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기, 제 눈을 바라봐 줄래요 (2) [영화]

감정이 통제 받는 세상에서, 난 당신을 보네요
글 입력 2021.05.2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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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퀄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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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정이 통제된 감정통제구역. 이곳에서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은 오로지 ‘생산성’의 영역뿐이다. 생산성,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데 방해가 되거나 쓸모 없는 것은 모두 통제와 감시, 그리고 억제의 대상이 된다. ‘감정’이 그 중 아주 핵심적인 요소이다.

 

사람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감정은 자연스레 가장 중요한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감정통제구역의 선택은 ‘감정을 억제하고, 최대한 없애는 것’이다. 감정을 가진 사람은 감정’보균자’로 여겨지고 즉시 격리된다.

 

심지어 임신조차도 감정통제구역의 ‘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파견 근무를 하러 출장을 하는 것처럼 ‘의무 임신’대상이 되면 절차에 따라 임신을 해야 하고, 출산을 해야한다. 사람의 자유로운 정신적 활동의 영역인 창작 활동의 영역 또한 공장에서 기계를 사용하여 물건을 찍어 내듯 효율성, 생산성이 강조된다.

 

이러한 감정통제구역에서 살고 있는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와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같은 구역에서 업무를 보게 되고, 어느 날 그 구역에서 ‘감정을 통제당하는’ 상황을 버티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발생한다.

 

사일러스는 그 현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던 중, 니아의 표정 변화, 손 떨림 등을 보게 되고 그녀가 ‘감정보균자’임을 알게 된다. 니아를 관찰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던 사일러스는 ‘감정’이라는 낯선 증상이 자신에게 나타남을 알게 되고 감정 억제 치료를 받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사일러스는 그 증상은 니아를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이었으며 감정은 ‘증상’이 아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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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영화 ‘이퀄스’를 보는 내내 숨소리 조차도 작게 내었다. 감정이라는 그 찰나의 것을 통제 당한다는 것은, 곧 나의 ‘순간’, ‘찰나’를 감시 당하고 통제 당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촘촘한 감시와 통제가 계속되는 구역에서의 범법 행위는 그 찰나의 것인 ‘감정’을 드러내고 나누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통제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보다, 내가 지금 통제받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비논리적인 이유로 통제 받고 있는 것임을 아는 사람은 통제 상황이 더욱 괴롭기 마련이다.

 

그 상황에서 사일러스와 니아는 서로의 눈을 맞춘다.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본다, 자신을 향한 상대방의 감정을 상대방의 눈으로부터 느낀다, 상대방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자신의 눈으로 말한다.

 

감정을 통제하는 세계에 맞서는, 두 사람의 감정의 세계가 서로의 눈을 통하여 열리게 된 것이다. 필자는 그 두 사람의 눈맞춤을 절대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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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며 정말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가장 자유로이 나누어야 할 감정이 ‘위법 행위, 병, 증상, 격리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비록 영화 내의 상황이지만.

 

사일러스와 니아는 언제 들킬지 모르는 두려움의 연속인 나날들 속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하루 하루를 살아 낸다. 당연한 것이 통제 받는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사일러스와 니아 둘은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말도 안 되는 세상으로부터 용감히 빠져 나오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러다, 니아가 의무임신을 통한 임신이 아닌 자연임신이 되었음이 검사에서 판명나고 니아는 즉시 격리되어 갇힌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또 다른 감정보균자들의 부단한 도움으로 인하여 니아는 무사히 격리시설을 탈출하지만, 니아가 사라진 그 사이에 사일러스는 니아가 죽은 줄 알고 감정을 영원히 억제시키는 주사를 맞게 된다.

 

사일러스에게 감정이 허락된 시간은 단 여섯 시간. 니아는 사일러스를 찾아가 자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지만 사일러스는 자신의 선택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여섯 시간 동안 니아와 사일러스는 서로의 감정의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끌어 모아 감정의 파도를 일으킨다. 니아는 계속해서 사일러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이것이 감정이라고, 잊어버리지 말라고. 내가 네게 준, 네가 내게 준 모든 것이 사랑이고, 감정이라고. 이것 없이 살아가서는 안 된다고. 둘은 끊임 없이 되뇌이고, 되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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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통제구역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감정이 통제 당하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던 둘의 공허하던 눈동자는 어느 새 감정의 바다의 찬란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약속된 여섯 시간이 지난 후, 사일러스는 감정이 억제된 상태가 되었다. 감정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기억을 한다. 니아가 자신에게 준 것이 사랑이고 감정임을 ‘머리로는’ 알지만, 이제 가슴으로 ‘느끼지는’ 못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일전에 약속했던, 감정통제구역을 떠나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둘은 기차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탄다.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하여 기차 안에서 멀리 떨어져 앉은 사일러스와 니아.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억제된 사일러스지만, 그는 니아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니아의 옆자리로 가 앉아 니아의 손을 잡고, 영화는 끝이 난다.

 

필자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억제’된 것일 뿐, 니아와 사일러스가 서로에게 주었던 감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사일러스의 가슴에, 머리에, 곳곳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일까 생각한다. 작은 불씨가 곳곳에 묻어 있는 것이다. 그 불씨는 곧 타오를 것이다. 감정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뜨겁고 따뜻한 불이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일러스와 니아가 서로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둘은 서로의 말간 눈동자를 통하여 ‘감정’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여행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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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그 붉은 사랑이, 감정통제구역이라는 창백한 도화지와 대조되며 더욱 아름답고 간절하게 그려진 듯했다.

 

영화 ‘이퀄스’에서, 서로의 눈을 ‘오랫동안’ 마주 본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입’을 통하여 목소리를 내면서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서로의 눈을 바라보거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다.

 

감정을 지니고 있음을 들켜서는 안 되기에, 서로를 향하여 목소리를 내어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일러스와 니아는 눈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한 ‘사랑’을 이야기하였다.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으로 노래하였다. 그 눈빛을 통하여 ‘사랑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그 둘은 깨달을 수 있었고, ‘감정’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그 둘에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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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른 이의 눈을 바라보면 어떠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까. 그 세계에 들어가서 바다를 거닐고, 별들을 유영하고, 토성에서부터 토성까지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을까.

 

그 사람의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우리의 세계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서로의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필자는 저번 오피니언과이번 오피니언을 통하여, 꼭 말하고 싶었다.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우리 자신의 눈을 더 자주 바라보는 사람만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그 사람의 우주를 더 잘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니까.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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