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자친구가 남긴 6년의 발자취 [음악]

글 입력 2021.05.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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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여자친구가 전속계약 만료에 따라 지난 22일 자로 공식적인 팀 활동이 끝났다. 이 발표는 여타 다른 가수들의 해체나 전속계약 만료 등의 공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팬들의 반감을 샀고, 현재 가요계 내의 여자친구의 입지는 굳건한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나도 그 중 하나로 회사의 일방적인 공지 이후 멤버들의 개인 입장이 나오기까지 해체가 사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좋아하고 응원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더 보여줄 무대와 음악이 훨씬 많으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저번 주 회사 측의 기사를 확인한 후 여자친구의 음악에 대한 글을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멤버들의 입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다른 글을 쓰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이들이 걸어온 길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얼마나 멋있었는지 알리고자 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6년의 발자취를 하나씩 훑어보고 회고하기 위해 그리운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학교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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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여자친구라는 팀을 처음 공개함과 동시에 가장 많이 알렸던 곡으로, ‘학교’라는 큰 틀 안에서 ‘입학-방학-졸업’의 형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아이돌에게 자신들의 고유한 색깔로 여겨지는 콘셉트를 여자친구는 청순으로 내세웠고, 이를 연상케 하는 연한 화장과 수수한 복장,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노래의 분위기와 세트처럼 조화를 이루었다. 타 그룹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청순과 대비되는 안무를 통해 ‘파워청순’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이는 어느새 여자친구의 상징이 되었다.

 

2015년 1월에 발매한 데뷔곡 ‘유리구슬’, 같은 해 7월에 발매한 ‘오늘부터 우리는’, 2016년 1월에 발매한 ‘시간을 달려서’까지 연달아 대성공을 이루었고, 특히 시간을 달려서는 2016년 멜론 연간 차트 2위를, 가온차트 1억 스트리밍이라는 대대적인 기록을 남겼다. 순서대로 ‘입학-방학-졸업’을 의미하는 각 곡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가사의 내용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당시 10대였던 멤버들의 성장과 앞으로의 열린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 표현했다.

 

가끔 음악을 듣다 보면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나는 이들과 또래인 덕분에 학교 3부작을 고등학교 시절 내내 들을 수 있었다. 하복을 입은 채로 땀을 식히던 뜨거운 여름에는 ‘Me Gustas Tu'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거닐었고, 친구들과의 작별이 다가오던 순간에는 여유로운 교실에서 다 같이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을 따라 췄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여자친구’의 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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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3부작으로 가요계에서의 확실한 자리매김을 성공한 여자친구의 첫 정규앨범으로 그간 추구해온 여자친구 특유의 캐릭터를 더욱 확실히 보여준다. ‘너 그리고 나’‘새롭게 시작해 볼래 너 그리고 나 사랑을 동경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라는 가사를 통해 좋아하는 사람과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은 소녀들의 마음과 학교 3부작을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여자친구의 마음을 동시에 담았다. 여름에 발매된 이 곡은 신나는 락 사운드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앞선 곡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는 대중성을 완벽히 사로잡았고, 음악방송 14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룬다.

 

 

 

변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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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래 처음으로 변화를 시도한 'Fingertip'은 스핀오프 앨범으로, 팀의 이미지였던 ‘파워청순’과 대비되는 ‘파워시크’의 콘셉트를 적용한 곡이다. 그전까지는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틀 안에서 여자친구의 정체성을 이야기했다면 이 앨범을 기점으로는 ‘성장한 소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거라고 예고했다.

 

전주에서부터 이전까지의 음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 곡은 무대 의상이나 메이크업, 헤어 등 비주얼 적인 부분에서도 큰 변화를 주었다. 후렴구의 ‘탕탕탕 Fingertip’은 총을 쏘는 재치 있는 안무와 따라 하기 쉬운 멜로디였지만, 당시 음원 성적은 이전보다 저조했다. 그렇지만 변화는 위험부담이 따라온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려 했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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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gertip’을 스핀오프로 새로운 연작 시리즈를 알린 앨범의 타이틀 곡인 ‘귀를 기울이면’은 기존의 여자친구의 콘셉트를 그리워했던 팬들에게 반가운 곡이었다. 이 앨범부터는 여자친구만의 세계관이 탄생한다. 현재 아이돌에게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요소 중 하나인 세계관은 주로 멤버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심오하고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곡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그동안 여자친구는 세계관 없이 자신들의 팀 캐릭터 구축에 힘을 쏟았지만, 이 곡을 시작으로 세계관을 선보일 조짐을 드러냈다.

