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없는 여성들에게 -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 [도서]

아랍과 서양, 두가지 시선에서 보는 피카소와 여성
글 입력 2021.05.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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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삼킨 화가.jpg

 

 

프랑스의 스톡 출판사가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참신한 기획을 내놓았다. 어떤 것이냐하면 예술가나 작가가 미술관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낸 후, 밤새 함께한 작품을 모티브로 하는 에세이를 적어내는 프로젝트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그 시리즈를 함께한 첫 번째 예술인으로서 피카소 미술관에서의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그가 적어낸 에세이,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를 피카소에 대한 규모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지금, 읽을 만한 신간으로 소개한다.

 

*

 

‘여자를 삼켰다.’

 

제목의 표현에서 유명했던 생전 피카소의 끊임없는 여성편력과, 그의 작품 속 수많은 여인상이 연상된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이에 더해, 피카소가 (욕망에 따라) 여자를 ‘삼켜냈음'이 내 예상보다 더 적확한 표현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저자 카멜 다우드는 피카소의 그림 속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을 그의 의례에 참여하는 허수아비들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저자는 피카소의 연인이자 뮤즈로 흔하게 알려진 마리 테레즈에 대해 언급한다. 피카소가 50살이었을 무렵 만난 18살의 마리 테레즈는 그의 작업 방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단 여자를 강간했죠. 그런 다음에 일을 시작했어요.”

 

피카소의 그림 속 뮤즈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을 드러내고 있는 무장해제의 상태다. 이 모습은 마치 자신을 곧 탐식할 괴물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피카소는 그들의 몸을 더듬었고, 느꼈으며, 그래서 비로소 그녀를 해체했다. (피카소의 그림을 상상해보자) 그 행위는 마치 사냥과도 같다. 피카소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은 이처럼 보통은 이용당했고, 그 끝은 파멸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확연히 보이듯이 피카소는 ‘에로티시즘’을 상징하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카멜 다우드가 국립 피카소 미술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 그 날도, 미술관에서는 <1932년 피카소, 에로틱했던 해>라는 기획전이 열리는 중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 카멜 다우드의 출신지다. 그는 알제리 출신으로, 알제리는 국민의 대부분이 아랍계이며, 이슬람교도다. 이는 그가 피카소와는 아주 정 반대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카멜 다우드의 세상에서 세속적인 욕망은 숨겨야 할 무언가이며, 욕망의 표현은 율법에 의해 처벌 받아야 마땅했다. 그의 세상에는 에로시티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슬람 신도이지만,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피카소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동안 화가와 자신의 정 반대의 지점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고찰해야 했다. 기독교와 이슬람, 서양과 아랍에 대해서.

 

아랍에서는 여인들의 몸이란 감추어야 마땅하다. 아랍에서 나체에 대한 묘사 또한 캘리그라피에 ‘숨겨서’ 표현하는 것이 전부다. 이렇듯 완고한 아랍의 세계에서는 화가가 그림의 중심이 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아랍에서 예술이 가능한가? 그는 피카소의 캔버스가 뿜어내는 세속적 욕망을 (서양의 길거리에 나붙은 온갖 포스터가 내뿜는 그것과 같은) 응시하며, 책 전반에서 아랍의 문화에 대한 불편한 성찰을 계속한다.

 

*

 

서양은 컬렉션을, 아랍은 ‘무’와 같은 간결함을 추구한다. 한 쪽은 욕망을 씹어서 삼켜내고 (여자를 삼킨 피카소처럼), 다른 한 쪽은 욕망을 계속해서 억제한다. 한 쪽은 (여성의) 육체를 어떻게든 드러내고자하고, 다른 한 쪽은 (여성의) 육체를 최대한 숨긴다.

 

저자로 대표되는 아랍의 지하디스트와 피카소로 대표되는 서양은, 어쨌든 그들의 욕망에 따라 여성을 은닉하고 또는 여성을 씹어삼킨다. 저자는 에세이의 시작에서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잃은 '아랍'의 여성들에게 에세이를 바친다고 했다. 동시에 나는 시선과 욕망의 배출구로 소비되는 그 반대 지점의 여성들에게도 같은 애도를 바친다.

 

 

[신지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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