로 모여 맨 앞에 나온 사람의 춤 동작을 따라 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무용 동작을 따라 하고, 어른이 아이의 춤을 따라 한다. 그렇게 무대 위 각자 다른 몸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의 춤을 통해 함께 어우러진다.

 

서투른 동작이라도 수행해내고, 잘 맞지는 않지만 서로의 춤을 따라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우리가 평소에는 상상치 못했던 또 다른 가능성과 마주하게 된다.

 

무대는 견고한 일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일상성을 깨고, 일상 속의 우리가 무엇인가를 간과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의 춤을 보며 벅차오름을 느끼는 경험을 함으로써, ‘정상성’이라는 기준을 통해 하나로 맞춰진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가 왜 이러한 가능성을 만날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지, 그 간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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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는 실패한 공연과 성공한 공연, 그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전문적인 무용 공연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훈련된 무용수라도 그가 수행하는 동작, 그의 동작과 음악 사이의 조화 등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것을 보면 그것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있다.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실패한 공연과 성공한 공연의 기준을 세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롭지만 진지하게 동작을 수행하고, 함께 모여 뛰놀듯 춤을 추는 사람들의 에너지 속에서 우리는 그런 엄격한 판단의 잣대를 내밀 수 없게 된다. 어딘가 불안하지만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머릿속에는 그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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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를 보게 된다면 나도 저 무대 위에서 저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갈라>를 보며,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춤을 보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춤을 통해 한 데 어우러지고 즐길 수 있음을 몸소 깨닫게 된다. 기승전결이 짜인 무용 공연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깨는 어떠한 즐거운 파열로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갈라>는 무대 위, 많은 사람들 사이의 선을 지우는 동시에, 우리 안에 들어있던 관념과 일상 안의 선을 지우는 공연으로 다가온다.

 

 

[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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