 

첫 음을 듣자마자 ‘아, 이건 여자친구 노래다.’라는 생각이 드는 청순, 발랄한 곡이다. 2016년의 여름을 떠올리게 하는 곡으로 ‘너 그리고 나’가 있었다면, 2017년의 여름은 ‘귀를 기울이면’이다. 여름의 계곡과 휴양지가 떠오르는 청량하고도 시원한 느낌을 주는 이 곡은 가사에 재미 한 스푼을 더했다.

    

 

전히 오늘도 화창했었지

꾸만 하루 종일 네 생각만

절한 너에게 전하고 싶어 내 맘을

름에 실어 말하고 말 거야

 


2절을 시작하는 멜로디의 소절별 앞 음절을 모으면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완성된다. 이러한 재밌는 요소와 한국어 가사만으로 이루어진 여자친구 음악의 특징(아닌 예도 있으나 대부분 곡은 한국어의 비중이 커서 데뷔 초 자신들의 음악의 특징이라 언급한 적이 있다)이 어우러져 다시 한번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깊어진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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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작곡가 이기, 용배와 합을 맞춰온 여자친구는 ‘밤’을 발매하면서 타이틀 곡의 작곡가를 처음으로 교체했다. 작곡가 교체와 함께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며 한층 더 넓어진 스펙트럼을 보유하게 되었고, 또다시 새로운 콘셉트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격정아련’이었다. 부제인 ‘Time for the moon night’은 ‘달밤을 위한 시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을 여자친구만의 감성으로 함축적으로 담아냈다. 파워청순의 연장선으로도 볼 수 있는 이 모습은 여자친구 멤버들의 음악적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도입부에서 은하의 맑은 음색을 시작으로 멤버들 간의 합이 돋보이는 안무까지 빈틈없이 꽉 채운 3분이다. ‘격정아련’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센치함과 감성이 묻어있는 이 곡은 활동 기간 출연한 모든 음악방송에서 1위를 수상하며, 새로운 음악에도 굴하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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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 곡인 ‘해야’는 ‘밤’의 연장선으로 ‘밤’이 너를 생각하는 시간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우리를 위한 시간을 얘기하고 싶은 소녀의 마음을 담았다. 또한, 앨범명인 ‘Time for us’는 여자친구와 버디(여자친구 팬클럽)를 위한 시간이라는 의미도 내포돼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아직 떠오르지 않는 ‘해’에 비유하였고, 후렴구에는 ‘해야 해야’라며 좋아하는 사람을 부르는 소녀의 마음이 나온다. 전작 ‘밤’과 이어지며 더 깊어진 서사를 자랑하고, 지루할 틈 없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현란한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곡을 완성했다.

 

‘해야’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도입부부터 놀라운 안무를 보여준다. ‘해’라는 비유에 맞게 시작과 끝을 여섯 명이 바닥에 포개어진 형태로 ‘해’를 표현했고, 누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도입부는 마치 해가 돋아나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것만 같았다. 반면, 3분 동안의 격정적인 멜로디 끝에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한곳으로 다시 모여 포개어지는 모습은 해가 저무는 듯한 느낌을 주었고, 시작과 끝의 대조적인 안무는 늘 그랬듯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Summer song 부자



유독 여름에 발매한 곡이 많은 여자친구였다. 그 중 ‘오늘부터 우리는’, ‘너 그리고 나’, ‘귀를 기울이면’은 음악을 들어야 계절 노래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 대놓고 제목에서부터 여름을 겨냥한 곡이 있다. 매년 여름마다 발매된 서머 송은 시원함뿐만 아니라 청량함, 가을의 예고, 설렘 등 노래마다 제각기 다른 느낌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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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는 ‘귀를 기울이면’ 리패키지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변덕스럽지만 아름다웠던 여름비를 사랑에 빗대어 표현하였고, 여름 특유의 청량함이 아닌 곧 시작되는 가을의 감성이 더 짙게 느껴지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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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여름해’는 소녀들이 느끼는 여름밤의 설렘을 담은 시원한 팝 댄스곡으로 여자친구의 2018년 여름곡이다. 청량한 보컬과 펑키한 리듬이 어우러져 듣는 이들에게 시원한 바닷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 곡도 ‘귀를 기울이면’과 같이 가사에 재미를 더했다.

