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글을 쓰지 못한 핑계 [사람]

글 입력 2021.05.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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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이리저리 여러 핑계들로, 온전한 글을 써 내려갈 수 없어 아트인사이트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지난달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써놓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부끄럽지만, 제대로 글을 쓸 수 없어 아트인사이트의 컬쳐리스트로서 활동을 그만두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서 이 글은 조금은 미숙하고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담은 글이 될 것 같다. 왜 제대로 된 글을 온 맘 다해 쓰지 못했는지, 그저 그런 핑계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과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글을 쓰지 못한 핑계



 

첫 번째, 문화예술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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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난 그저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고, 남들이 다 따둔다는 토익 하나 보지 않았었다.  여러 문화 예술을 즐기고 이에 대한 글과 생각을 펼쳐나가는 나 자신의 모습에 유독 빠져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가는 삶도 충분히 좋았다.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반강제로 문화예술을 즐기러 갈 기회조차 빼앗기다 보니 나의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취준생이면 딴다는 여러 기본적인 자격증과 어학 능력 시험들을 보러 다녔다. 그렇게 난 취업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대학생이 되었고 메말라갔다. 한 달에 10번 넘게 공연을 보러 다니고, 열심히 그와 관련된 정보를 찾아 글을 써가고 과제를 해내던 때와 달리, 그저 틀에 박힌 공부와 루트를 따라갔다. 그동안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책을 그전보다 많이 읽게 되었다는 점이 뜻밖의 좋은 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가 내가 품었던 예술의 감성들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고 나는 계속 굳어간 것 같다. 완전한 현실형 ISTJ인 내가 예술을 가까이하고 사람의 감정과, 머리로는 느낄 수 없는 마음의 변화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때의 가슴 설렘이 그립기도 하다. 작년 통틀어 공연을 5번 정도도 보지 않았으니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에 대한 생각이나 어떤 소재에 대한 발상을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내 맘대로 글이 써지지도 않아 점점 글쓰기를 꺼리게 되었다. 그럴수록 멀어져가는 내 마음을 다잡고 싶었지만, 이 또한 나의 마음대로 되지 않아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

 

 

 

두 번째, 갑작스럽게 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현실적인 준비를 한 덕분에, 나에게 기회가 찾아온 듯싶다. 작년 겨울부터 대차게 우수수 떨어지던 인턴 결과로 내심 속상해하며 이렇게 학교를 계속 다니고 바로 졸업하면 백수가 된다는 사실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슬퍼했다.

 

막상 휴학할 용기는 나지 않아 꾸역꾸역 학교 수업을 듣던 중,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쓴 기업의 '서류 합격'이라는 결과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렇게 수업과 함께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어쩌다 면접까지 덜컥 붙게 되어 중도휴학을 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기업 중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었고, 친언니도 서류 결과를 기다릴 때, 거길 붙을 것 같냐고 약간의 비웃음이 섞여 있던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아직도 꿈만 같고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일한 지 1달하고도 2주가 되었다. 9시 출근에 12시 점심시간, 6시 퇴근. 상상만 했던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자니, 아직도 어색하다. 몸을 조여오는 정장 바지와 셔츠, 그리고 긴장 때문인지 첫 달은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파 잘 못 먹다가 퇴근 후 저녁에 폭식하는 악순환을 겪기도 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을 많이 하지도 않는 인턴이 뭘 힘들겠냐마는, 그렇게 직장인의 생활을 해보니 도저히 다른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진지한 주제의 글을 써보고자 하면, 자꾸 잠이 쏟아지고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벌써 5월이 끝나가고 있어 참 아쉽고 속상하기도 하다.

 


내가 그동안 품어왔던 글을 쓸 수 없는 핑계는 여기 쓴 2가지 외에도 더 많다.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거의 일주일에 1개 정도는 꾸준히 글을 썼던 것 같은데, 다양한 핑계들을 대며 멀리하니 글을 써보고자 하는 습관은 어느새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도 이는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지금까지 글을 쓸 수 없는 핑계를 대왔다면, 이제부터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하나둘 떠올리면서 살아가고 싶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보며 그 사이에서 시간을 내서 글쓰기를 해보려고 계획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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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턴 업무를 끝까지 잘 마치고 싶다.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에 속상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제껏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으로 살아왔는데 서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나도 모르게 이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우여곡절이 많은 인턴기를 글로도 적으며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글들을 나중에 읽으며 2021년 첫 인턴의 기분을 회상해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싶기도 하다.


코로나를 조심하면서 공연도 보러 가고 싶다. 집에만 있다 보니 잠잠해졌던 덕질의 기운이 점점 바깥 날씨가 좋아질수록 피어오르게 되었다. 공연 후원 중계도 결제하고, 다음 주엔 공연을 직접 보러 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요즘 다시 극장을 찾는 그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자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를 짜릿하게 만드는 글을 써내려가고 싶다. 내마음대로 나오지 않는 문장에 키보드를 때리다시피 하며 글을 써내려가며 기분 좋은 머리 아픔을 느꼈던 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글도 남들이 보기엔 어설프고 앞뒤맞지 않는 글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하나같이 허투루 써내려간 적이 없기에 모두 소중하다. 다시 그런 글을 귀하게 창작하고 싶다.


이 어설픈 직장생활에 제법 적응하고 있는 덕분에,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글을 쓰지 못한 핑계보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조금이나마 시간을 내 글을 적는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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