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양극단의 문화가 예술을 바라보는 법 -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 [도서]

글 입력 2021.05.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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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유독 여성과 단단한 연결고리가 있는 피카소가 여성을 ‘삼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여성을 삼킨 피카소를 아랍인의 관점으로 해석한 책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인간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아주 많은 궁금증을 가진다. 외계인과 UFO에 대한 이야기가 늘 뜨거운 이슈인 것처럼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거의 모른다고 봐도 무방한 세계인 ‘아랍’이라는 곳에서 온 인물이 피카소의 작품을 볼 때,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그를 해석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샘솟았다. 꽤 가벼운 궁금증으로 시작한 독서는 이내 내게 물음표만 가득 안겨주었다.

 

저자의 말에 빈번히 등장하는 ‘에로티시즘’, ‘카니발리즘’ 등의 개념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니 머릿속은 금세 혼란스러워졌다. 마냥 읽기 쉬웠던 건 아니지만, 서양 중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미술을 배워온 나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였던 것이 저자의 입장과는 전혀 반대되는 부분이 꽤 있었기에 그를 깨고 사고의 폭을 더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미술관은 성전을 통한 신의 말씀에 의해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된다. - 125p.


사람들은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의 신이 아닌 어떤 것에 영원성을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리하여 미술관은 껄끄러운 존재가 된다. - 132p.

 

 

서양에서는 신의 말씀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사용하기도 했으나, 아랍에서는 ‘신은 모든 것을 말했기에, 미술관들이 거기에 덧붙일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보는 것이 꽤 충격이었다.

 

마찬가지로 ‘나의 신이 아닌 것에 영원성을 부여해 과거를 고정하고, 죽음을 박제화한 공간인 미술관’이라는 관점 또한 기록 및 보존이라는 행위를 통해 후대 사람들이 그 과거에서 현재를 비추어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였다.


아울러 이 부분에서 같은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인 ‘어둠이 내게 가르쳐준 것’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의 레오노르는 이미 떠나버린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며 그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열렬히 바란다.

 

한편 ‘여자를 삼킨 화가, 피카소’의 저자 카멜 다우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술관을 ‘죽음을 박제화한 공간’으로 칭한다. 누구는 과거의 것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그리고, 누구는 남겨진 과거의 것을 인간의 욕망덩어리라고 보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무언가를 당연시하고, 그에 익숙해지는 것은 꽤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익숙한 게 제일 좋을 때도 많고,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이 늘 새로울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의도하지 않게 뒤집어엎은 이 책이 어렵기는 해도 나쁘지는 않았다.

 

엄연히 책의 주제는 '피카소'이지만 내 글의 그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듯 양극단의 사람, 문화 혹은 종교가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입체.jpg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알제리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1970년 알제리 북서부의 모스타가넴에서 태어났다. 1990년대에 데뷔한 이후 <르 코티디앵 도랑Le Quotidien d'Oran>에서 오랫동안 편집장이자 시평 담당자로 일했다. 공쿠르 신인상을 수상했고 35개 언어로 번역된 《뫼르소, 살인사건》, 《자보르 혹은 시편들》(메디테라네 상 수상) 등의 장편소설과  《흑인의 서문》 《나의 독립》 같은 소설집 및 시평집을 펴냈다. 현재 오랑에 살고 있다.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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