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한 편, 노래 한 곡 #5]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왜 죄가 되죠? [영화]

글 입력 2021.05.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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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버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왜 죄가 되죠?

 

-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중 장자한의 대사


 

 

드라마 <오월의 청춘>


 

[크기변환]오월의 청춘 포스터2.jpg

 

 

1980년, 대한민국, 광주. 드라마 '오월의 청춘' 작품 소개에는 '그 5월이, 여느 때처럼 그저 볕 좋은 5월이었더라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아갔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나와있다.

 

드라마 중반인 8화까지 본 후, 전형적인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인 '명희'와 '희태'는 우연한 계기로 만나 서로 열렬하게 사랑하지만, 명희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국가보안법 위반자였고, 희태의 아버지는 보안대 소속이었다.

 

물론 현대 사회에도 로미오와 줄리엣은 있을 수 있다. 가족끼리 원수지간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서사는 주로 사극이나 시대극에서 발생한다. '시대적 배경'이 가로막는 사랑이 가족이 가로막는 사랑보다 힘들기 때문이다.

 

희태와 명희도 서로 해서는 안 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갈등하고, 피하고, 마음을 확인하는 무수한 과정을 거쳐 결국엔 그 무엇도 둘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과 둘을 가로막는 희태 아버지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그 둘이 사랑하기까지가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크기변환]common.jpg

 

 

1987년, 대만. 1987년 대만은 계엄 해제가 되고, 남고였던 주인공 '장자한'과 '위바이더(이하 버디)'의 학교에도 1학년 여학생들이 입학하기 시작한다. 물론 학교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의 건물 사이에 철조망을 쳐놓고, 남녀 학생 간의 접촉과 교제를 철저하게 막았다. 계엄이 풀린 직후였지만 아직까지 많은 것이 억압당하는 시대였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당연히 성소수자는 존재를 드러낼 수조차 없게 억압받았다. 학교에서는 게이라는 이유로 한 학생을 당연하게 괴롭히는 모습이 비친다. 숨어서 이를 보고 있던 자한이 이를 막기 위해 나서지만, 학생들은 자한에게 동조할 것을 강요하고, 결국 버디가 해당 학생을 데려간다.

 

이후 친해진 자한과 버디는 수도 타이베이에 갔다가 동성애자의 권리를 위한 1인 시위를 하는 '치자웨이'를 봤지만 사복 경찰이 이를 저지한다. 자한과 버디가 본 세상은 '게이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자한과 버디의 사랑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자한과 버디는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실히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하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그들의 사랑을 '해서 안 될 사랑'으로 규정지을 게 뻔했으니까. 이미 이를 알고 있는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도 서럽게 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는 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이후 버디가 일방적으로 자한을 피한다. 자한과 버디도 명희와 희태와 마찬가지로 둘의 마음을 알고도 갈등하고 피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미 그 시대를 벗어난 시청자가 보기에 그 과정은 너무나도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결국 다시 한번 둘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게 되지만, 그 이후로 자한과 버디가 만나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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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그들이 중년의 나이가 될 때까지 말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이제 적어도 명희와 희태, 자한과 버디와 같은 사랑이 불가능해지는 일은 많이 적어질 것이다. 그러한 억압 받는 시대 속에서도 피어났던 그들의 사랑과, 치자웨이처럼 끝까지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발자국


나보다 먼저 태어나서 더 많이 아팠을 누군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리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그때엔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발자국을 찍고 있을까.


- 2020년 6월 16일의 글

 

 

위 글은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이다. 나는 세상이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이 찍어준 '발자국'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발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그때 그들이 누릴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당연하게 누릴 수 있게 해주려고.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그런 시대를 바꾸기 위한 발걸음이 있었고, 2019년 5월 대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 합법화가 됐다.

 

 

 

사랑이 죄가 될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와 영화를 본 후 헤이즈의 '미안해 널 사랑해'를 들었을 때 순간적으로 감정이입이 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퀴어 영화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을 보고 이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시길 추천한다. 혹은 이 짧은 글로 전달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명희와 희태, 자한과 버디의 마음이 와닿으셨다면 첨부된 영상과 함께 가사를 곱씹으며 노래를 들어보시길 권한다.

 

서로 사랑하는 게 죄가 되어버린 사랑.

 

 

 

 

미안해 널 사랑해

사랑이 죄가 되어버렸네

갈 곳 잃은 이 마음들만

내가 좀 더 안아주고 갈게


I love you 조금만 더 시간을 줘

I love you 부디 밀어내지 마


내가 죽길 바라지 않잖아

이 사랑을 좀 더 지키는 것

나의 생존본능 같은 거라고


미안해 아직도 널 사랑해

자연스레 숨을 거둘 때까지

그게 아무리 너라도

멈추게 할 자격은 없어

미안해 아직은 널 사랑해


사랑해 날 용서해

어쩌다 죄가 되어버렸네

갈 곳 잃은 이 마음들만

내가 좀 더 안아주고 갈게


I love you 고마워 기다려줘서

I love you 이젠 너를 보낼게

네가 죽길 바라지 않아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이채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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