 

 

차차차차가워 예린은 외로워

솔직히 말해 너를 사랑해 신비한 곳으로

엄엄엄엄지은하수 건너서

어떡해 유주 be my 내 소원을 들어줄래

 

 

위처럼 모든 멤버들의 이름이 가사에 녹아있다. 내용의 흐름과도 맞아야 하고 전원 이름을 넣어야 하는 것이 아주 쉬운 일은 아닌 터라 조금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이마저도 재미있게 풀어냈다. 특히, ‘Would you’를 ‘유주’라는 이름으로 바꿔 표현한 것은 조금 신박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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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자친구의 여름, ‘열정의 시즌’을 나타내는 ‘열대야’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는 열기 그리고 뜨거움을 표현한 곡으로 pop 적인 색깔이 절묘하게 입혀졌다. 그 전의 곡들에서 보이는 수줍으면서도 사랑을 숨기지 않았던 가사와 달리 ‘열대야 같은 사랑을 하고 있어’라며 한 뼘 더 깊어진 사랑에 관해 이야기 하고, 이를 통해 여자친구 노래 속 화자가 자연스럽게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다.

 

 

 

回(회)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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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레이블로 합류한 뒤 그동안의 세계관과 하나로 연결할 ‘回(회) 시리즈’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빅히트 사단 프로듀서들의 참여로 ‘밤’ 이후 또 한 번 음악적 변화와 새로움을 도전했고, 더욱 탄탄해진 성장 서사를 만들었다.

 

‘교차로’에서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소녀가 이곳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건너갈 것인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복잡한 마음을, ‘Apple’에서는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선택의 대가를 알게 되는 순간 들리는 유혹의 목소리와 흔들리는 마음을 담았다. 마지막 종착지인 ‘Mago’에서는 결국 마녀가 된 소녀가 다양한 경험 후에 비로소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런 욕망에 충실하고 당당한 모습을 ‘마녀들의 축제’로 풀어내면서 ‘回(회)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개인적으로 ‘回(회) 시리즈’의 곡들을 전부 좋아했고 높이 평가했지만, 대중들의 반응과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던 거로 기억한다. 사람들은 기존의 것을 벗어나려 하면 부정적인 시선과 참견을 하기 일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그 시선에 맞서 결과로 증명해야만 한다.

 

여자친구는 ‘回(회) 시리즈’의 ‘Apple’을 통해 가장 큰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으나 적지 않은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라 왔다. 이미 ‘Fingertip’에서 전작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과 반응을 맛봤었기에 절대 쉽지 않았을 도전이 부정적으로 평가되어 안타깝기도 했다. 더욱 자극적인 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콘셉트의 변화는 당연한 이치인데 자꾸만 과거를 언급하며 강요하는 모습은 나의 눈살마저 찌푸리게끔 했다. 오로지 콘셉트와 가수의 조화만 부각되는 분위기에서 음악적 성장과 깊어진 서사가 묻히는 것만 같았다. 다음 앨범을 통해 변화의 부정적인 측면만 보는 사람들의 코를 눌러주길 바랐지만, 이 앨범은 여자친구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

 

여자친구 덕분에 학창 시절을 회상할 음악도, 여름을 떠올릴 음악도, 여전히 노래방에서 신나게 부를 음악도, 두 눈을 즐겁게 하는 퍼포먼스도 전부 경험할 수 있었다. 어떤 이유로 팀의 마지막을 고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여전히 아쉬운 감정이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의 개별 활동에 큰 응원을 보낸다. 사족으로 여섯 명이 다른 이름으로 다시 나오겠다면 언제나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이다.

 

 

참고: 여자친구 앨범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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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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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 박가을
    •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 다같이 또 만나
    • 0 0
  •  
  • 스윗윶
    • 좋은글 감사합니다.
    • 0 0
  •  
  • 버디버디
    • 좋은 글 감사드려요 덕분의 여자친구의 서사를 정리해보고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어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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